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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94

★ [나비효과, 에릭브레스-J 매키 그루버] 영화리뷰 에릭 브레스, J. 매키 그루버가 연출하고 애쉬튼 커쳐, 에이미 스마트가 연기한다. 요즘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하는 주변 사람들은 항상 이런 말을 한다. 아 그때 뺄걸, 아 그때 살걸, 와 이게 이렇게 되네, 와 이건 예상 못했네 바다 건너편 나비가 한 날갯짓이 이곳에 무시무시한 태풍으로 찾아올지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앞날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는 앞날이 있기에 인간은 살아간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어서 당장 내일 내가 먹을 음식이 정해져 있다면 '식욕'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혹은 당장 내일 내가 봐야 할 영화가 정해져 있다면 '기대감'이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에 '추천'이라는 개념이 소실된 재미없는 시대였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을 여기까지 이.. 2021. 5. 18. 10:29
★ [밀양, 이창동] 영화리뷰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전도연, 송강호가 연기한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은 한가지 특이점이 있다. 제목에서 절대 내용을 유추할 수 없다는 점. 초록물고기, 시, 박하사탕, 밀양까지. 포스터에서조차 큰 힌트를 주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줄거리를 찾아 보거나 예고편을 보지 않는 경우에는 영화를 보러 가서 적잖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밀양은 내게 그랬다. 이 밀양이라는 영화가 참 특이한게, 주변에 '나 영화좀 봤소' 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청했지만 그냥저냥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극장에 재밌는게 개봉하면 보고 옛 영화들은 굳이 찾아보지 않는-은 아무도 시청하지 않은 미스테리한 영화였다. 뭐 어찌저찌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서야 시청하게 된 나는 전도연 연기력에 불을 처음 본 원시인인양 충격을 금치 .. 2021. 5. 17. 10:17
★ [포레스트 검프, 로버트 저매키스] 영화리뷰 로버트 저매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가 연기한다. 흔히 '교과서적이다'라는 말은 무언가의 모범이 되어 배움이 용이하거나 쉽게 모방이 가능할 때 사용하곤 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 중 단연 으뜸으로 교과서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장애를 가졌기에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미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재치 있게 결부시켜 진행시킨다. 때문에 이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100배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 근현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대중적인 스토리라인,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우정이나 사랑, 만남과 헤어짐을 주된 정서.. 2021. 5. 16. 21:08
★ [풀 메탈 자켓,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매슈 모딘, 애덤 볼드윈,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한다. 영화 시청 전에 너무 큰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처음 본 게 [시계태엽 오렌지]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저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괴 연출, 서슴없는 성적 표현, 뇌리에 박혀 지금까지도 떠나지 않는 메시지까지. 처음부터 불닭볶음면을 먹었더니 신라면은 매운 지도 잘 모르겠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거나 지루하다는 게 아니다. 신라면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너무 매울 거라 생각했어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심심한 맛이 났을 뿐이다. 이 영화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충분히 끔찍하며 충분히 재미있다. 문득 생각난 일화가 있다. 후쿠오카 여행중 게스트하우스.. 2021. 5. 16. 20:46
★ [올드보이, 박찬욱] 영화리뷰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등이 연기한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하는 의문으로 글의 첫머리를 시작하고 싶다. 15년간 독방에 갇혀 군만두만 먹은 거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출소(?) 후에도 아주 독특하게, 괴랄하게, 징그럽게 복수를 당하는 주인공 오대수.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 마치 나에게 고문을 가하는듯한 사실적인 사운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을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의 앞니를 뽑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곤 하고, 오대수가 장도리를 들고 여러 명의 뼈와 관절을 부시는 장면에서는 내 뼈는 잘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또는 자신의 혀를 자르려고 하는 오대수를 보며 눈을 잠깐 돌리기도 하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가장 큰 고통.. 2021. 5. 14. 10:43
★ [올드가드,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영화리뷰 지나 프린스-바이드 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샤를리즈 테론 등이 연기한다. 넷플릭스 영화의 뻔한 클리셰를 모두 모아놓은 종합 선물세트다. [#살아있다]보다는 괜찮지만 (사실 그 영화보다 괜찮지 않으면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영화 기준선-) 다른 걸출한 액션 영화에 비하면 너무 퀄리티가 낮다. 게다가 배우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주인공격인 '퓨리오사'를 맡았던 샤를리즈 테론을 캐스팅해놓고 영화는 저기 지나가는 신인 영화감독이 만든 것처럼 제작했다. 이는 배우에 대한 공경이 없는 게 아닐까. 스토리는 진부하고 주연을 제외한 조연들이 가진 캐릭터성이 너무도 약하며, 악역은 쳐다도 보기 싫고, 클리셰는 범벅이며, 이상한 떡밥만 주구장창 던진다. 연기를 제대로 잘하는 배우는 샤를리.. 2021. 3. 11. 15:47
★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리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하고 브레드 피트, 크리스토프 왈츠 등이 연기한다. 유일무이한 감독.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감독. 턱이 참 긴 감독. 변태적인 성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살짝 돌은 감독. 그러나 영화를 정말 '재밌게' 만드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본격 나치 때려잡는 영화다. 언제나 그렇듯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는 유쾌함과 불쾌함 그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관객들의 심정을 끊임없이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무수한 피가 튀기기도 하고, 끊임없는 대화가 오가기도 하고, 기똥찬 내레이션과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킬 줄 아는 훌륭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는 어땠을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앞서 말했듯이 나치를 때.. 2021. 3. 11. 14:37
