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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킹덤, 시즌1] 드라마리뷰

by jundoll 2021. 7. 3. 00:04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고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이 연기한다.

 

국내에 없던 좀비 드라마로서의 첫 발걸음을 잘 떼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감성을 가진 전례가 없다는 사실은 새로운 것을 개척하여 선구자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너무 독보적인 나머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설레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킹덤]은 다분히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것 치고는 그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한다. [킹덤]은 흥행에 대성공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 수출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았지만 이렇게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이는 분명 NETFLIX라는 대형 OTT 플랫폼을 배경에 두었다는 작품 외적인 측면 말고도 작품 내적으로 훌륭한 짜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킹덤]은 정말 속도감 있는 드라마다. 버릴 캐릭터는 확실하게 버리고 챙길 캐릭터는 확실하게 챙긴다. 이는 곧 시간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것은 캐릭터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가 쌓이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한편 한편을 굳이 또 틀 필요가 없다. 영화는 대략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끝나면 못난 캐릭터를 더 안봐도 되지만 드라마는 다음 주에, 혹은 다음 편에 또 그 못난이를 봐야 한다. 경우가 다르다. 성공한 드라마에는 반드시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런 관점에서 [킹덤]에는 분명 매력적인 주연과 조연이 있다.

 

 

 

예민 보스 세자 이창. 다른 인물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배역에 잘 어울린다. 보통 이런 주인공은 '무조건 정의감이 넘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마냥 정의롭지만은 않은 캐릭터여서 정이 간다. 연기도 정말 잘한다. 역시 주지훈 배우는 진중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배역이 가장 잘 어울린다. 영화 [신과 함께]에서 맡은 '해원맥'은 가히 역대급이라고 볼 수 있다.

 

 

 

세자 이창을 졸졸 따라다니는 호위무사 무영.

주 업무 : 세자 기분 풀어주기.

부 업무 : 세자한테 혼나기.

 

 

 

뭔가 답답하고 뭔가 어색하고 뭔가 미간을 펴주고 싶은 서비. 모든 캐릭터 중 가장 컨셉이 애매하다. 차라리 좀 더 강단이 없어 보이는 배우가 캐스팅됐으면 어땠을까. 너무 할 말 다하는 경향이 있다. 

 

 

 

학창 시절 분명 계주 대표였을 영신. 액션에 최적화되어있는 몸을 가진 것 같다. 범죄도시에 나오는 조선족 삼형제 막내, 악인전에 나오는 최종 사이코패스 범인을 모두 연기했던 김성규 배우다. 이렇게 잘 달리기 때문에 범죄도시에서도 도망을 그렇게 잘 쳤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고, 콘셉트가 완벽하다. 설정, 배경, 피지컬, 연기, 신체조건, 분장, 대사와 행동하는 이유까지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이다.

 

 

 

사극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배우 류승룡의 해원 조씨다. 악역을 잘 맡지 않는 배우여서 더욱 신박하게 다가온 캐릭터다. 뭐 연기는 명불허전이니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최근에 극한직업에서 봐서 그런지 계속 농담을 던질 것 같아서 불안했다. ㅋㅋ..

 

 

 

한대 콩 쥐어박아 주고 싶은 계비 조씨. 아마 '자존감 높은 표정' 연기는 국내 배우들 중 손에 꼽을 듯싶다. 

 

 

 

없었으면 되게 서운했을 조범팔. 서비의 답답함을 그나마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필수적인 캐릭터다. 사실상 조범팔이 없었으면 서비는 정말 무의미한 캐릭터였을 것이다. 매우 어둡고 긴박한 극의 분위기에 아주 약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감초 같은 캐릭터다. 연기도 탁월하다.

 

 

 

[킹덤]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캐릭터이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것이 개연성이다. 속도가 빠른 와중에도 중간중간 지도를 넣어주거나 자연스럽게 상황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흐름을 놓칠 일이 없다. 또 드라마의 오프닝 시퀀스나 클라이막스 연출, 궁궐이나 의복 등의 디자인이 참 잘 되어있다. 한마디로 '안 촌스럽다'. 서비(배두나)를 제외하면 연기도 그닥 거슬리지 않고 -연기는 그저 그런데, 사극 톤이 살짝 어색한 감이 있다. 문제는 그게 계속 반복되어 나온다는 점이다.- 좀비에 대한 묘사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성격이 급한 것은 고쳐지지 않고 좀비가 되었는지 [워킹데드]의 좀비와는 달리 정말 빠르게 뛰어오는데, 실제 그 자리에 있었으면 그냥 다 포기하고 좀비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빠르고 무섭고 강하다. 진짜 한국인 좀비 같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학창시절 내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좀비가 나오는 꿈을 꼭 꿨었다. 당시 거주하던 동네의 마을버스(양천 02)를 타고 가던 도중 감염자 한 명이 탑승하게 되고 운전자를 포함한 모든 승객을 다 감염시켜 버린다. 그때 창문으로 탈출한 나와 동행인은 하루 죈종일 쫓기고 또 쫓긴다. 결국 높은 건물의 옥상까지 도망친(다분히 좀비영화 클리셰적인) 나와 동행인은 추한 좀비가 되느니 떨어져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투신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땅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헉! 하고 깨어 "꿈이었구나.. 다행이다"를 연신 속으로 외치곤 했다. 하지만 꿈의 내용보다 더 꿈같은 것은 대략 20~25번 정도 똑같은 내용의 꿈만 주기적으로 꿨다는 것이다. 왜 꺼냈는지 모를 어릴 적의 추억이다. 

 

암튼 재밌다.

 

 

 

[킹덤] 시즌1.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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