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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6

♣ [블로그에 대한 고찰 1]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5개월에 접어들었다. 2021년 2월 15일에 시작했으니 그리 적지도 많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내 글을 사람들이 보는 게(물론 그리 많이 보지도 않는다만) 아주 부끄러웠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타인에게 내 그림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 많아서 글도 마찬가지로 잘 보여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주 오만방자한 생각이었다. 타인이 내 '글'을 보는 일은 이상하리만치 어색하다. '그림'은 내가 설명했을 때 더 잘 받아들여지는데, '글'은 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나에 대해 꿰뚫는 느낌이랄까. 평소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 나였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 생각이 담긴 글을 누군가가 읽는 것은 사실 아직도 부끄부끄한 감이 남아있다. 아마 나 스스로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내가 .. 2021. 7. 7. 19:44
♣ [채우기 위해 비우기] 다소 헷갈리는 제목. 채우기 위해 비우기. 괜히 영어로는 Empty to Fill. 4학년 1학기 수업에 [비움]을 활용한 디자인 과제가 주어졌었다. 상당히 난항을 겪어서 기억에 남은 강의 중 하나인데, 디자인과 비움을 어떻게 엮어야 할지 디자인은 무엇이고 비움은 무엇인지, 비우면 비울수록 디자인은 명료해지는 법인데 [비움]의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으로 골머리를 앓던 도중에 두 인물이 생각났다. 바로 장자와 노자. 동양철학의 큰 줄기 중 하나인 도가사상의 대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미 그 자체로 [비움]이기 때문에 그들을 알면 자연스레 비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생각은 은근히 들어맞았고 그때부턴 어떤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논문과 서적을 있는 대로.. 2021. 7. 7. 00:08
♣ [작은 산, 큰 산] 작년 여름쯤 등산을 하다 문득 든 생각의 기록. 정상까지의 등산은 목표다. 또는, 목적이다. 즉 삶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 목적이다. 작은 산은 한 지점이 정상이자 목표로 정해져 있어서 모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등산해야 한다. 그러나 큰 산은 여러 봉이 있어 정상은 정해져 있어도 목표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꿈을 크게 가지라는 것은 여기에 해당한다. 미술 선생님이 꿈인 사람은 최선을 다해을 경우 미술 선생님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하면 불안해하는 본능이 있다. 더 높은 자리의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려고 해도 이미 정상에 올랐기에 그 산은 더 오를 곳이 없다. 그러니 산을 옮겨야 한다. 운이 좋으면 다른 산의 지금과 같은 고도에 내릴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2021. 6. 24. 22:48
♣ [타인을 보여주는 선생님] 언젠가 나의 사고가 정착되고 흔들리지 않는 때가 온다. 남에게 잣대를 들이미는 그런 시기, 속된 말로 머리가 커져버린. 정착된 사고를 계속해서 깨 나가는 것이 성찰과 발전이고, 깨지 못한 채로 굳어버린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게다가 우리는 계층과 소속이 주기적으로 뒤바뀌는 세상에 살지 않는다. 어제 봤던 사람과 집단을 오늘도 높은 확률로 마주 보고 대화한다. 이는 굳어버리기에 아주 적합한 상태이며 원인이다. 또한 나는 오로지 나의 삶을 산다. 나는 가족의, 친구의, 애인의 삶을 살지 않는다. 오랜 시간 본 사람의 삶도 어렴풋이 눈치챌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물론 눈치채는 과정에도 부단한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즉 타인의 삶에 대해 아는 방법은 존재하지만 분명 고된 여정이다. 간소화된 관계가 주를.. 2021. 6. 20. 01:09
♣ [멋쟁이 컨버스] 컨버스의 진정한 멋은 더럽혀짐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새로운 헌 신발을 사는 역설적이고 멍청한 짓을 할 텐가.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새 신을 사는 기분도 느끼지 못한다. 멋을 내기 위해선 출발의 어색함을 견뎌야 한다. 무엇이든지 처음엔 다 어색하고 어렵고 낯설고 부끄럽다. 그러나 이런 과정의 필요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멋쟁이가 되려면 찌질이에서 시작해야 한다. 시작을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결국 멋쟁이가 될 수 있고 없고의 차이로 치환된다.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은 절대 멋쟁이가 될 수 없다.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멋쟁이도 될 수 있다. 2021. 5. 17. 11:00
♣ [어색한 만남 더 어색한 헤어짐] 최근 함께 일하고 부딪히며 같은 일터에서 동고동락했던 친구 둘(과 동생 한 명)이 퇴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신의 힘을 남몰래 스멀스멀 펼치고 있었을 20년 2월부터 일주일에 5일씩 꼬박꼬박 보던 친구들과 정확히 1년이 지나 작별인사를 한다. 그 시절, 우리 꼭 같이 2년 만기를 채우고 나가자! 라며 다짐을 나눴던 친구들과 이제 실없는 농담을 나눌 수 없다. 20대가 꺾여 후반이라는 길목으로 서서히 들어서는 이 시점이면 만남과 헤어짐이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아마 평생을 살아도 이런 감정은 낯설기만 할 것 같다. 만남은 언제나 설레고, 헤어짐은 언제나 애석하다. 처음에 쑥스러워하며 서로를 알아가던 엉뚱한 질문들이, 취미와 성격이 비슷하다며 잘 지내보자며 떨던 방정들이, 밤이 깊어지도록 셀 수 없이 나.. 2021. 2. 21.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