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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D.P, 시즌1] 드라마리뷰

by jundoll 2021. 8. 29. 19:07

 

 

다시 군대로 돌아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킹덤]을 이어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의 획을 긋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너무도 훌륭한. 본격 선진병영 교육 드라마 [D.P]는 넷플릭스에서 8월 27일 방영을 시작했다. D.P는  Deserter Pursuit, 즉 탈영병 추적이라는 뜻이다. 포스터의 두 인물 안준호 이병(정해인)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은 103보병사단 D.P 보직을 맡고 있는 평범한 두 군인이다. 드라마는 그 둘을 중점으로 군대에서 겪는 부조리한 사건과 사회에서 겪는 여러 다양한 사건을 다룬다. 군대 드라마. 뻔해 보일 수 있다. 군대의 부조리함이나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창작물은 이미 많이 다뤄왔다. -군대 안에서 싹트는 사랑과 우정을 다룬 창작물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건 정말 픽션이니까- [공동경비구역 JSA]로는 남북한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다뤘고, [실미도]로는 범죄자와 군인 사이에 있는 이들의 비극적 말로를 다뤘으며, [용서받지 못한 자]로는 병영 내의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D.P]는 군대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은 같지만 완전히 새로운, 그리고 가장 최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 다르다. 탈영범을 잡는다는 소재로 군대 전체의 부조리가 아닌 군인이라는 신분에 감춰진 한 개인의 사정을 더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새롭다. 또, 극의 배경이 2014년이어서 신형 디지털 군복이 보급되고 난 뒤에 '선진병영'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착하기 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다른다는 점이 최신스럽다. 거기에 비록 지금 현재는 아니어도 대한민국 청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그러니까 계층이나 학벌, 취향에 의해 차별받고 무시받는 모습을 비추고 있어서 작게는 군대라는 시스템을, 크게는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어서 유의미하다.

 

또한, 6화밖에 되지 않는 짧은 회차임에도 스토리를 진중하게 이끌어 나가는 힘도 분명하고, 새어 나가는 캐릭터도 없으며, 쓸데없는 길로 새지도 않는다. 거기에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이 탄탄해 보는 맛이 있고 적절한 OST와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는 푸른, 그러나 점점 탁해지는 색감으로 드라마를 표현한 점도 놀랍다. 물론 몇 조연 배우의 연기력과 부적절한 대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집중을 많이 깨지 않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캐릭터를 보자.

 

 

 

 

탈영병 잡는 이등병, 술주정뱅이 아빠를 둔, 엄마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한, 그냥은 못 넘어가는 안준호 이병. 사실 군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다. 불같은 사람이랄까. 캐릭터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남들 다 가는 대학도 못 가고 여러 곳에서 무시받는, 집 사정도 녹록지 않은 소시민 중의 소시민이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남에 대한, 특히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추리능력도 상당하여 빽도 뭣도 없는 이등병 주제에 -소위 꿀 빤다고 정평이 나 있는- D.P 보직을 받게 된다. 훌륭한 능력과는 반대로 "군대에 오지 않았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냐"는 말을 할 정도로 군대의 어긋난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고수하는 인물이다. 물론 군대뿐이 아닌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품고 있기도 하다. 한호열 상병과 함께 D.P 임무를 진행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직면 및 해결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사정도 어느 정도 풀어가고 있는 인물.

 

사실 캐릭터가 아주 입체적이고 또 대변적(현시대의 청년들을 대표하는)이라 중심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본다. 이성보다는 본성과 직감에 따라 움직이고 세상은 차갑게 대할지언정 약자에겐 한 없이 감정적이어지는 캐릭터라 정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또 그 역할을 정해인 배우가 상당히 잘 소화하고 있어서 항상 2%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연기에 있어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D.P]의 시작이자 끝, 처음이자 마지막, 무기이자 방패, 웃음과 울음. 그 모든 타이틀을 가져간 마성의 캐릭터 한호열 상병(구교환). 군생활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부대마다 한 명씩 꼭 있는 '아무리 미운 짓 해도 절대 안 미운 선임'을 맡고 있다. 언제나 까불까불 하고 잘하는 것도 딱히 없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일을 해결하는 수완, 때로는 규칙 따윈 내던지는 융통성을 지닌 슈퍼 멀티플레이어이다. 안준호 이병과 전국 팔도를 유랑하며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일을 즐기는(?)듯 보이기도 하지만 과거 큰 상처를 입기도 했어서 뼈아픈 트라우마가 자리 잡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이번 시즌 1에서는 당연히 많은 비중임에도 그의 가정사나 과거사, 본심이나 본성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게 드러나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뭐 이 또한 시즌 2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니 큰 불평은 하지 않겠다. 

