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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제인 도, 안드레 외브레달]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1. 23:03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이 연출하고

에밀 허쉬, 브라이언 콕스, 올웬 캐서린 켈리 등이 연기한다.

 

'JANE DOE'는 미국에서 신원미상의 여성을 일컫는 영어 관용어이다. 남자 버전도 있는데 이는 'JOHN DOE'라고 불리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에서 끔찍한 살인범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영화 [제인 도]는 공포영화다. 그것도 아주 미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는 무슨 말인가 하면,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 시리즈들처럼 미국의 공포영화들은 악령이나 악마를 주 악역으로 배치해 인간이 그 비밀을 차츰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영화의 음악은 아주 훌륭하다. 사실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무서움의 절반은 음악에서 온다. 믿기지 않는다면 소리를 꺼 놓고 공포영화를 시청해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제인 도]는 적재적소에 긴장감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BGM을 잘 선정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특정한 음들의 사용도 세련된 감각을 뽐냈다. 또한 영화는 영안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익숙한 묘지나 폐가가 아닌 영안실이라는 낯선 장소는 새로운 공포를 선사하기에 알맞은 장소이며 시체를 보관하고 있거나 부검하는 등의 묘사는 그 공포를 증폭시키는 훌륭한 매개가 되었다. 또한 시체(제인 도, 올웬 케서린 켈리)가 죽은 상태로 치켜뜨고 있는 눈이나 초점 없는 회색 망막, 절대 움직이지 않는 부동자세는 시각적 공포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면서도 그녀의 존재여부(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를 헷갈리게 하여 불편한 골짜기와 같은 심리적 공포까지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이 영화가 비주얼적으로 괜찮다는 것인데, 그러나 아무리 잘 생긴 사람도 말이 너무 많거나 가벼워 보이는 순간 그 매력이 차츰 줄어들기 마련이듯 영화의 서사적, 각본적인 문제는 꽤나 눈에 거슬렸다.

 

 

공포 영화는 공포만 잘해도 반타작은 치는 법이다. 자꾸 감동적인 요소를 넣으려다가 괜히 덜 무서워지면 공포영화의 숙명을 완수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관객의 몰입을 저해한다. 몰아칠 때는 몰아쳐야 하고, 쉬어갈 때는 쉬어가야 한다. 분명 관객은 공포 영화를 보러 왔는데 갑자기 주인공들끼리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오열하는 장면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다 죽을 건데 뭐하러 굳이 굳이 끼워 넣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당연히 이 영화도 자꾸 매력없고 맥락 없는 드라마 요소를 보여준다.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 아들과 여자 친구의 이야기, 아버지와 고양이의 이야기 등등. 많이 봐줘서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는 극의 흐름을 위해 필요하다고 쳐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나 아버지와 고양이의 이야기는 영향력이 아예 없고 의미도 없으며 심지어는 그 사연도 제대로 밝혀주지 않는다. 그저 소품으로써 한 시퀀스에서만 작은 역할을 마치고 사라지는 물건들처럼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위와 같은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이 다분히 지루한데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들이 느끼는 공포 대신 유대감이나 연대감 같은 게 더 많이 쌓일 지경이니 공포 영화를 보러 온 건지 감동적인 영화를 보러 온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드라마나 로맨스, 감동 등의 부가적 장르는 어차피 꾸며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어느 장르와 합쳐도 그것을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코미디, 액션, 공포 등의 기가 쎈 장르들은 반드시 그것이 가진 본연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영화가 살고 캐릭터가 살며 재미가 산다. 대표적으로 [곤지암] 같은 영화는 분명히 서사적인 구멍이 있지만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공포'라는 장르에 충실했기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이다. [제인 도]도 많이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다. 비주얼과 음악은 세련됐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분명히 필요한 장르이니만큼 그 '장르적 집중도'를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JANE DOE]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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