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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앤디 서키스]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10. 17. 00:47

 

 

앤디 서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톰 하디, 우디 해럴슨 등이 연기한다.

 

2018년 10월에 개봉한 [베놈] 1편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는 스토리나 연기, 감독의 철학이나 표현법, 연출기법이나 카메라 워킹에 대한 지식이 전무할 때지만-지금도 잘 모르긴 하지만-, 베놈의 아이덴티티를 깔끔하게 구축하여 '안티 히어로'라는 개념을 잘 정착시켰다고 생각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2)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막연한 기대심을 가졌다. 게다가 전작을 함께 시청한 여자 친구와 함께 보기로 해서, '현존하는 모든 시리즈-그래 봤자 두 편이지만-를 같이 봤다'는 나만의 기념비까지 세우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면 기대했다는 건데, 기대가 크면 같이 커지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실망이다. 거두절미하고 실망스럽다. 캐릭터의 개성은 유지했으나 1편과 다를 바 없다. 악역인 캐서디(우디 해럴슨) 전체적인 서사와 마무리는 엉망이다. 어릴적 부모에게 받은 학대로 연쇄살인범이 된 정형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그 설명을 몇 컷의 애니메이틱한 장면으로 때워 '그러니까 그렇다'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전혀 몰입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카니지의 숙주인 캐서디와 베놈의 숙주인 에디(톰 하디)는 이미 아는 사이로 보이고, 베놈의 대사로 미루어보아 카니지와 베놈도 아는 사이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자기네들끼리의 파티다. 관객을 왕따 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캐서디의 사이드킥인 슈리크(강한 목소리 파동 능력을 지닌)(나오미 해리스)의 존재 이유는 이해가 가지만 행동에 이유가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멋'이 없다. 그나마 슈리크는 존재 이유라도 있다. 슈리크의 눈에 총알을 박은 멀리건 형사(스티븐 그레이엄)의 존재는 이유가 없다. 그저 다음 편의 떡밥으로 끼워 넣은 너무도 평면적인 캐릭터다. -애초에 위의 포스터에도 없다. 그러나 분량은 꽤 된다.- 전작인 [베놈]에서도 등장했던 에디의 전 여자친구 앤(미셸 윌리엄스)의 역할도 그저 '에디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애써 재출연시킨 캐릭터를 무의미하게 소비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에겐 [아이언맨]이라는 훌륭한 예시가 있다. 항상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고 뒤를 봐주는 일종의 사이드킥이자 연인인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는 [아이언맨 트릴로지]에 모두 출연한다. 그러나 1편과 2편, 3편에서의 역할이 모두 다르다. 1편에서는 비서, 2편에서는 연인, 3편에서는 히어로. 심지어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선 함께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싸우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렇듯 재출연할 땐 당연하게도 새로운 모습과 전개가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캐릭터는 모두 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죽은 건 다름 아닌 '베놈'이다. 베놈과 에디의 관계는 당연히 특별하다. 기생하고 있는 숙주고 함께 역경을 이겨내는 파트너기 때문이다.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숙사 룸메이트랑도 허구한 날 싸우는데 '한 몸을 쓰는 두 개의 자아'라면 얼마나 서로가 불편하겠는가. 그렇다면 둘의 이야기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줘야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다음 챕터로 나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베놈과 에디가 다투고 화해하는 방식은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누군가 실수를 하고 누군가 참아왔던 울분을 토한다. 그러고 잠깐 갈라졌다가 한 명이 위기에 빠져 다른 한 명에게 사과하고 화해한다. 전형적이라는 말이다. 특이한 관계를 특이하지 않게 그리면 아무리 특이하다 한들 특이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과정에서 베놈이 보여주는 억지스러운 전개는 당연히 설득력을 잃는다. 코스튬 파티로 뜨거워진 클럽에 간다던가, 먹이를 먹지 못해 슈퍼마켓 주인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던가 하는 전개는 황당하다 못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베놈은 에디의 몸에 기생하여 살아가기 위해 야생의 본성(사람의 뇌를 뜯어먹고 싶은)을 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에디와 갈등을 겪고 말썽을 부리면서 여러 사건이 일어난다. 여기까지는 OK. 문제는 이 레퍼토리가 영화 후반부까지 계속된다는 점이고,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주고받는 대사나 행동이 그리 유쾌하지도 않고 통쾌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재미도 없는 개그를 2절 3절 4절을 하는 코미디언을 보는 느낌이랄까.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기가 부끄럽고 난처하기 그지없다. 

 

 

카니지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색칠놀이라고 보일 수 있는 베놈과 베놈의 빌런이 가진 동일한 외형은 안그래도 정신없는 싸움에서 피아식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 문제는 전작에서 두드러졌는데, 베놈의 색상은 블랙과 약간의 화이트고 빌런인 라이엇의 색상은 어두운 실버였기 때문이다. 베놈의 물리적 특성상 끈적한 슬라임(?)들끼리의 싸움으로 보이는데, 심지어 육탄전이어서 그 둘이 얽히면 도무지 알아보기가 힘들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카니지의 색상은 레드다. 이는 숙주인 캐서디의 뒤틀린 정서와 잔인한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는 느낌이 들었고, 베놈이 주먹과 발을 많이 쓴다면 카니지는 등에서 나오는 촉수(?)를 많이 사용해서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거기에 훌륭한 VFX가 첨가되니 당연하게도 눈은 호강한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베놈의 전투 방식이 이전보다 더 약화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당연히 전투 스타일은 진보해야 한다. 같은 거 볼 거면 뭐하러 또 보겠는가. 물론 베놈의 아이덴티티가 다른 히어로와 다르기 때문에 기생하고 있는 숙주와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풀어내지 않을거면 액션이라도 발전시켰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또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스토리가 너무도 아쉽다. 히어로 무비라고 해서 스토리가 약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히어로'라는 장르가 붙기 전에 '무비'이지 않은가. '무비'는 '예술'이다. 그것이 '예술'이라면 합당한 목적과 의미를 갖추어 표현하고 싶은 바를 설득력 있게 편집 및 조형하여 아름다운 형태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물론 모든 작품이 좋은 작품일 순 없으나 이번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보인다. 이 영화엔 딱 세 개가 있다. 비주얼, VFX, 그리고 약간의 팬심 자극. 개인적으로 하나의 영화라기보다는 그저 CG팀의 포트폴리오로 보인다. 

 

내가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차기작은 당연히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차기작을 만들면 그저 쿠키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징검다리를 놓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쿠키영상은 말 그대로 쿠키영상이다. 쿠키영상을 위해 본 편을 희생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게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의 수많은 팬을 유지하려면 전보다 발전된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VENOM2: Let There be Carnage]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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