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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25. 20:42

 

 

웨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하고

레이프 파인스, 토니 레볼로리 등이 연기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감독 중 한 명인 웨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한 8번째 장편영화다. 그의 영화는 마치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한 눈에 봐도 그가 연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분히 연극적인 대사라던가 정적인 카메라워크, 수평 수직적인 연출들은 관객들이 이 감독을 알아보게 함과 동시에 그의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사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전작들은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유독 이 작품은 특출 난 색감과 빠른 전개, 유려한 포스터와 프로덕션 디자인에 매료되어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테크닉이다.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보여주는 여러 장면들은 환상적인 색감과 어우려져 마치 어릴 적 즐겨 보던 동화 속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색감이 뛰어난 영화를 생각하면 가장 처음 생각나는 영화가 됐달까. 보통의 영화가 하나의 톤으로 계속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작품은 레드 계열의 수많은 색감을 하나씩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레드, 핑크, 바이올릿. 세 가지 대표적인 색감을 필두로 나머지 연결되는 색들이 줄을 이어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나라를 건국한 듯하다. 또, 가끔씩 보이는 과장된 연출과 비현실적인 대사들은 그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만화적인 효과음에 강한 클로즈업을 사용한다거나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나올법한 대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거기에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되는 서사구조는 말 그대로 책 속으로, 아니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공을 참 많이 들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장면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구석탱이의 색감도 조정한 티가 난달까. 이미 대단한 영화감독이 많은 할리우드 시장에서 이만큼 자신만의 영역을 전개했다는 게 실로 놀랍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길지 않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속도로 진행된다. 파트도 나눠져 있고 사건을 명확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에 큰 노력 없이 봐도 잘 이해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분히 시각적인, 어떤 서사적인 면만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주제의식을 전달하고 있을까. 사실 이영화는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로 보면 100% 이해할 수 없는 역사 영화다. 기차 안에 등장하는 여러 군인의 모습이나 나라 이름같이 역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여러 장치들은 이 영화가 어떤 특정한 격동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또한 주인공인 구스타브는 부당한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낭만을 쫓아 언제나 품위를 지키는 '마지막 낭만주의자'라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외부적인, 다분히 국가적인 변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리움'이라는 소재로 진행되는 영화다. '그리움'은 돌아갈 수 없음을 아는 데에 진가가 있는 감정이다.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시절을, 사람을, 장소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 때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그 시절이 아름다워진 것인지, 원래 아름다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상은 추악하고 더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그리워할 땐 그것의 실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나왔고, 돌아갈 수 없기에 이미 아름다운 것이다. 다소 모순적이다. 다루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특별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 역설을 유쾌한 방법으로, 아름다운 과거로, 그리운 향수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를 '지나온 적 없는 어제의 세계들에 대한 근원적 노스탤지어'라고 평했다. 나는 이동진 평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오락, 추리 영화인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위의 한줄평을 보고 영화를 다시 보면서 앤더슨 감독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었다. 역시 부족할 땐 배운 사람의 의견이 아주 좋은 약이 되어준다.

 

 

 

[Grand Budapest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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