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 [블로그에 대한 고찰 1]

by jundoll 2021. 7. 7. 19:44

블로그를 운영한 지 벌써 5개월에 접어들었다.

 

2021년 2월 15일에 시작했으니 그리 적지도 많지도 않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내 글을 사람들이 보는 게(물론 그리 많이 보지도 않는다만) 아주 부끄러웠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타인에게 내 그림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 많아서 글도 마찬가지로 잘 보여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주 오만방자한 생각이었다. 타인이 내 '글'을 보는 일은 이상하리만치 어색하다. '그림'은 내가 설명했을 때 더 잘 받아들여지는데, '글'은 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나에 대해 꿰뚫는 느낌이랄까. 평소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 나였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 생각이 담긴 글을 누군가가 읽는 것은 사실 아직도 부끄부끄한 감이 남아있다. 아마 나 스스로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내가 유명한 작가나 위대한 소설가처럼 글을 쓴다면 과연 부끄러울까? 아닐 것이다. 보여주고 싶어서 난리일 것이다. 내가 [인간실격]의 "부끄럼 많은 생을 보냈습니다."같은 도입부를 쓸 수 있으면 나는 이마에 붙이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공부해 본 적도 없는 나는 그런 것을 바라면 안 된다. 배우지도 않아 놓고 배운 사람처럼 쓰길 바라면 그건 '도둑놈'이다. 하지 않아놓고 왜 바라는가? 뭐 암튼 또 잡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자기 성찰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니까.. 이쯤 하고.

 

본론은 이것이다.

이 '블로그'란 무엇인가.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왜 '블로그'를 하는 것이고 하면 뭐가 좋으며 그것은 누구의 생각인가. 뭐 이런 것들이다. 말 그대로 고찰. 고찰이라는 것은 생각하면서 살피는 것이다. 그냥 멍하니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들을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를 보살피듯이 세심하게 살피며 정리하는 것이다. 앞으로 써 내려갈 블로그에 대한 고찰은 그래 봤자 내 생각을 늘어놓는 과정이겠지만 괜히 질의응답(이라고 쓰고 자문자답이라고 읽는다) 방식으로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아무도 안 물어봐 주니까..

 

 


Q. 블로그는 왜 하시나요?

A. 처음엔 [구글 문서]에 내 생각과 문화 창작물의 리뷰들을 적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폼은 정해져 있고 글은 딱딱하고 정리가 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막 블로그를 시작한 친한 동생이 블로그를 시작했다길래 "아! 나도 디지털 세상에 약간의 공간을 가져보자!"라는 심산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무엇에 대한 블로그인가요?

A. 크게는 생각을 적은 것이고 작게는 문화 창작물의 리뷰를 남기는 것입니다. 제목이 [끄적임]인 이유는, 정말 끄적인 내용일 뿐이기 때문이에요. 영화에 대해 공부한 적도 영상매체에 대해 공부한 적도 없으나 생각하는 법과 기록하는 법은 배웠기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분석을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닌, 그저 개인적인 '생각'들의 집합소입니다. 어릴 적에 유희왕 카드를 엄청나게 모았던 그것과 거의 흡사합니다. 사실상 배틀을 하는 것이 유희왕 카드의 목적이지만 그 시절 우리는 그냥 카드를 가지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글들은 저의 유희왕 카드입니다. 실용성이라고는 없지만 갖고 있으면 든든하고 기분이 좋은. 심지어 정리까지 되어 보기도 좋은.

 

Q. 왜 굳이 TISTORY에서 블로그를 하시나요?

A. TISTORY를 고른 이유는 아주 명확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기본 폼이 아주 구리기 때문이죠. 진심으로 네이버 블로그들 중에 이쁘다는 생각이 드는 블로그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폰트부터 레이아웃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촌스러운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우리나라 검색 플랫폼 1위를 건재히 지키고 있다고 해도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아름답지 않은 것과 타협할 수는 없었습니다. TISTORY는 조금만 공부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추가하고 싶은 건 추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회수는 당연히 네이버보다 덜합니다. 조회수가 많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그 희열을 느끼기 위해 블로그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물론 잠깐은 "조회수가 높아지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내 콘텐츠의 질과 노력의 부족이지 플랫폼에 기인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네이버를 선택하려는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다고 해도 무조건 TISTORY를 고를 것입니다.

