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프린스-바이드 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샤를리즈 테론 등이 연기한다.
넷플릭스 영화의 뻔한 클리셰를 모두 모아놓은 종합 선물세트다. [#살아있다]보다는 괜찮지만 (사실 그 영화보다 괜찮지 않으면 영화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영화 기준선-) 다른 걸출한 액션 영화에 비하면 너무 퀄리티가 낮다. 게다가 배우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주인공격인 '퓨리오사'를 맡았던 샤를리즈 테론을 캐스팅해놓고 영화는 저기 지나가는 신인 영화감독이 만든 것처럼 제작했다. 이는 배우에 대한 공경이 없는 게 아닐까. 스토리는 진부하고 주연을 제외한 조연들이 가진 캐릭터성이 너무도 약하며, 악역은 쳐다도 보기 싫고, 클리셰는 범벅이며, 이상한 떡밥만 주구장창 던진다. 연기를 제대로 잘하는 배우는 샤를리즈 테론 한 명뿐이며 나머지 모든 배우들은 어색하고 하기 싫어 보인다. 만들고 후보정을 안 한 영화 같달까. 그냥 감독이 재빨리 만들고 검수 없이 내보낸 느낌이랄까. 너무도 투박하고 촌스럽다. 전에 어디선가 '불닭볶음면'의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밈을 본 적이 있는데, 불닭볶음면에 닭은 들어가지 않으니 불 볶음면이 되어야 하고 불로 조리하지 않으니 볶음면이 되어야 하는데 면을 볶지도 않으니까 그냥 면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올드 가드도 마찬가지다 '액션 영화'가 아니라 그냥 '액션'이다. 액션 영화라고 한다면 액션이 당연히 좋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액션만 좋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액션+영화지 않은가. 액션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거면 영화의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왜 영화의 역할은 모두 버려놓고 액션만 보여주려고 했는지 참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결말에서 2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 2편은 감독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액션은 훌륭하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액션, 칼과 총을 함께 사용하는 액션, 시원시원한 폭력을 선사하는 액션 등. 스토리와 전개, 구성에 써야 할 인력들을 모두 액션에 몰아줬나 보다. 그렇다고 딱히 액션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영화에게 다른 기대를 품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서사(그렇다고 클리셰로 범벅하라는 것이 아닌)로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으면 [존 윅]이나 [트랜스포터] 정도는 되어야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참 많은 영화다.
하나 칭찬하고 싶은 바는 여성 서사 작품임에도 액션을 나름 잘 소화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것.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 즉 주연은 모두 '남자'였고 악역도 마찬가지였다. 단적인 예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말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개봉한 영화들 중 여성 서사 작품은 [캡틴 마블] 하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가모라'나 [앤트맨과 와스프]의 '와스프'도 있긴 하지만 단독 주연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제했다.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는 개봉 전이기 때문에 제했다.) 이것은 영화 감상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불합리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영화는 집중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에 빠져들게 하고 싶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집중을 하는 데에는 '이입'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이입'이란 상대방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인데 이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상황이 같거나, 시간이 같거나, 역사가 같거나, 혹은 성별이 같거나. 그러니 여성 서사 작품이 더 나와야 하는 것은 정말 백 번 해도 백 번 맞는 말이다. 다만 내가 요즘 아쉬웠던 것은 장르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것. 소극적인 드라마 장르나 뻔한 코믹 장르, 혹은 퀴어 장르나 공포 장르.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찰나에 [올드 가드] 같은 영화는 여성서사 영화여도 분명 잘 다듬어진 액션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사적인 측면에서는 유의미하다. 더 잘 만들었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심심하면 볼 만 하지만, 바쁘다면 유튜브에 '올드 가드 액션씬' 검색해서 보는 게 더 나을지도.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풀 메탈 자켓,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0) | 2021.05.16 |
---|---|
★ [올드보이, 박찬욱] 영화리뷰 (0) | 2021.05.14 |
★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리뷰 (0) | 2021.03.11 |
★ [완벽한 타인, 이재규] 영화리뷰 (0) | 2021.03.08 |
★ [세븐, 데이비드 핀처] 영화리뷰 (0) | 2021.03.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