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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팔콘 앤 윈터솔져] 드라마리뷰

by jundoll 2021. 7. 19. 16:39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앤서니 매키, 세바스찬 스탠 등이 연기한다.

디즈니+에서 방영된 페이즈 4의 두 번째 드라마다.

 

사실 불만이 많았다. 샘에게.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은 팔콘에게, 아니 팔콘에게 방패를 건네준 캡틴에게 불만이 많았다.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인 팔콘은 특출 난 능력이 있는 것도, 슈퍼 솔저인 것도, 그렇다고 유능한 두뇌를 가진 것도 아닌 그저 날개를 단 '일반인'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고?" 다소 많은 투정이 섞인 그 말로 팔콘의 캐릭터성과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이 [팔콘 앤 윈터 솔저]를 보고 나서 마음이 싹 바뀌었다. 팔콘은 스티브 로저스의 전신이 아니다. 정말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자격이 충분하다. 진정한 3대 캡틴 아메리카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팔콘 앤 윈터솔져]는 직전에 나온 [완다비전]과 같이 어벤저스 멤버들 중 인지도와 비중이 적었던 캐릭터들을 조명해주는 일종의 심화과정 같은 작품이다. [완다비전]에서는 제대로 서사가 이어지지 않았던 완다와 비전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번 [팔콘 앤 윈터 솔저]에서는 스티브 로저스가 떠난 뒤에 남겨진 가장 친했던 친구 둘의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에 더해 현재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처한 내부적인 고충과 해결해야 할 커다란 문제들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흑인, 이민자, 퇴역군인, 타국적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테러리즘과 반정부단체 같은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 토론하기를 원한다. 상대적으로 영화에 비해 러닝타임이 긴 드라마의 특성을 이용해 더 깊고 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 쓸데없는 이야기를 빼고 캐릭터의 핵심적인 서사와 필요한 등장인물만 등장시키는 점에서도 칭찬하고 싶다. 그렇다면 작품 외적인 비주얼은 어땠을까. 마블은 역시 마블이다. 사실 [완다비전]에서는 히어로들이 거의 마법사(?) 혹은 인공지능이었기 때문에 '액션'보다는 'VFX'를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 [팔콘 앤 윈터 솔저]에 나오는 히어로들은 팔콘처럼 일반인이거나 윈터 솔저처럼 슈퍼 혈청을 맞아 단순히 신체능력이 강화된 정도이기 때문에 투박하지만 힘 있는, 화려하면서 처절한 육탄전을 볼 수 있다. 게다가 팔콘이 자신의 기계 날개를 이용한 고공활강 액션, '레드윙'이라고 부르는 드론과 함께 지능적으로 싸우는 모습이나 정찰이나 구출, (스티브 로저스처럼 주먹 쥐고)무작정 싸우는 것보단 날렵한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샘 윌슨, 더 블랙 팔콘, 3대 캡틴 아메리카 되시겠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실 그의 애매한 캐릭터성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왜 스티브 로저스가 그에게 방패를 맡겼는지 납득이 되었다. 그는 완벽한 선인이다. 그는 상대를 함부로 악인이라 규정짓지 않고 진정시키며 대화로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금빛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내에서는 약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기도 한다. 억만장자, 세기의 영웅, 비밀집단의 암살자, 괴물을 키우고 있는 남자 등 단 한 명도 '일반인'이 없었던 어벤저스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윈터 솔저와 티키타카 하는 모습이나 가끔씩 개그 던질 때도 너무 귀엽고.. 이젠 생긴 것도 귀여운 초코볼같이 생겨 보인다.. 여러모로 독보적인 위치가 아닐까.

 

 

 

애잔 보스 버키.. 옛날 옛적 살인 병기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유행에 뒤쳐진, 재미없는 농담만 하는, 과거에 얽매여 있는 106살 할아버지의 모습만 보여준다. 싸움실력도 뭔가 퇴화한 것 같고 덜 건강해 보인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무자비한 살인들에 대해 계속해서 고통받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사과를 하던 버키는 종국에 가선 '남'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진정한 사과를 하게 되며 지금껏 할 수 없었던 내면적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게다가 아주 잘 생겼고.. 이젠 개그도 치기 때문에..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런.. 

 

나중에 가선 팔콘과 함께 싸우고 행동하며 유대감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셜록 홈즈]나 [분노의 질주]에서 느낄 수 있는 '우정'적인 연출을 볼 수 있어서 두근거리기도 했다. 둘이 끊임없이 떠들고 장난치고 하는 모습을 보면 꼭 그 중간에 스티브 로저스가 둘의 등을 토닥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아련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여러모로 훌륭한 브라더 케미다.

 

 

 

이번 드라마의 씬 스틸러 제모 남작. 알고보니 실제로 남작이어서 돈이 많은 설정이라는 점, 소코비아 출신이기 때문에 어색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그게 본래의 말투와 섞여 시니컬하고 차가운 모습을 부각한다는 점, 머리도 똑똑하고 연줄도 많아서 사실 얘 없었으면 팔콘이랑 윈.솔은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 등. 이번 드라마에서 자신의 캐릭터성을 아주 제대로 보여준 제모. 사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다분히 단편적이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작을 통해 지능적이면서 합리적인, 그리고 이성적인 빌런의 이상향을 보여줘서 많은 캐릭터들의 모범이 될 것 같다.