 

Q. 블로그를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정리'가 필요합니다. 주변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사람 중에 성공한 사람을 보지 못했고, 인간관계가 더러운 사람이 롱런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디자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책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필립 B. 멕스]에서 뛰어난 서적 디자이너였던 윌리엄 애디슨 드위긴스가 '인쇄된 문서에 구성의 질서와 시각적 형식을 부여하는 자신의 활동'을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말로 설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은 모든 디자인의 기초이며 그 단단한 틀을 지켜주는 하나의 버팀목입니다. 저는 그 '정리'를 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마구잡이로 구글 드라이브에 얽혀 있던 글과 생각, 그림과 기분, 단어와 문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었기에 블로그에 하나 둘 업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의 목적으로 블로그는 최고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은 카테고리별로 묶이고 폼은 상당히 체계적이며 시스템은 단순 명료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죠. 

 

Q. 수익은 기대하지 않으시나요? 광고 같은 걸로요.

A. 수익을 바라보고 만드는 블로그는 정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멋진 티스토리 선배들의 블로그를 보면 글이 1000개가 넘어가고 정보의 질도 상당히 높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라고 주기적으로 돈을 줘도 못합니다. 저는 절대 이 블로그가 본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돈이 얽히면 생각해야 할 게 많아집니다. 정말 친한 친구와의 관계도 돈이 얽히는 순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관계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러니 돈은 오히려 멀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건강'을 얻기 위해 돈을 '내고' 헬스장을 다니듯이 뭔가를 얻으려면 내가 지불을 해야 합니다. 저는 '정리'를 얻기 위해 '시간'을 지불한 것이죠. 근데 '시간'을 지불해서 '정리'를 얻었으면 그만이지 동시에 부가적인 수익이나 이득을 바라는 순간 사람은 편협해집니다. 돈을 위해 움직이게 됩니다. 그건 싫습니다. 이 블로그의 소관은 마지막까지 광고를 달지 않는 것입니다. 조회수가 하루 1000명이 되어도 광고는 달지 않습니다. 광고가 이쁘면 달겠는데 광고는 대부분 못생겼더라고요. 특히 무슨 이상한 자극적인 광고가 이 블로그에 있게 되면 전 블로그에 들어오기 싫을 것 같습니다.

 

Q. 왜 모든 콘텐츠가 흑백인가요?

A. 단순합니다. 색이 들어가면 고려할게 곱절로 많아지거든요. 흑백은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며 컨셉추얼 하게 만들기 딱 좋은 테마입니다. 그리고 오롯이 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콘텐츠를 명조체로 통일시키는 이유도 같습니다. 글자의 특성상 긴 글은 명조체가 더 읽기 편합니다. 이 블로그는 그림이 아닌 글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장소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글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Q. 블로그를 꾸준히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이것 또한 정말 단순합니다. 올리고 싶을 때 올리면 됩니다. "오늘은 꼭 블로그에 글 써야지!" 하는 순간 망합니다. 쓸게 없는데 쓰려고 하면 당연히 질립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예의 친한 동생이 조언을 해줬습니다. "형 블로그 너무 열심히 올리려고 하지 마, 그거 얼마 못 가더라." 맞는 말입니다. 이 블로그가 개설되고 처음 올렸던 글은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 편]에 대한 3편짜리 장편 비평이었습니다. 글의 양도 어마어마했고 사진은 수십 장이 들어갔었죠. 3편을 내리 올렸을 때 아주 뿌듯했습니다. 근데 다음부터 손이 가지 않더군요. 질린 겁니다 벌써. 행동이든 마음이든 들쑥날쑥은 절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사람은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동물인데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습관을 만들려고 했으니 오래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무튼 그 뒤로 잠깐 쉬다가 어느 날 영화를 한 편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업로드를 해보니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랍니다. 어차피 내 글 보는 사람 몇 없습니다.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올리고 싶을 때 올리는 게 최선입니다. 그 이상은 욕심이에요. 꾸준히 올리려는 마음도 갖지 마세요. 그냥 올리고 싶으면 올리는 겁니다.

 


 

1편이니 이쯤 하도록 할까.

중간에 두 달 정도 공백기가 있었지만 다시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재밌는 '정리'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폼을 맞춰두니 그 뒤로는 쭉쭉 써 내려가지는 느낌이다. 자동화가 됐달까. 이제 즐겁게 블로그에 포스팅할 일만 남았다. 다음에도 또 고찰할 내용이 쌓이면 2편으로 돌아오겠다. 내 블로그여 영원하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채우기 위해 비우기]  (4) 2021.07.07
♣ [작은 산, 큰 산]  (0) 2021.06.24
♣ [타인을 보여주는 선생님]  (2) 2021.06.20
♣ [멋쟁이 컨버스]  (0) 2021.05.17
♣ [어색한 만남 더 어색한 헤어짐]  (2) 2021.02.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