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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완벽한 타인, 이재규]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3. 8. 20:45

 

 

이재규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강호가 연기한다.

 

이 영화를 몸이 뒤틀리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거짓말' 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 깊게 자리잡은 인간의 욕망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맹점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게. 연기는 다들 어쩜 이렇게 잘 하는지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났을 것만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공감성 수치'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의 임상심리학자 '우치다 토모아키'가 언급한 심리학 용어인데 타인이 창피를 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될 때, 혹은 숨겨온 추악한 비밀이 드러날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을 지칭한다. 실제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물론 TV속 드라마나 영화에 표현되는 장면을 보면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완벽한 타인]은 완벽한 공감성 수치 영화다. 보는 내내 극장을 나가고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주인공들-모두가 주인공인 영화-은 다들 비밀 하나씩을 품고 있다. 여타 사람이 그렇듯이. 그러나 그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자기만 아는 약간은 추악하고 약간은 남사스러우며 약간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런 비밀이다. 누구는 몰래 연락하는 이성이 있고, 누구는 이성보다 동성에게 끌리며, 누구는 음침한 모임에 나가기도 하고, 누구는 그 자리에 있는 남편의 친구와 바람을 피기도 하고, 누구는 큰 돈을 잃은 상태다. 아주 개판 5분전인데, 겉으로 보기엔 다들 훤칠하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이성과 지성을 갖춘 어엿한 사회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는 모두가 각자의 치부가 들어 있는 핸드폰에 오가는 연락을 모두에게 공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거의 모든 비밀이 까발려지고 (그 와중에 까발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다는 것이 현실적이다) 관계의 파국을 맞으며 서로를 힐난하기 시작한다. 뭐 종국에는 이게 다른 평행세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허무한 결론이 나오기도 하고 잘 마무리되는 부분도 있어서 나름 괜찮은 영화 한 편 봤다라고 생각 할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게 그저 영화속에서만 일어나는 가상의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 친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던 비밀, 가족에게 숨겼던 비밀의 존재가 저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 옆자리에서 같이 본 사람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은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니 그것부터 생각이 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 생각이 바로 다시 떠오른다. "내 비밀을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 "이 사람이 혹은 저 사람이 내가 가진 가장 깊고 가장 어두운 비밀을 알면 나를 똑같이 대해줄까?", "이 사람도 혹은 저 사람도 나에게 말하지 않은 추악한 비밀이 반드시 있겠지? 그건 뭘까?".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의미는 영화가 끝난 뒤 인간의 관계에 대해, 비밀과 거짓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에 있다. 무서운 영화다.

 

비밀은 말하지 않은 것이고, 거짓말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누구나 말하지 않은, 또는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법이고, 누구나 사실과 다르게 말해야만 하는 때가 있는 법이다. 예전에 그런 영화가 있었다. [거짓말의 발명]. 이 영화속 세상은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주인공 빼고. 그래서 머리속에 떠오르는 성적인 생각이나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무례한 발언을 서슴코 한다. 그걸 원하는가? 개인은 타인과 생각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차이점을 계속 언급하는 순간 관계는 무너지고 사이는 나빠지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한다. 비밀과 거짓말은 엄연히 다르지만 무언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같다. 가끔은 나를 위해, 가끔은 너를 위해 우리는 계속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

 

영화는 인류애를 뚝뚝 떨어트리고 주변인을 의심하기 쉽게 만들지만 세상은 또 그렇게 단순하게 굴러가지만은 않는다. 당연히 우리의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있고 또 나쁜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밀과 거짓말은 인간관계에 있어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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