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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글래디에이터, 리들리 스콧]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26. 02:40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하고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 등이 연기한다.

 

역시 눈뽕은 스콧이다. 길게 말해보자면, 시각적 즐거움은 리들리 스콧 영화가 최고다. 그는 이 영화에서 비주얼리스트라는 별명을 납득시킨다. 그것도 아주 마음껏. 고증이나 역사적 사실은 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듯 하다. 아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영화라는 매체로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의 극한을 표현하는 것일게 분명하다. 그리고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그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 관객은 게르만족과의 대규모 전쟁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시퀀스부터 이미 압도당한다. 서로가 죽고 죽이는 그 10분 남짓한 시간에 마치 이 영화에 의심을 품지 말라는 듯, 이 영화에 들인 시간을 후회되지 않을거라는 듯 아주 강력하게 어필한다. 기가 막힌 첫 번째 전쟁 시퀀스를 필두로 이어지는 여러 환상적인 장면들은 역사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방해 없이 그 세계로 풍덩 빠져들 수 있다. 영화 내내 보여주는 실감 나는 환경과 프로덕션 디자인은 진짜 로마시절로 돌아가 촬영한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억 달러다. 1억 달러면 11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4억 넘게 벌어들였다고 한다. 여러모로 스케일이 참 큰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러셀 크로우는 내내 화나 있어서 계속 같은 연기를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딱히 평가할 수 없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그야말로 남달랐다. 사람을 매혹하는 연기를 하더라. 가끔은 열광하고 가끔은 절망하며 가끔은 사랑에 빠져 허우덕대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 미쳐버린 황제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는 입의 모양을 참 잘 사용하는 배우다. 휘어지고 벌어지고 샐쭉하면서도 덤덤한, 독특한 입모양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배역에 대한 완전한 몰입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듯 관객의 마음을 홀린다. 

 

 

영화는 막시무스라는 허구의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는 계속 강요받는 인물이다. 황제가 제안한 권력의 힘을 강요받고, 존경하지 않는 새로운 황제의 명령에 강요받고, 검투사가 되어 죽기 전까지 싸워야 하는 운명에 강요받는다. 그리고 그는 계속 거부한다. 그러나 언제나 강요의 반대편엔 자유가 아닌 보복이 기다리는 법이듯 그는 결국 새로운 황제의 명령에 의해 죽지도 살지도 않은 유령의 상태로 전락한다.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는 하나 끝내 죽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하는 처지, 즉 검투사가 된다. 그의 뚝심이 만든 결과는 나름 참혹하다.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고 아내와 아이는 죽음을 맞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요기거리가 된 채로 덧없는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는 쟁취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끝내 원하는 것을 얻어야 멈추는 황소와도 같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상태에서도 그는 전쟁의 승리를, 부하의 충성을, 친구의 믿음을, 끝내는 스스로의 복수를 쟁취한다. 그는 올곧고 정의로우며 신념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슬픔도 아는 '영웅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이 잘 풀리지만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한 막시무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는 비록 힘들었어도 끝내 자신이 가진 철학과 신념을 관철시키는 초인이니까 말이다. 심플하면서도 매력있는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가 있으니 당연히 영화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복잡하지 않은 플롯과 직관적인 각본, 일관된 등장인물들의 심리 등의 부가 재료들은 주 재료를 훌륭히 받쳐주면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거기에 시각적 즐거움은 플러스 알파. 이만한 오락영화가 어디 있겠는가.

 

스케일이 아주 큰 -1억 달러를 쓴- 영화다. 이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에 감사를 표해야 할 정도다. 앞서 말했듯이 로마사 덕후가 아닌 이상 재미있게 볼 수밖에 없는 영화다. 러닝타임은 긴 편이지만 아마 시간 따위는 콜로세움에 자리한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에 묻혀 순식간에 잊혀질 것이다.

 

 

 

[Gladiator]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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