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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로키, 시즌1] 드라마리뷰

by jundoll 2021. 7. 22. 01:43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고

톰 히들스턴, 오언 윌슨, 소피아 디 마티노 등이 연기한다.

디즈니+에서 방영된 페이즈 4의 세 번째 드라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

 

로키! 로키가 돌아왔다. 타노스에게 두들겨 맞고 죽었던 우리의 로키가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고 예고편을 봤을 때도 이전에 나온 두 편의 마블 드라마에 필적하는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포스터도 잘 뽑았고 특히 타이포그래픽적인 비주얼은 [로키] 여야만 보여줄 수 있는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들어 내용적으로도, 비주얼적으로도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감히 예상했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할까. 너무 기대가 많았던 걸까.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했던 걸까. 연출의 문제였을까. 배우들의 연기가 문제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로키 시즌1] 이후에 나올 작품들의 초석을 쌓기 위해 이 작품이 희생한 것일까. 최근에 마지막화를 방영한 [로키 시즌1]을 마무리 지은 솔직한 내 평은 '그닥'이다. 눈에 띄는 전투씬도 없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약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되어 있으며 다듬어지지 않은 연출이 자꾸 등장한다. 앞서 방영했던 두 개의 드라마 [완다비전]과 [팔콘 앤 윈터솔져]와 비교해봤을 때 주관적인 '재미'라는 기준은 빼고 보더라도 작품적인 완성도가 현저히 낮다. 두 개의 드라마는 누가 봐도 공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벤저스 내에서 비주류였던 캐릭터들의 서사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히어로 무비다운 액션적, 비주얼적인 장면의 비중도 많았으며 추가로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주제의식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로키 시즌1은]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시즌 2가 나온다는 안도감이 있었던 건지 히들스턴의 스타성에 기댄 건지는 몰라도 다분히 저조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히들스턴의 연기와 아웃핏 같은 배우의 비주얼적이고 커리어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나 행동의 이유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TVA의 판사 라보나 같은 캐릭터가 그렇다. 뭔가 많이 하는데 딱히 뭔가 안 한다. 분량은 많고 연기는 그닥. 또 마블 원작 코믹스와 큰 관련이 있는 여러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하는데 딱히 임팩트가 있거나 소위 '간지'가 나지도 않았고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부족했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드라마다. 시즌 2에서 한 번에 다 보여주려나 보다. 또 기대해야지.

 

 

 

 

우선 여기에 나오는 로키는 우리가 아는 '죽은' 로키가 아니다. [어벤저스]에서 어벤저스들과의 싸움에서 진 뒤에 끌려가는 도중에 우연치 않은 기회를 얻어 몰래 탈출해버린 '도망친' 로키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타노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로키와 이 도망친 로키는 다른 로키다. 그래서 시간을 관장하는 집단인 TVA에게 신성한 타임라인을 어지럽힌 죄로 다시 잡혀간다. 자신이 제일 잘 나간다고 믿고 있었던 로키는 세상엔 자기의 과거와 미래를 관장하는 더 큰 집단이 있다는 사실에 멘붕이 온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버전'의 로키가 나온다. 여자 로키, 늙은 로키, 아이 로키, 대통령 로키, 흑인 로키, 심지어는 악어 로키까지. 잘못 본 게 아니라 진짜 악어가 맞다. 진짜 악어가 나온다. 물론 로키의 헬멧을 쓰고.

 

흥미로운 설정이다. 마블 페이즈 4부터는 '멀티버스'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추후에 개봉하는 영화들과의 연계점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마블은 끝없이 개척하기 때문에 대단하고 또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로키의 캐릭터성은 많이 무너졌다. 기존에 로키가 보여줬던 소악마같고 장난꾸러기 같고 또 어떨 땐 싹퉁머리가 없고 때론 잔혹한 그의 캐릭터성은 어딜 갔는지 도통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내면적인 성장을 이뤄 어른스러워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전략은 설계가 잘못되었다. 기존의 로키가 가진 특징을 남겨두고 새로운 면모를 덧붙이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무슨 생각인지 아예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로키는 점점 진지해져만 간다. 싸움을 말리고 피하고 말로 해결하려고 하고 자꾸 설득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개화'된 것이다. 갑자기 콘셉트를 바꾸려고 하니 잘 와닿지 않더라. 물론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도 로키는 나름의 협력이나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형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오해를 푼 로키는 여전히 장난스럽지만 살의는 없어진 유쾌한 캐릭터로 굳혀졌고 이를 볼 때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땐 어른스러워진 '장난의 신'이었다. 그러나 이번 로키는 웃음기 쫙 뺀 '중재의 신'이었다. 유잼로키에서 노잼로키로 되어버린..

 

 

 

