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아네트, 레오스 카락스]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10. 27. 22:51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연출하고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코티야르 등이 연기한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이름 아네트. 애초에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는지라 겁이 났던 나는 의미가 모호한 제목에 두려움을 느낌과 동시에 끌렸다. 많이 접해보지 않은 프랑스 영화라 당연히 어느 정도의 난해함과 모호함을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헛된 추론은 아니었다. 영화는 제목과도 같이 내내 알쏭달쏭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들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영화의 장르는 뮤지컬인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컬트 무비다. 외모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만, 피카소의 그림처럼 누군가 덕지덕지 붙인 모양새의 얼굴을 가진 아담 드라이버의 마스크는 그 기이함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또, 그는 한 '연기' 하지 않는가. 아담 드라이버의 마스크 + 힘을 쭉 빼는 연기 + 당최 의미를 알 수 없는 상징 + 신나지도,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은 노래 + 대사인지 가사인지 모를 모호한 말들, 이것들이 모두 뭉쳐 [아네트]가 되었고, 나는 139분 동안 이야기의 실마리를 발발거리며 좇는 한 마리 개가 되었다. 

 

 

처음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봤던 기억이 선명하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괜히 BBC에서 선정한 100대 21세기 영화 1위'라길래 한 번 틀어봤다. 물론 어렸다. 어렸고, 몰랐다. 대체 왜 저 여자들은 저러는지, 대체 저 집안의 귀신은 뭔지, 대체 극장에서 왜 저리 우는지.. 몰랐다. 그리고 지금도 모른다. 만약 나와 비슷한 정도의 이해력-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력-을 가졌다면, 이 [아네트]도 꽤나 어려운 적이 될 것이다. 영화광들이 모여있는 여느 플랫폼에서는 카락스 감독이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영화라고 한다. 물론 그래서 첫 시퀀스엔 딸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영화 내내 딸의 모습을 하고 '아네트'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인형'이 있다. 아마 카락스는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신의 딸을 '인형'처럼 다뤘다는 의미겠거니 싶다. 물론 플랫폼의 누군가가 아니었다면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나, 나 같은 신생 시네필에겐 가끔 지도해줄 선생님이 필요한 법이니까 개의치는 않는다. 문제는 그 의미를 깨달았다고 해서 딱히 생기는 감동이나 감정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 재밌을 순 없다. 내 친구는 [펄프 픽션]이 재미없다고 했으니.. 사람 취향이라는 건 100명이 있으면 100개가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한낱 타이틀에 끌려 소중한 저녁을 소비한 건 나 자신의 선택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든 영화를 이해할 순 없다지만, 모두가 이해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좋지(유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기생충]이 전 세계적으로 대성공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어디에나 있는 계급과 계층에 관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뭐, 내 취향을 다시 한 번 확실히 알려준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아주 없진 않겠다. 문화의 날 덕에 저렴해진 영화치곤 앞으로의 내 영화 인생에 유의미한 업적을 남겼다고 본다. 미국 영화 최고.

 

 

 

[ANNETTE]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