 

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정말 연기를 잘한다. 본인 군 생활도 그렇게 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고 분명 어색할 수 있는 대사도 정말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조금만 더 유치해지면 재미없어질 수 있는 대사인데도 세련된 방식으로, 딱 한호열 상병이라는 캐릭터에서 절대 어긋나지 않는 방식으로 내뱉는다. [모가디슈]에서 허준호 배우나 김윤석 배우 같은 대선배들의 연기력 대방출에도 밀리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게다가 나이가 40에 가깝다는 사실은 또 나를 놀라게 하게 한다. 얼마나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인가. [킹덤 아신전]에 잠깐 얼굴을 비췄으니 [킹덤 시즌3]에서도 북방족 보스로 분명 한몫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기적인가. 기대감이 높아져만 간다.

 

거기에 안준호 이병과의 케미는 여러 버디 무비에서 봤던, 그러니까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언제 봐도 즐거운' 그 관계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까불거리지만 갈구지 않는 선임과 무뚝뚝하지만 말 잘 듣는 후임. 언젠가 우리네 군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한 번쯤 겪어봤거나 봤던 그 모습이 눈에 비칠수록 정겨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정형적이지만 언제 해도 실패하지 않는 버디 무비의 특징을 드라마 속 소재와 잘 섞으니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증폭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103 헌병대의 수사과 군탈담당관. 그러니까 한호열 상병과 안준호 이병의 직속 상관 되시겠다. 두 D.P조원의 까칠한 스승 같은 존재. 구교환과의 케미도 훌륭하고 작중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도 적절하다. 이 캐릭터도 정말 군에 하나쯤 있는 '그나마 책임감 있고 병사를 아끼는 몇 없는 간부중 한 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사실성을 높이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다만.. 자꾸 연기가 인위적 이어 보여서 유일하게 극의 집중을 깨는 존재기도 하다. 이는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문제인데, 이전작인 [싱크홀]에서도 계속 보였던 '설명적 연기', 그러니까 자꾸 모든 감정의 단계를 차근차근 착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예를 들어 [평온-빡침]의 두 단계를 길게 늘여서 [평온-덜 평온-슬슬 빡침-더 빡침-진짜 빡침] 의 다섯 단계로 늘리는 느낌이랄까. 평소에 욕도 잘 안 쓰는지 욕 연기가 너무 어색하다. 그냥 "새꺄!" 라고 하면 될 걸 "식,끼야!" 라고 해서 욕을 애써 뱉는 느낌이 든다. 군인이라 함은 자고로 밥 먹을때, 잘 때, 씻을 때, 훈련받을 때, 정말 아무 때에도 욕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 표현이 어색하니 자꾸 몰입이 깨지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생각이다. 그저 분명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던 배우였는데, 어느 기점부터 연기가 설명적이어지는 모습이 자꾸 눈에 띄어서 아쉬울 뿐이다.

 

 

 

진심으로 너무 무서웠던 황장수 병장. 물론 비중이 꽤 되는 캐릭터긴 하지만 굳이 소개할 필요까진 없는데도 불구하고 따로 자리를 내어 소개하는 이유는 그 '부대의 실세'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한치의 오차 없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입대한 줄 알았다. 정말 이렇게 똑같이 생기고 이런 머리를 하고 이런 복장을 한 선임은 -반드시 병장이거나 상꺽 이상- 어느 부대에나 다 있었을 것이다. 어느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생산해낸 듯한 '군 기강 수립용 갈구기 기계' 같달까.