놀랍지만 로키다. 근데 이제 성별은 여자인. 그래서 성격도 행동도 생각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로키랑 비슷하다. 배신을 밥먹듯이 하고 의심 없이 살 수 없으며 압박하는 모든 것을 없애려는 자유의지가 강하다. 근데 연기가 별로다. 히들스턴의 로키연기를 더 연구했어야 했다. 물론 다른 멀티버스의 같은 '로키'여도 차이점은 있다. 각 로키만의 특징이 있다. 애초에 성별이나 종족(?)도 다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부분은 같다. 모든 로키가 서로를 배신하려고 하는 그런 연출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최소한 어느 정도는 비슷한 연기를 해줘야 더 몰입이 잘 될것이다. "얘내는 다르지만 같은 애들이구나!", "다른 세상에 나랑 비슷하지만 외관이 다른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멀티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의식적인 납득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연기가 참 애매하다. '같은데 다름'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냥 '아예 다름'을 연기한다. 비중은 로키 다음으로 많은데 자꾸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니까 계속 집중이 깨진다. 집중이 깨지니까 멀티버스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진다. 이 부분은 [로키 시즌2]에서라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왼쪽부터 흑인 로키(자신이 캡틴과 아이언맨을 이겼다고 하는 허풍쟁이), 키드 로키(토르를 죽였다고 하는), 악어 로키(그냥 로키인데 악어임), 클래식 로키(로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작품 내에서 가장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사실상 진眞로키). 멀티버스의 시작을 예고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나름 귀엽고 창의적인데 분량이 심히 적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사실상 로키보다 더 빈정대는 TVA의 분석가이자 조사원인 모비우스. 그나마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발성도 찰져서 보는 맛이 있었던 캐릭터이다. 로키와의 티카타카도 아주 좋았고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도 잘 표현했다. 로키의 내면적 성장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 [어벤저스]의 콜슨 요원과도 포지션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비우스의 상관격인 TVA의 판사 렌 슬레이어. 사실상 왜 있는지 잘 모르겠는 캐릭터다. [팔콘 앤 윈터솔져]의 샤론 카터와 비슷한 포지션이 아닐까. 목적도 위치도 성격도 모든 게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로키 시즌2]에서 어떤 중역을 맡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여자 로키와 마찬가지로 극의 집중도를 떨어트린다.

 

 

 

모든 것의 위에 있는 남겨진 자. '남겨진 자'가 설명이 아니라 이름이다. 멀티버스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관리하는 인물이다. 멀티버스끼리의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관장하며 균형을 유지시키고 있는 절대자라고 보면 된다. [로키]의 드라마 전개상 필요한 캐릭터고 앞으로 소개될 마블 페이즈 4의 영화들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근데 연기를.. 좀 이상하게 한다. [아수라]의 정우성을 보는 기분이랄까. 뭔가 작위적이다. 살짝 정신이 나가 있고 세상의 시간을 관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기 발아래 있는 능청스러움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캐릭터라는 생각보다 자꾸 '척'을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쉽게 말해 몰입이 깨졌다. 극의 최후반에 등장하는 캐릭터 터치고 비주얼적인, 연기적인, 캐릭터적인 수준이 너무 낮아서 다소 실망한 부분이 있다. 흥이 팍 식어버린 느낌이랄까. 

 

 

 

전체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드라마다. 이 사람들이 분명 잘 만드는걸 아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그렇다. 믿는 도끼에 발등까지는 아니어도 발톱 정도는 찍힌 기분이랄까. 작품의 주제의식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철저히 개인이 선택한 삶을 살았다고 믿는 '나'라는 존재를 저 위의 높으신 누군가가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개인이 느끼는 좌절감과 모멸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 그것을 개인을 위해 부실 것인지 집단을 위해 지킬 것인지에 대해 묻기도 한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고 다수의 철학자들이 고민한 문제이기도 하며 많은 작품들이 다뤘던, 다루고 있는, 앞으로 다룰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질문을 하는 방법에 있다. 시청자가 철학적 사유를 하길 바라면 그 문제를 더 다루면 된다. 혹은 시청자가 새로운 개념, 즉 멀티버스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길 바라면 더 자세히 설명하면 된다. 혹은 아무 생각 없이 고퀄리티의 VFX를 즐기길 바라면 더 멋지고 화려하게 만들면 된다. 혹은 캐릭터 자체를 좋아해주길 바라면 그 캐릭터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온전히 지키면서 숙성시키면 된다. 아주 쉬운 문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모두 실패했다. 철학적 사유를 하기엔 주장하는 메시지가 약하고, 멀티버스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기엔 몰입이 떨어지고 설명이 어려우며, 고퀄리티의 VFX나 액션신을 즐기기엔 장면의 빈도수가 적고 화력이 약하며, '로키'라는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기엔 기반이 많이 무너졌다. 소위 '집중'을 못했다. 아쉽다. 아쉽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방영이 끝났는데. 사실 이건 한 시즌만에 끝나지 않는 모든 드라마의 숙명이기도 하다. 멋지게 보여주고 그럴싸하게 설명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많다. 그러나 한 시즌만에 끝나는 드라마는 회차가 적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할 줄 안다. 사유면 사유, 액션이면 액션, 서사면 서사, 개념이면 개념. 확실한 하나의 컨셉을 보여주고 그다음에 살을 붙여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시즌으로 방영하는 드라마들은 한 방에 많은 것을 같은 비중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청자들은 시즌 1과 시즌 2를 통합해서 보지 않는다. 시즌 1을 보고 시즌 2를 본다. 시간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뒤의 시즌을 위해 앞의 시즌을 희생하면 당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뒤 재밌자고 앞에 온갖 복선과 설명만 늘어놓고 감정선만 깔아놓으면 이도 저도 안 되는 작품이 된다. 그것을 망각하고 전체적인 드라마 구성을 위해 잡다한 여러 가지를 흩뿌려두거나 서사를 죽죽 늘리면 여타 지루한 드라마처럼 그 재미가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쉽고 또 아쉽다. 마블은 역시 마블이지만 가끔 헛발질할 때도 있나 보다.

 

거의 불만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느낀 것을. 캐릭터가 유명하고 거대한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또 깊게 몰입한 팬이라고 해서 억지로 재밌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억지로 대변하는 순간 의견이 아닌 옹호가 되어버린다. 아쉽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분명 드라마에서 말했던 것처럼 높으신 분들의 뜻이 있을 것이다. [로키 시즌2]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바란다.

 

 

 

[Loki] 시즌1.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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