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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아메리칸 히스토리 X, 토니 케이]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9. 5. 16:14

 

 

토니 케이 감독이 연출하고

에드워드 노튼, 에드워드 펄롱 등이 연기한다.

※스포일러 조심

 

[아메리칸 히스토리 X](이하 아히X)는 인종으로 편을 가르고 땅따먹기를 하는 짓이 얼마나 우매하고 무식한 행동인지에 대해 뼈저리게 가르쳐주는 교육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당연하게도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아야 하고 '네오나치'라고 불리는 신종 극단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이미 말했다시피 영화는 교육적이다 못해 교훈적인 수준이다. 하찮은 인종 부심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하찮은 우월주의가 얼마나 참혹한 끝을 맞이하는지, 내가 한 행동들이 내 삶을 좋게 만드는지, 내가 결정한 것들이 나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아주 효과적인, 충격적인 방법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어떻게 보면 부드럽다. 영화의 구성적인, 연출이나 플롯, 전개에 비추어 보면 뻔하고 메시지와 주제의식, 기획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을 보면 부드럽다. 이래 저래 괜찮은 영화임은 틀림이 없다. 사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만 봐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 기는 하다.

 

 

위의 포스터를 다시 보고 사진을 봐라. 가슴팍에 대문짝하게 박혀있는 하켄크로이츠 문신, 스킨헤드마냥 삭발을 한 머리, 과하게 하얀 그의 피부와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대담한 표정까지. 영화를 내내 이끌어가는 그의 카리스마는 이처럼 포스터에서부터 우리의 멱살을 쥐고 있다. 그리고 [프라이멀 피어]에서 보여줬듯 그의 얼굴은 악함(로이)과 선함(애런)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그게 또 이 영화가 가진 텍스트와 정확히 부합해서 최고의 캐스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영화의 긴장감은 분명 선악을 오고 가는 그의 연기력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물론 에드워드 펄롱의 연기, 아직 세상을 잘 모르지만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형의 모습을 따라 하며 백인우월주의 집단에 가입하는 철없는 모습도 정말 훌륭하기 그지없다. 두 에드워드의 눈에 띄는 연기력과 척척 맞는 합이 이 영화를 '그저 그런 평작'에서 '볼만한 수작'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그리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자랑스레 흑인과 황인을 무시하며 백인우월주의 집단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고 끝내 자신의 집을 쳐들어온 흑인 셋을 무참히 죽여버린 데릭(큰 에드워드)이 감옥에 가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에 대한 반성과 가족에 대한 참회, 그리고 자신이 없는 사이 이미 자신과 닮아버린 동생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한다는 그런 이야기. 뻔하디 뻔한 이야기임에도 이 영화에 정이 가는 이유는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출소한 뒤 동생 대니(작은 에드워드)의 비틀린 사상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한 데릭은 이제 현실적인 고민과 마주해야 한다. 취업을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있기 때문인데, 어렵게 마음 먹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동생 대니는 같은 학교의 -일전에 잠시 시비가 붙은- 흑인 아이에게 총격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 데릭은 이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그는 처음엔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던 아빠에게 영향을 받아 극단적 백인우월주의자가 되어 유색인종을 강하게 차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복역했던 감옥에서 백인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오히려 같이 노역하던 흑인 친구가 자신을 지켜주는 모양새가 되었고, 그는 반성과 참회를 하게 된다. 그는 이제 인종간 다른 점은 없고 사람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참혹한 결말을 마주한 데릭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다시 악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자꾸 되뇌게 한다. 데릭은 정말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자신의 과오로 인해 하나뿐인 남동생이 죽고 그로 인해 안그래도 불안했던 가정은 정말로 파탄날 것이다. 개인적인 복수와 사람다운 삶. 영화 [세븐]의 피날레에서 브래드 피트가 마주한 그 선택지.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만약 내가 이제 그들을 핍박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들이 내 소중한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를 본지 꽤 되었음에도 고민이 된다. 쉽게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 선악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하고 갈림길에 놓이게 하며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

 

 

 

[American Histroy X]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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