 

근데 반전인 것은 이 배우가 아직 미필이라는 것이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분명 어릴 적 해병대 캠프라도 갔을 것이다. 미필인데 이렇게 군필 같아 보이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나이를 속였거나 엄청난 연기 공부를 했거나. 당연히 후자겠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 이 정도 메소드 연기를 할 수 있는 정도면 이 어린 배우, 신승호의 앞날이 한없이 창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저 얼굴만 봐도 내가 다 무섭다.

 

 

 

스포가 되는 부분이나 몇 결정적인 캐릭터의 소개는 하지 않았다. 방금 막 올라온 따끈따끈한 드라마고 내 하찮은 소개로 어떤 프레임이 씌워지게 되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좀 남겨보자면, 우선 고증이 정말 훌륭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대적, 소품적 고증 말고 군대가 돌아가는 시스템적인 고증 말이다. 고작 토끼 몇 마리 돌봐봤는데 군견병에 차출된다거나 키가 크다는 이유로 헌병에 간다거나 하는 대충대충 시스템과 내가 당했으니 너네도 당해야 한다는 악습적 부조리 시스템은 정말 고증이 훌륭하다 못해 사실적이기까지 하다. 또, 6.25 때 쓰던 수통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 점이나 전역하면서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하는 못된 선임, 우리는 후임한테 잘해주자던 선임이 변하는 과정 등 가려져있던 비극적인 군대의 이면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마 군필, 그중에서도 선진병영 제도가 도입되기 전 2014년 쯤에 복무한, 그 중에서도 육군, 그 중에서도 헌병단에 있었던 사람은 내가 군대에서 전역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각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훌륭한 묘사였고 훌륭한 연기였다. 진짜사나이 같은 예능으로 군대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 [D.P] 한 편 보면 끝이다.

 

드라마의 메시지도 분명하다. [D.P]는 앞서 말했듯 탈영병을 잡는 상황에서 필요한 추리와 활극에 그다지 많은 비중을 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시스템 앞에 무너진 한 개인의 사정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통쾌함이나 화려함보다는 성찰과 동정심, 또는 시스템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군대에 지원한 게 아니라 잡혀왔다는 설정이 근저에 깔려 있으며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생활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기간을 버텨야 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대한 작은 위로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군대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시스템적 부조리와 이유 없는 폭행, 성추행과 따돌림을 간접적으로나마 고발하면서 이런 일이 제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외치는 작은 발언이기도 하다.

 

 

내가 군생활을 할 당시인 2016~2018 때는 -물론 부대마다 상황마다 다 다르지만- 선진병영 시스템이 스며들고 있을 시기라 부대에서 큰 따돌림이나 폭행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선임 후임 가릴 것 없이 뒤에서 욕하거나 1대 1로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식이었지 위 드라마의 배경인 2014년 군대처럼 무자비하게 패면서 모멸감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건 나만의 이야기다. 여전히 군대엔 부조리가 많다. 드라마 속 모 상병의 대사처럼 "꼬우면 군대 일찍 오던가!" 따위의 헛된 이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드라마 속 명대사처럼 6.25 때 쓰던 수통도 바뀌지 않는데 무슨 군대가 바뀌길 바라겠는가. 바뀌기엔 권력을 잡은 자들이 건재하고, 바뀌기엔 그 밑의 병사들이 이미 당한 것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가진 장점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D.P]는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주 단호하고 확실하게 말이다. 그러니 만약 군대가 허울뿐이 아닌 진정한 선진병영을 만들고 싶다면, 그들은 당장 오래되고 효과도 없이 '틀어줘야 해서 틀어주는' 정훈교육 영상 말고 이 드라마를 필수적으로 시청하게 해야 한다. 분명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길지 않다. 40분씩 6회니까 그래 봤자 4시간 정도면 다 본다. [킹덤 시리즈] 이후에 제대로 된 넷플릭스 드라마가 드디어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 시장은 이제 새롭고 훌륭한 예시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시즌 2가 기다려지는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D.P] 시즌1.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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