 

 

 

캡틴 사후 다음 두 번째 캡틴 아메리카로 지정된 존 워커. 복무 당시 세 개의 훈장을 받았으며 싸움도 잘 하고 대인관계도 좋으며 아내한테도 잘한다. 드라마 내에서 악역 아닌 악역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난 존 워커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 2대 캡틴도 시켜서 한 거고 (물론 좋아했지만), 혈청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혈청 맞은 플래그 스매셔들에게 진 것도 당연한 거고, 그러니 혈청에 욕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물론 잘하려는, 주변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과한 욕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도대체 누가 그 정도도 없단 말인가. 게다가 훈장을 세 개나 받은 다른 의미로 '슈퍼 솔저'인 셈인데 당연히 더 잘하고 싶지 않겠는가. 선배들(팔콘 앤 윈터 솔저)에게 텃세 아닌 텃세를 좀 받은 거지 친해질려고도 했고..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은근 정이 갔다. 아주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고 누구라도 [캡틴 아메리카]라는 상징을 달게 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동정심이 간다. 사람은 잘못한 게 없다 상황이 잘못했을 뿐. 다음 복무지에선 행복해..

 

 

 

캡틴 아메리카와 썸탔던 그녀. 샤론 카터 (페기 카터의 손녀)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뭔가 미국 솔지(EXID) 같은 느낌- 물론 더 badass적인 면모를 가지고. 그때 캡틴을 도왔다는 명목으로 도망자 신분으로 살고 있지만 또 생활력이 좋아서 나름.. 잘 살고 있었다. 사실 왜 있는지 잘 모르겠는 배역이긴 한데 낯익은 얼굴을 또 등장시키는 마블의 연출을 알기 때문에 흥미롭게 봤다. 다른 영화에 또 나올듯한 떡밥을 남기며 유유히 걸어 나간다. 역시 마블은 쉽게 캐릭터를 버리지 않는다.

 

 

 

존 워커의 죽마고우 르마. aka 배틀스타(솔직히 네이밍이 너무 구리다.. 별로 세지도 않은데 왜 전투의 별이야). 딱히 하는 건 없지만 존 워커에게 큰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배틀스타. 결국 존 워커의 각성을 위한 촉매제로서 서사가 종료된다. 별로 정은 안 가고.. 그냥.. 그런.. 인물..

 

 

 

이 드라마의 또다른 악역 아닌 악역 칼리. 디즈니의 메리다를 연상시키는 머리를 하고 순박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난민 출신으로서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원하는 단체 '플래그 스매셔'의 리더이다. 슈퍼 혈청을 맞아서 힘도 무지 세고 싸움도 되게 잘하는데 아무래도 어리다 보니까 사상적으로 많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린데 너무 많은 것을 이고 있는 바람에 무너져버린 불행한 캐릭터가 아닐까. 사실 좀 애매하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서사를 가지고 있다. 조금 더 확실한 이유와 납득이 가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설명이 부족한 편이긴 하다. 

 

 

 

전체적인 평은 '재밌다'다. 우선 드라마가 한 화에 40분에서 45분 사이로 짧기도 하고 '플래그 스매셔'의 속사정 외엔 다루지 않는 내용이 없어서 서사가 깔끔하게 종료되기도 하고 잘 짜여진 육탄전과 고공 활강 액션이 시원함을 선사하기도 하기 때문에 짧고 굵게 볼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마블의 팬이라면, 추후 나올 페이즈 4, 5, 6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봐야 한다. 드라마라고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 내가 그랬었는데 지금은 생각을 뜯어고쳤다. 물론 애초에 디즈니+가 한국에 론칭을 안 해서 볼 수도 없으니까 마블 측은 빨리 BTS의 나라에 서비스를 시작해줘야 한다. BTS가 한 번 호소해주면 금방 될 텐데..

 

[팔콘 앤 윈터 솔저]는 초반에 기술했듯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미국'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한민족 국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감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계층적인 차별은 있을지언정 인종적인 차별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징이나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면 드라마의 재미는 당연히 반감된다. 길 가던 흑인이 검문받는 모습이라던가, 어떤 마을은 흑인만 살고 있다던가, 블랙 캡틴 아메리카가 탄생할 수 없는 이유라던가, 플래그 스매셔가 왜 이렇게까지 급진적으로 변한다던가, 세계를 구했지만 여전히 힘들게 사는 팔콘의 가족이라던가 등. 다행히 나는 애초에 미국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영어에 대해 아주아주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거기에 마블의 골수팬이기 때문에 200%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마블의 이런 처사, 그러니까 PC적인, (여기서 PC라 함은 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을 뜻한다.)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다분히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물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마블 원작 코믹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작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다. 부모님이 있었으니까 자식이 세상에 나온 것처럼. 그러나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아마 MCU를 원작 코믹스의 팬들만 좋아하는 마이너 한 프랜차이즈였다면 PC적인 요소는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MCU는 원작 코믹스의 팬들 뿐 아니라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일반인들의 마음까지 홀라당 빼앗아버렸다. 그러니 MCU는 원작에 충실하기도 하면서 변해가는 세상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캐스팅을 진행하면서 인종을 바꾸거나 드라마나 영화가 전달하는 주제의식에 PC적인 요소를 넣는 행위는 무조건적으로 규탄받을 '나쁜 짓'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며 기존의 팬들의 기대까지 충족시켜주려는 MCU의 '노력'이라고 봐야 한다. 잘하고 있는지는 이어지는 작품에서 확인하고, 지적하고, 고쳐나가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MCU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다른 콘텐츠와 완벽히 비교되는 퀄리티를 가진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새로운 배우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좋은 작품들을 계속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은 수용자의 자세다. 너무 딱딱하게 굴 필요 없다.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는 짧다. 긴 영화라고 보면 된다. 마블이 만든 드라마들을 보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절대 대충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다비전]도, [팔콘 앤 윈터 솔저]도 그랬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보면 아마 나처럼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에게 푹 빠질 것이다.

 

 

 

[The Falcon and The WinterSoldier]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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