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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판타스틱 Mr. 폭스, 웨스 앤더슨]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15. 00:49

 

 

웨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하고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등이 성우를 맡았다.

 

[판타스틱 Mr. 폭스]는 자신이 가진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책임을 포스터에게 묻고 싶다. 저렇게 포스터를 평이하게 만들면 영화에 담겨있는 유머러스한 내용과 흥겨운 음악, 기가 막힌 연출을 모두 가리는 꼴이다. 제목과 어색하게 실사화된 인형 캐릭터들을 단순하게 배치만 해 두니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 같아 보이지 않는가.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동물들의 대사엔 뼈가 있고 강한 메시지가 있으며, 각 동물이 가진 특징을 이용한 표현이 아주 신박하면서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윌렘 더포 등 걸출한 성우진의 열연은 빛을 발한다. 더더군다나 일반적인 방식으로 촬영된 -그러니까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그런 뻔한- 애니메이션이 절대! 아니다. 2D와 3D를 자유롭게 오가고 1인칭 3인칭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리액션 쇼트와 시점 쇼트를 현란하게 오간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동화스럽고 아기자기한 색감은 물론이고 거기에 스탑모션 특유의 편안한 화법에 동물들이 인간화되어 직장을 갖고 가족을 부양한다는 발칙한 상상력까지 더해져 타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포스터에 보이는 것처럼 어설피 만들어진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웨스 앤더슨은 국내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많은 사랑을 받는 감독인데, 많은 이들이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색감과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분홍 색감과 동화적인 분위기는 자극적이고 유혈이 낭자한 영화에 지친 이들에게 어떤 힐링 코드로 작용하여 많은 매니아층을 생성했다. 심지어는 이제 '색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코닉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애초에 원작 소설을 각색하여 진짜 동화를 만들어버린 이 [판타스틱 Mr. 폭스]의 색감과 연출, 분위기는 어떻겠는가. 안 그래도 표현할 거리가 넘치는 양반인데 진짜 인형과 미니어쳐 세트까지 손에 쥐어주니 아주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다. 특히 괴팍한 3인의 농장주를 피해 동물들이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장면이나 광견병 걸린 비글이 Fox와 그의 가족을 쫓는 장면, Fox 일당이 자유로운 늑대를 만나 황홀해하는 장면 등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기에 표현할 수 있었던 연출은 앤더슨 감독의 자유로움을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외에도 훌륭한 연출이 너무나도 많다. 영화의 메시지를 차치하고 연출만 보더라도 지금껏 느끼지 못한 새로움과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러닝타임도 짧으면서 막 진지하고 무거운 메시지를 가진 것도 아니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자신의 본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의 행복과 본성을 맘껏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의 행복을 저울질한다. 아내와의 약속 후 도둑질과 살생(?)의 본성을 감추고 살아온 Fox씨는 계속 자신의 마음속 깊은 울림과 부딪힌다. 결국 또 한 번 여흥을 찾아 농장을 털기 시작하고 농장주를 성나게 한다.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범인을 색출하는 인간들의 행동에 모든 동물들이 위험에 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들이 각자 가진 장기로 위험을 헤쳐나가며 '남을 위한 나' 속에 감춰져 있던 '진정한 나'를 찾게 된다. 모든 일을 겨우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Fox 씨는 자신이 원하는 바와는 다르게 분명 앞으로는 '남을 위한 나'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자연 속 늑대의 모습은 아마도 평생 '진정한 나'와의 계속된 싸움을 예고하는 게 아닐까. 이 이야기가 아름다움에도 애석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영화 밖의 우리도 그러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묻어둔 채 '남을 위한 나'로서 살아간다. 물론 사회적인 틀이 규정하는 한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본능보다 남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때문일 것이다. 나쁜 것은 아니다. 남을 위하는 것은 본디 지성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언젠가 분명 폭발적인 에너지가 터져 나와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피해를 보게 만들 것이고, 그것은 곧 이성을 초월한 본성이 나를 잠식하는 것이며 결론적으로 만족보다 후회가 더 짙을게 분명하다는 사실을.

 

이제 막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를 두 편 봤는데, 참 세련되고 매끄럽게 표현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갈 길이 멀었고 나는 여전히 감사하다.

 

 

 

[Fantastic Mr. Fox]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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