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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세븐, 데이비드 핀처]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3. 7. 09:00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등이 연기한다.

스포일러가 있다. 조심조심.

 

오래된 영화다. 1995년에 개봉했으니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7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영화는 절대 그런 나이테를 가져 보이지 않는다. 비오는 뉴욕 거리의 묘사와 캐릭터들의 스타일링, 영화가 다루고 있는 세련된 소재와 유려한 연출은 많이 쳐줘야 10년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동안이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 27년 전의 젊은 브레드 피트는 혈기 왕성한 초보 형사의 모습, 그리고 극이 진행될수록 분노에 차가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잘'하는 배우인지 여실히 말해준다.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은퇴 직전의 베테랑 형사 캐릭터는 관록미를 보여주며 느긋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연기했다. 조력자나 피해자로 나온 모든 배우들도 극의 흥미를 돋구는 훌륭한 연기를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는 누가 뭐래도 케빈 스페이시일 것이다.

 

나는 케빈 스페이시를 [아메리칸 뷰티]에서 처음 봤다. 딸의 친구에게 헛된 욕정을 품는 '레스터 번햄'역을 맡았는데 정말 '완벽'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당연히 사람이다 보니 아무리 훌륭한 배우여도 가끔은 어색하고 가끔은 헛점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케빈 스페이시의 모든 연기는 전혀 빈틈이 없다. 단어 그대로 무결점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존 도'는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등장하기도 하고 포스터에도 전혀 얼굴이나 이름이 적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등장에 깜짝 놀랠수밖에 없다. 그 갑작스러운 등장과 함께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준다. 그 연기 때문에 영화에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졸면서 봐도 그 장면은 기억이 남을 것이다. 

 

 

영화는 7가지 죄악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교만, 인색, 질투, 음욕, 식탐, 나태 그리고 분노. 영화의 연쇄살인범은 이 죄악들을 토대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며 세상을 청결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의 철학이 너무도 뚜렷해 어떠한 죄책감이나 망설임 따위는 전혀 느끼지 않는 싸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영화의 수위는 아주 높은 편이다. 직접적인 상해를 보여주기도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쾌한 묘사나 눈을 가리게 하는 끔찍한 묘사 또한 만연하다. 영화는 장난기를 1mg도 남기지 않고 제거하여 분명하게 어두운 작품이다. 배경도, 사건도, 캐릭터도 하나같이 아픔과 고통, 슬픔과 절망을 겪는다. 그러나 앞에 언급한 끔찍한 장면들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뉴욕의 묘사가 합쳐져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유일무이한 명작이 탄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데이비드 핀쳐 감독이 [에이리언 3]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인 영화인데도 어떤 초보 감독의 허술함이나 귀여운 점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좋은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헤밍웨이의 명언이 나온다. "세상은 아름답고 싸워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동료 형사를 잃고 끔찍한 죽음을 목도한 서머셋(모건 프리건)은 후자에만 동의한다고 말하며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나쁜 범인들을 잡기 위해 코트를 걸친다. 헤밍웨이의 명언에 반만 동의한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세상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 당시 뉴욕의 분위기가 어땠는지에 대해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보여주니까 말이다. 서머셋은 원래처럼 포기할 수도 있었다. 정상적으로 은퇴하고 그간에 노고를 칭송받으며 멋지게 뱃지를 반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 번 싸워볼 것을 결심했다. 다시 총을 들고 뉴욕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싸워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유는 뭘까? 아마 헤밍웨이의 명언을 온전히 동의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싸워볼 가치만 있는 세상을 아름답게도 만들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세상은 겨우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무거운 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재밌게 볼 수 있다고 해서 간단하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연출과 설정, 플롯과 서사는 이미 보장이 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영화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된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간단하기도 하다.

 

 

 

[Seven]

서사 

연출 
대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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