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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극한직업, 이병헌]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3. 6. 09:00

 

 

이병헌 감독이 연출하고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연기한다.

 

코미디만큼 아무런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장르가 어디 있을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혀 조마조마해지지 않는 그런 정통 코미디 장르는 사람의 마음을 아주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코미디의 핵심은 쓸데없는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이다. 눈물이 나 슬픔, 공포나 분노 같은 감정의 개입은 코미디의 질을 흐려 그 온전한 힘을 다 내뿜지 못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정통적인 코미디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극한직업]이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유머가 장착되어 있다. 어느 하나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아니 있다고 해도 그게 심각하게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고 있다. 자칫 루즈하거나 어설픈 배역 없이 모든 캐릭터가 잘 들어오고 잘 나간다. 주연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서로를 받쳐주는 단정한 호흡을 보여준다. 오버하는 구석도 없고 눈물을 짜내는 억지도 없다. 아주 담백하고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 같달까. 

 

사실 코미디 장르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예술성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연출자가 전달하려는 철학이나 메시지가 없고 그저 대사와 연기의 힘으로 웃음만 전달한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코미디 장르의 영화는 아주 예술적인 면을 띄고 있다. 코미디는 물론 관객에게 골똘히 생각할 여지를 그다지 많이 제공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나 관계의 역설, 남자에 대해, 여자에 대해, 혹은 세상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보고 단순한 상업영화라고 치부한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고 배우의 이미지 세탁이며, 뻔한 관객몰이라고 한다. 그러나 코미디 장르는 그런 편협한 생각과는 달리 아주 순수하고 심플한 목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바로 웃음을 전달하는 것. 별 다른 근심이나 걱정 없이 관객이 호호깔깔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사람을 웃게 하는 힘은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힘과 거의 동일한 수치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도 웃음을 주는 행위를 싫어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이고 밝은 태도와 기분을 멀리하지 않는다. 행복은 인간의 본능적인 궁극적 추구다. 그러니 웃음을 주는 행위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그 코미디 장르에 어설픈 타 감정이 섞일 때 발생된다. 웃음에 감동을 같이 선사하려고 하거나 웃음에 스릴을 첨가하려고 하는 끼워넣기 방식은 그 본질을 흐리기에 딱 좋은 처사다. 코미디는 어느 장르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지만 코미디를 주로 다루는 영화에 다른 장르를 넣게 되면 그 타격은 생각보다 크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은 그 타격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미 그 자체로도 맛있는 음식에 자꾸 신파나 감동이라는 양념을 치는 것이다. 나는 바삭한 후라이드가 땡기는데 자꾸 마늘치킨이나 양파치킨을 권하는 꼴이다. 

 

그래서 [극한직업]이 오랜만에 진정한 정통 코미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액션의 시원함도 뽐냈으며 무엇보다 끊임없이 웃겨줘서 참 기본에 충실한 영화라는 평을 내리고 싶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퇴근길에 치킨 하나 사들고 맥주와 함께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

 

 

 

[극한직업]

서사 

연출 
대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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