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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파고, 코앤 형제]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10. 28. 01:19

 

 

코앤 형제가 연출하고

프란시스 맥도먼드, 윌리엄 H. 메이시, 스티브 부세미가 연기한다.

 

친구에게 어느 감독을 제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망설임 없이 '코앤 형제'라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봐놓고도 "걔내가 누구냐"고 반문했다. 뭐 사람은 자기가 행복할 만큼만 알면 되지만, 많이 알면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영화 감독의 이름을 찬찬히 외워가던 때, 동일한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오스카 아이작의 [인사이드 르윈]을 봤다. 아리송했다. 코앤 형제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이토록 흡인력 있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이토록 애매하게 결말짓는 모습은 나를 당황케했다. 이어서 [위대한 레보스키]를 봤고(아직 리뷰는 작성 안했다. 때를 놓쳐서), 오늘 [아네트]를 보고 난 찝찝함을 달래려 [파고]를 봤다. [파고]는 [위대한 레보스키]보다 덜 웃길지언정 더 이해되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위대한 레보스키]가 가진 DEEP한 미국색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파고]는 먼 나라 동양인이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큼 쉬우며, 또한 짧기에 임팩트있으니 한번쯤 도전해봄직하다. 거기에 [쓰리 빌보드]에서 열연한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매그놀리아]에서 열연한 윌리엄 H. 메이시, [저수지의 개들]과 [위대한 레보스키]에서도 찌질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는 스티브 부세미 등 쟁쟁한 배우들의 어린시절을 볼 수 있다. 언젠가부터 부세미가 자꾸 보이는데.. 이 마성의 매력을 벗어날 수가 없음.

 

 

이 영화가 내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아마 개봉년도이리라. 1996년에 나와 같이 세상에 나온 이 작품은 마치 동갑내기 친구처럼 한없이 웃기다가도 폐부를 찌르는 교훈을 준다. 딱 돈에 미치기 좋은 내 나이 26살에 보기 좋은 영화고, 26살쯤 되니 더 명확하게 와닿기도 한다. 돈, 돈, 돈. 돈에 관한 영화다. 돈에 미쳐 감당할수도 없는 일을 벌이고, 돈에 미치지 않았기에 감당하는 삶을 이어가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야기는 두 줄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데, 돈에 미친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납치해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는 일을 동네 건달들에게 맡겼고, 동네 건달은 어쩌다보니 살인귀가 되었으며, 그들을 만삭의 경찰관이 느긋하게 잡는 그런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하나다. 그냥 재밌어서. 영화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는데, 하나는 경험, 하나는 오락이다. 이 영화는 오락에 충실하다. 허탈하게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 빵빵 터지는 폭소가 나오기도 한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그저 '유쾌'하다. 비록 경찰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고 자신의 동료를 분쇄기에 갈아넣어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만삭의 경찰관(프란시스 맥도먼드)이 입덧을 참아가며 뒤뚱뒤뚱, 느리지만 착실하게 잡으러 다니기 때문일까. 물론 내러티브도 훌륭하다. 시간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착실히 따라가고, 필요 없는 장면은 꾸준히 도려내 엑기스만 남겨놓은 느낌이 팍팍 든다. 

 

 

이 영화는 돈에 미친 누군가, 혹은 너, 혹은 나, 혹은.. 우리를 겨냥하고 있을까. 극한의 욕심이 인도하는 곳엔 당연하게도 파멸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일까. 영화의 결말부엔 스탠리 큐브릭의 1956년작 [킬링]이 떠오르더라. [킬링]도 돈에 미친 여러 무리가 끝내 자멸하고, 이는 아주 덧없다는 것을 착실히 보여준다. 가만 보니 코앤 형제는 '덧없음'의 고수다. 비록 네 편밖에 안봤지만 하는 이야기는 거의 비슷비슷해 보인다. '이게 우리네 사는 덧없는 이야기니 공감할 수밖에 없을걸?' 하는 느낌이랄까. 힘을 주지 않았기에 생기는 힘이랄까. 째깍째깍 시간 잘~ 가고, 피식피식 웃음 잘~ 나는 짧고 굵은 영화 한 편, [파고]는 그런 영화다.

 

 

 

[Fargo]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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