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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완다비전] 드라마리뷰

by jundoll 2021. 7. 16. 21:12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엘리자베스 올슨, 폴 베타니 등이 연기한다.
디즈니+에서 방영된 첫 MCU드라마이자 페이즈 4의 첫 작품이다.

마블은 역시 마블이다. 드라마 [완다비전]은 별로 비중이 크지 않았고 가장 불행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의 삶과 감정에 대해 깊고 소중히 다루며 비전(폴 베타니)과의 관계성과 앞으로의 미래를 모두 담은 웰메이드 히어로 드라마다. 지금까지 마블의 모든 영화를 챙겨본 사람으로서, 또 엔드게임을 볼 당시 눈물을 한 바가지 흘린 사람으로서 기대와 염려를 모두 하고 있었던 작품인데 마블은 역시 마블이다. 맥도널드가 항상 맛있듯이 이 MCU는 절대 큰 실망을 시키지는 않는다.

타노스의 블립(모든 생명체의 50%를 소멸하는 것, 핑거스냅) 이후의 삶을 조명하기도 하고 이전작에 등장한 여러 조연들의 탄탄한 설정과 연기,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공을 들인 VFX,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까지. 사실상 팬의 입장에선 뺄 게 없는 수작이다.



모든 것을 잃었던 완다. 부모님은 어릴적에 폭격에 맞아 사망, 동생은 울트론이 쏜 총에 맞아 사망, 애인인 비전은 타노스에게 머리를 꼬집히며 사망. 어떻게 아직까지 빌런이 되지 않았는지가 의아한 완다는 슬픔에 절규하며 동네 하나를 통째로 납치해버리고 만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완다에 의한, 완다를 위한, 완다의 드라마. 연기력은 일품이고 특히 그 손동작(마법을 쓰는)의 유려함은 그녀가 이 캐릭터에 대한 꽤 높은 애정을 갖고 있음이 느껴질 정도다.

사진을 보면 죽은 비전이 멀쩡히 살아 완다와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완다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완다는 그저 자기가 꿈꾸던 평범하고 행복한 그저 '시트콤'같은 삶을 만들고야 만다. 당연히 종국에 가서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형태여서 예견된 죽음이었지만 참 마음이 많이 아팠다. 어떻게 보면 비전은 완다에게 한 번, 타노스에게 한 번, 또다시 완다에게 한 번 죽은 셈이니까 말이다. 좋은 이별을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할까. 그래도 그간 보았던 딱딱하고 기계 같던(기계 맞긴 함) 모습과 달리 능청맞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비전을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출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연들 중 가장 비중있고 중요한 캐릭터인 아그니스. 완다의 옆집에 살며 아주 능청스럽고 상당히 수다스러운 감초 같은(살짝 '라미란'스러운..) 인물이다. 저 표정 좀 봐라. 아주 살아있다. 아그니스는 드라마의 시트콤적인 연출을 위해서 다분히 '연기적인' 연기를 하는데 정말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물론 극의 마지막에 가서는 살짝 캐릭터성이 아쉬워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그니스 연기 보는 맛이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모니카 램보 대위. 블립 이후 일반인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배치된 소모성 캐릭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극의 중반에 완다가 만든 헥스(마을 통째로 납치한 범위)를 넘나들다가 슈퍼파워가 생겼고, 이는 이후 [더 마블스]에 등장하기 위한 떡밥이라고 한다. 게다가 엄마 친구가 '캡틴 마블'..! 극 중에서는 완다의 아픔에 공감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여러 실마리들을 해결해 나가는 진취적인 캐릭터다.


[토르 천둥의 신]에 등장했던 달시 루이스가 여기서도 나온다. 짧은 역할이지만 이런 캐릭터들이 자꾸 나와주는 게 참 의리도 있고 유용하기도 하며 팬들을 위한 적절한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큰 비중은 없지만 극의 긴장을 풀어주고 재치를 더하는 캐릭터. 나중에 또 나오려나.


