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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디파티드,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20. 02:58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 등이 연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장르가 모두 들어있는 진귀한 영화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언제나 '큰 한 방'은 없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일정한 높이의 파도를 치게 하는 감독이다. 또, 잔인한 장면을 굳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잔인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리고 절대 '재미없게' 만들지 않는다.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와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는 어느 정도 장르적인 동일성을 가지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감상을 남긴다. 전자는 총알을 있는 대로 갈기는 쾌감이라면 후자는 총을 몰래 겨누고 있는 쫄깃함이랄까. 뭐 여튼 두 거장 모두 최상의 오락 영화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만나면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 캐스팅을 보자. 주연은 셋이지만 디카프리오는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에선 특별하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2000년대 이전 페르소나가 로버트 드 니로였다면 그 이후엔 분명 디카프리오일 것이다. 항상 궁금하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디카프리오의 그 유려한 생김새의 어떤 부분에서 하드보일드 한 면을 발견한 걸까. 어떻게 이런 배역들을 맡길 수 있을까. 이건 마치 봉준호 감독이 [마더]에서 원빈에게 바보 역할을 맡긴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뭐 어쨌든 언제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서 참 호감이다. -나의 한 친구는 디카프리오 출연 영화를 다 봤을 정도로 광팬이다- 또, 언제나 최상의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는 잭 니콜슨(그의 연기에 대해선 일전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과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여기선 짧게 언급한다)과 주가가 많이 높아진 맷 데이먼, 그리고 언제나 보증된 연기력을 보여주는 19곰 테드의 절친한 친구 마크 월버그가 출연한다. 거기에 장르는 느와르다. 어찌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은가. 

 

영화는 길다. 2시간 30분이나 되는 영화다. 물론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다.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닐 테지만, 이 영화가 2시간 30분으로 느껴질 순 없을 것이다. 많이 쳐줘야 1시간 40분이다. 그만큼 전개가 빠르고 플롯의 구성이 탄탄하다. 또 훌륭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있고 그것들이 어색한 부분 없이 한데 모여 완벽한 그림을 이루고 있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는 게 이상하다. 2시간 30분을 보내야 하는데 시간을 빨리 단축시키고 싶다면 [디파티드]를 보면 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담배 냄새 나는' 영화다. 이는 나의 여자친구가 느와르 장르를 보며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데, 아주 적절하다. 경찰과 갱, 협력과 배신, 음모와 계략, 죽음과 죽음. 느와르 장르는 언제나 결말이 뻔하지만 그 뻔함을 알고 보는 맛이 있다. 나는 여자친구와 달리 느와르 장르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더 빨리 죽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디파티드] 일지도 모른다. Departed. Depart로만 쓰면 출발하다 정도의 의미지만 Departed가 되면 누군가의 죽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이 된다. "죽었다" 대신 "세상을 떴다"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의 감성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은 Departed 된다. 누가 어디에 잠복했든, 누가 정보를 몰래 빼내고 있든, 누가 결국엔 뒤통수를 치든 끝내 모두 세상을 뜬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남의 목숨을 다루는 자들이 맞이하는 비참하고 외로우며 덧없는 죽음이다. 또 이 영화에는 진실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어떤 이는 자신에게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을 찾고, 어떤 이는 자기 스스로의 진짜 신원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어떤 이는 끊임없이 진실을 감추려고 한다. 물론 진실이고 나발이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두 죽는다. 그리고 진실은 무덤 밑에 처참히 파묻히고 만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진실'을 만들어 또 다른 하루를 보낸다. 감독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혹은, 진실을 알기 위해선 때론 죽음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 혹은, 진실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때 가장 평화롭다는 것? 아마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영화는 '경찰에 잠입한 갱의 일원'과 '갱에 잠입한 경찰의 일원'이 겪는 각각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떤 의미로 보면 한국 영화인 [신세계]와 같은 맥락인 것인데,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결말을 맞는 방식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신세계]가 [디파티드]를 많이 참고한 듯 보이기도 한다. 좋은 점을 주고 받아 각자 훌륭한 영화가 되었으니 또 다른 쾌거가 아닐까. 게다가 이 [디파티드]는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하니 세 영화가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아! 마크 월버그의 대사가 정말 찰지다. 아주 다양한 영어 욕을 구사하는데 창의력이 돋보일 정도.

 

 

 

[Departed]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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