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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킹덤, 아신전] 드라마리뷰

by jundoll 2021. 7. 25. 01:04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고

전지현, 박병은, 구교환, 김뢰하 등이 연기한다.

 

[킹덤 시즌2]가 끝난 뒤로 벌써 일 년 하고도 3,4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에 드디어 돌아온 지현누나의 [킹덤 아신전]. 감독은 [킹덤 시즌1]의 김성훈, 시나리오는 두말할 거 없는 김은희, 거기에 주연은 전지현. 사실 K-넷플릭스를 애용하는 OTT에 잔뜩 적응해버린 한국인이라면 보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다. 예고편에서도 킹덤 특유의 다크하고 소름 끼치는, 마치 울창한 숲 속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듯한 그 느낌을 잘 담아내고 있어서 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킹덤 아신전]은 전지현에 의해 시작되고 전지현에 의해 끝나는 전지현을 위한 스페셜 에피소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누구보다 전지현에게 주목할 수밖에 없고, 중대한 역할을 맡은 것이며, 모든 평가를 떠안아야 한다. 사실 [킹덤 시즌2] 마지막회에 얼굴을 드러낸 지현누나를 보고 내심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도둑들], [베를린], [암살] 등의 영화에서 나름 괜찮은 액션을 보여줬던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기존의 [킹덤]에서 보여줬던 위급함, 절박함, 절망적, 난처함 등의 감정들에 동화될 수 있을지 염려했었다. 그러나 나의 근심과는 달리 지현누나는 [킹덤]의 잔혹한 분위기에 잘 녹아들었으며 시리즈 사상 가장 악랄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또한 조선과 여진족, 그 어디에도 낄 수 없었던 비극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기존에 방영됐던 시즌과 앞으로 방영될 새로운 시즌들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잘 수행했다. 베테랑은 역시 다른가보다. 

 

 

 

 

온갖 더러운일 다 겪고 험하게 자란 아신. 꾸준한 연습으로 활 쏘는 솜씨가 남다르고 머리가 비상해 잠입, 암살, 정찰에 능한 멀티 플레이어이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복수심. 마을이 몰살당하고 끌려간 아버지는 가축과 같이 다뤄지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그녀는 조선과 여진 둘 모두에게 극한의 적개심을 가지고 두 나라를 모두 몰락시키려고 하는 드라마의 가장 큰 흑막이 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어떤 고귀한 면이 킹덤에 잘 녹아들지 않을 것이라 감히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잘 동화된 것 같다. 맘 편히 다음 시즌 기다려야지.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던 아신의 아역 김시아 배우. 생김새도 전지현과 빼닮아 에피소드의 초반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로서 모든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아이 상태에서 성인 상태로 확 변하는 그 때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보여서 잠깐 몰입이 깨졌다는 점. 그런데 보다 보니 또 익숙해져서 금방 무뎌지더라. 이게 바로 지현 누나의 힘이 아닐까.

 

 

 

[킹덤 시즌2]에서도 큰 활약을 보여줬던 우리의 민치록. 이번 작품에서는 아신을 도와주는 대인배적 모습을 보여주다가 아신을 흑화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캐릭터가 된다. 물론 대의를 위해 사소한 것들을 다 챙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들은 언젠가 다시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조커]의 아서 플렉이 그랬고 [킹덤]의 아신이 그럴 것이다. 박병은 배우는 [이번 생이 처음이라]에서부터 눈여겨봤는데 참 연기를 차분하게 한다. 보는 내내 안정이 되는 느낌이랄까. 시즌 3에도 나와줬으면..

 

 

 

캐릭터는 더 나오긴 하는데 딱히 큰 역할을 하지 않아서 소개하지 않겠다. [킹덤 아신전]은 1시간 33분, 기존의 시즌 1, 2와 달리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 시즌 3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 새롭게 등장할 빌런의 모습을 다룸과 동시에 [킹덤]에 대한 관객들의 기다림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OTT 서비스의 장점이자 단점은 이용자들의 잦은 접속이다. 계속 새로운 콘텐츠로 이용자를 만족시켜줘야 한다. 그래서 스핀 오프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짤막하게라도 계속 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K-좀비를 알린 시리즈의 생존을 위한 당연하고 효율적인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깔끔했고, 정확했으며, 잘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시 문제점은 있다. 첫 번째는 기존 시리즈의 속도감 있는 전개방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킹덤]은 시원시원하고 빠른 (즉 한국인들의 NEEDS에 부합하는) 전개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전혀 필요하지 않은 장면을 쳐내거나 좀비의 속도와 깔끔한 액션을 통해 감정보다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를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물론 이번 [킹덤 아신전]은 아신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정확하게 그려냄으로써 시리즈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하도록 제작한 스페셜 에피소드인지라 아신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내면적 표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중반부에 여러 번 연속으로 보이다 보니 집중도가 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번째는 지속되는 어두운 시퀀스의 시각적 불편함이다. 중반에서 후반으로 이어지는 20분~30분 가량 밤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계속 다루고 있는데, 딱히 촛불이나 횃불로도 비춰주지 않아서 사물과 사람을 열심히 식별해야 하는 시각적 피로감이 축적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물론 당시 전기가 없었던 시대를 현실적으로 고증하는 것은 백번 옳으나 기존의 [킹덤]에서 어두운 장면에서 극적인 연출로 시각적인 경쾌함을 보여줬던 방식과는 달리 꾸준히 어두운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서 작품의 편집적인 면이 다소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앞서 말한 두 개의 문제점은 가장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중반-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어서 작품 전체가 루즈해질 위험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도 초반 호랑이씬과 후반 '아신'의 독무대 시퀀스는 기존의 [킹덤]이 가지고 있던 활극적인 요소와 직설적인 유혈의 묘사들로 잘 어우러져 크게 튀지도 않고 크게 뒤지지도 않는 적절한 액션을 보여줬다. 사실 한국에서 만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이 정도의 퀄리티는 유일무이하다. [킹덤] 이후 많은 작품들이 쏟아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회자하는 이유는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존 작품을 그 정도로 만들어 놨으니 [킹덤 아신전]은 스페셜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타 작품들보다 더 인색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름 잘 이었다. 여러 복선이 회수되었고 앞으로의 사건도 명백하게 주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킹덤 시즌3]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킹덤] 아신전.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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