FBI 요원 지미 우. [앤트맨과 와스프]에 나왔던 앤트맨 스콧을 지속적으로 보호 감찰하고 있는 친절하고 귀여운 요원이다. 물론 앞의 달시처럼 그리 큰 비중은 없으나 적재적소의 위치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전적으로 믿을만한 구석을 보여주는 선인. 예전에 죽었던 '콜슨' 요원이 생각나기도 한다. 또한 팬들을 위한 재등장.



드라마 [완다비전]은 두 개의 콘셉트로 진행된다. 하나는 미국의 옛 시트콤 형식을 빌려 행복하고 평범한 -물론 만들어진- 완다와 비전의 결혼생활을 그린 것이고, 하나는 블립 후 모든 게 혼란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실제 세상을 그린 것이다. 보통 이렇게 나뉘게 되면 하나는 다른 하나를 위해 희생되거나 비중의 차이로 인해 묻히기 마련인데, 이 드라마는 두 개의 콘셉트 모두 완벽하게 소화했다. 시트콤 콘셉트는 아련하면서도 희망적인, 그러나 섬뜩함이 숨겨져 있는 모호한 분위기를 풍겼고, 실제 세상의 이야기는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일반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을 세련된 화법으로 잘 풀어냈다. 여러모로 MCU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이상하게 MCU 드라마는 당기지 않았었다. 영화는 2시간이면 끝나고 타이트하며 비주얼도 훌륭한데 비해 드라마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전개가 루즈하며 최종국면에 다 달아야만 좋은 연출을 보여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는데 이는 크나큰 오산이었다. 앞에서 두 번이나 말했듯이 역시 마블은 마블이다.

팬 드라마인 점, 거대한 프랜차이즈 중 하나라는 점 등의 작품 외적인 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작품 내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의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드라마는 완다와 비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인간으로 남아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완다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 애인이 처참하게 죽은 뒤엔 철저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비전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마 그녀에게 살아갈 의지조차 버리게 했을게 분명하다. 그런 이유들로 무너진 완다는 마을을 납치하고 가상의 남편과 자식을 만들며 그 외에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제하려고 한다. 이것은 곧 시청자에게 인간에게는 '기댈 타인'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암시를 주고 있는 것이다. '기댈 타인'이 모두 사라진 사람은 허상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말을 하고, 그걸 이겨내는 일이 무척 힘들고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은 비전에게 지금껏 기계였지만 하나의 인격체가 생성되고 그게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부여함으로써 완다와는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중역을 맡겼다. 비전이 사라지기 전 완다에게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당신과의 기억이 목소리뿐이던 날 사람으로 만들었다"라고. 비전에게는 감정이 희미하게만 존재하기 때문에 완다와 행복했던 기억만이 그를 구성하는 비물질적 요소였다는 것인데, 이는 다른 의미론 완다와의 기억마저 없었다면 그저 '좀 더 부드러운 합성물질로 이루어진 인공지능'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나라는 '인격체'를 만든 핵심적인 요소는 당신과의 추억이었다는 말이 완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또 우리에겐 어떻게 다가올까. 자신에 대해 누군가가 빠르게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요즘 사람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지 않을까. 청산도 못한 채 마무리되었던 둘의 비극적인 관계를 '인간'을 유지시키는 요소에 대한 질문과 함께 깔끔히 종결시킨 부분은 마블이 인간의 물리적 관계만이 아닌 심리적 관계도 매끄럽게 마무리할 줄 안다는걸 보여주고 있다. 칭찬하고 싶다. 참으로 탁월한 마무리다.

히어로 드라마를 가지고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살짝 과할 수 있지만 매체를 불문하고 어디서라도 메시지를 받았다면 감사히 생각해야 한다. 요즘 세상엔 의미 없는 일이 참 많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 편 봤다. 나는 운이 좋아 시청할 수 있었지만 아직 한국에 디즈니+를 런칭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래뵈도 이번에 '선진국' 타이틀을 받은 BTS의 나라인데.. 통촉하여주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마블 페이즈 4]가 성공적으로 시작한 것에 있어서 큰 안도감을 느꼈고, 처음 [아이언맨]을 봤던 기분을 다시 느꼈던 것 같다. 과연 MCU 페이즈 4로부터 출발한 큰 열차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도착한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


[WandaVision]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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