★ [완벽한 타인, 이재규] 영화리뷰 이재규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강호가 연기한다. 이 영화를 몸이 뒤틀리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거짓말' 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 깊게 자리잡은 인간의 욕망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맹점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게. 연기는 다들 어쩜 이렇게 잘 하는지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났을 것만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공감성 수치'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의 임상심리학자 '우치다 토모아키'가 언급한 심리학 용어인데 타인이 창피를 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될 때, 혹은 숨겨온 추악한 비밀이 드러날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을 지칭한다. 실제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물론 TV속 드라.. 2021. 3. 8. 20:45
★ [세븐, 데이비드 핀처] 영화리뷰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등이 연기한다. 스포일러가 있다. 조심조심. 오래된 영화다. 1995년에 개봉했으니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7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는 절대 그런 나이테를 가져 보이지 않는다. 비오는 뉴욕 거리의 묘사와 캐릭터들의 스타일링, 영화가 다루고 있는 세련된 소재와 유려한 연출은 많이 쳐줘야 10년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동안이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27년 전의 젊은 브레드 피트는 혈기 왕성한 초보 형사의 모습, 그리고 극이 진행될수록 분노에 차가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잘'하는 배우인지 여실히 말해준다.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은퇴 직전의 베테랑 형사 캐릭터는 관록미를.. 2021. 3. 7. 09:00
★ [극한직업, 이병헌] 영화리뷰 이병헌 감독이 연출하고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연기한다. 코미디만큼 아무런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장르가 어디 있을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혀 조마조마해지지 않는 그런 정통 코미디 장르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코미디의 핵심은 쓸데없는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이다. 눈물이 나 슬픔, 공포나 분노 같은 감정의 개입은 코미디의 질을 흐려 그 온전한 힘을 다 내뿜지 못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정통적인 코미디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극한직업]이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유머가 장착되어 있다. 어느 하나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아니 있다고 해도 그게 심각하게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고 있다. 자칫 루즈하거나 어설픈 배역 없이 모든 캐릭.. 2021. 3. 6. 09:00
★ [#살아있다, 조일형] 영화리뷰 조일형 감독이 연출하고 유아인, 박신혜 등이 연기한다. 한숨이 나온다 한숨이 나와. 진심으로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한 줄 한 줄 써내려 가보겠다. 우선 좀비 영화다. 창궐, 부산행, 서울역, 반도를 잇는 국내 좀비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나온 뒤에 개봉한 영화다. 즉 '생소한 장르를 다뤘다'는 핑계도 댈 수 없는 것이다. [킹덤]과 [부산행] 이후 한국은 좀비물을 잘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그 좋은 평가들의 다리를 골반 밑으로 다 잘라버리는 꼴이다. 어떤 시각으로 봐도 의미가 단 한개도 없는 영화다. 인간의 고립? SNS의 발달? 좀비 아포칼립스? 관계의 유대? Nope. 전혀 없다. 기대하지 마라. 아니 보지 .. 2021. 3. 3. 08:40
★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소토자키 하루오] 영화리뷰 소토자키 하루오 감독이 연출하고 귀멸의 칼날 TVA 1기의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영화적 가치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저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인 팬 무비입니다. 2D 그래픽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화의 극한을 보여주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귀멸의 칼날 팬이 아니라면 굳이 시청할 필요 없습니다.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 서사 ☆☆☆☆☆ 연출 ☆☆☆☆☆ 대사 ☆☆☆☆☆ 작화 ★★★★★ 2021. 3. 2. 11:00
★ [캐스트어웨이,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리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 윌슨 배구공 등이 연기한다. 인간은 참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알려주는 무인도 표류 영화다. 미국의 송강호 톰 행크스가 열연한 작품이고 그는 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심플하다. 저매키스 감독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유독 더 명료하고 간결하다. 전하는 메시지도 복잡하지 않고 연출하는 방식은 높낮이의 분배가 고르며, 쓸데없는 등장인물이 출연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곧 관람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쉬운' 상태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롯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듯 편한 마음가짐으로 볼 수 있는 영화는 드물다. 무릇 영화감독이라는 사람들은 워낙 변태적인 성.. 2021. 3. 2. 09:00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영화리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이 연기한다.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나치를 다루며 실화에 기반한 역사적 보고서 같은 영화다. 나는 절대로 겪을 수 없는 처절한 유대인 남자의 삶을 생생히 묘사하여 몰입하게 한다. 좋은 실력을 가진 피아니스트로서 이 남자는 그리 유복하지는 않아도 나름 화목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뭐 그리 녹록한가.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에 의해 그의 삶은 땅굴 정도가 아닌 내핵 밑으로 추락해버린다. 한 남자의 직업적인, 사회적인 지위가 주저앉아 버리는 것도 충분히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단위가 분해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슈필만은 모진 처사를 당하며 결국에는 모든 가족도 잃은 채로 이리저.. 2021. 3. 1.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