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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9. 1. 23:01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이 연출하고

시무 리우, 아콰피나, 양자경, 양조위 등이 연기한다.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이하 [샹치])는 마블의 첫 번째 동양 히어로 솔로무비의 시작을 알리는 유의미한 마블의 25번째 영화이다. 동양 히어로. 그것도 중국 히어로. 뭐 일본이나 한국 히어로보다 자연스러운 등장이긴 하지만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페이즈를 정식으로 장식할 첫 번째 영화인데 과연 동양인들이 우려하는 서양인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이나 캐릭터간의 괴리감, 어색한 비주얼의 등장 등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아했고 지금껏 우리가 봐온 마블의 그 특유의 느낌, 특히 백인이 중심이 된 영미권 사회의 모습에 과연 잘 녹아들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언제나 말하듯 디즈니는 디즈니고 마블은 마블이다. 새로운 인종, 새로운 배경, 새로운 국가를 등에 진 유일무이한 히어로의 출발을 잘 끊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칭찬하고 싶은 것은 액션이다. 그것도 백병전.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무술이다. 중국 히어론데 갑자기 소총을 들면 좀 깨지 않는가. 일본 히어로가 카타나 대신 엑스칼리버를 닮은 대검을 휘두르는 것이 어색하듯이 말이다. 쿵푸, 우슈, 태극권, 팔괘장, 영춘권, 절권도, 취권(?) 등 우리가 창작물을 통해 접한 중국의 무술만 대충 세어도 5가지가 넘는다. 그만큼 중국은 누가 봐도 무술의 나라이고 마블은 그 통념을 전혀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술 액션이 지닌, 몸과 몸이 얽히고 낙법과 타격이 기본이 된 맨몸 액션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멋지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태프들이 액션을 짜고 소화하는데 아주 고생했다고 하는게 실감이 된다. 특히 초중반에 보여주는 샹치(시무 리우)의 타격술은 지금껏 마블 영화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두 번째로 칭찬하고 싶은 것도 액션이다. 다만 이번엔 맨몸이 아니라 샹치의 아버지인 웬우(양조위)가 그토록 강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영화의 주 소재 '텐 링즈'에 관한 것이다. 텐 링즈는 물리법칙을 아주 개무시한 마블 세계관 속 역대급 무기다. 마치 염동력을 구사하는 것처럼 착용자의 마음에 따라 공중을 자유자재로 누비기 때문이다. 또, 강도는 어찌나 좋은지 용의 비늘로 둘러쌓인 벽을 수십번 내리쳐도 금 하나 가지 않는다. 또, 활용도은 얼마나 좋은지 공중에 올려두고 밟고 다닐 수도 있으며 총 10개인 링을 한 손에 모두 장착할 수도 있고 다섯개씩 나눠 낄 수도 있다. 링이 중첩될수록 그 힘이 더 강해지는 성질이 있어서 웬우는 자신을 막아서는 건장한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한 팔에 열개씩 막 껴버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또, 착용자의 수명을 늘려주기 때문에 웬우는 거의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그러니 이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웬우의 모습과 아버지의 텐 링즈를 물려받아 더 잘 사용하는 샹치의 모습은 우리의 눈을 반짝거리게 한다. 이 무시무시한 무기, '텐 링즈' 하나로 모든 서사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차기작의 떡밥도 투척했으며 지금껏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투까지 보여주니 정말 말마따나 '사기템'이 아닐 수 없다. 꼭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도 위와 같다. 정말 화려하고 예상 외로 간지난다.

 

 

이제 칭찬은 끝났다. 이게 다다. 그러니까 액션이 다다. 나머지는 뻔하다. 서사 방식이나 플롯, 위기의 봉착과 갈등의 해결은 [블랙 팬서]와 딱히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블랙 팬서]가 '아프리카와 과학기술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설정이 신박해서 더 눈길이 갔으면 갔지 [샹치]의 설정은 그 힘을 넘을 정도로 독보적이지는 않다. 근데 이건 아마 같은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봐서 그럴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샹치의 어머니가 살던 마을은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고 거대한 악에게서 세계를 지키고 있는 지역인데, 이 곳은 온갖 중국의, 동양의 전설과 환수가 모인 -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판타지의 총본산이다. 우선 불에 타는 새, 주작이 날아다니고, 기린(전설 속 동물)의 모습을 한 말이 걸어다니며, 해태 혹은 피슈의 모습을 한 사자가 어슬렁거린다. 또 사람들은 붉은 예복을 입고 있고 봉과 창, 활과 검을 사용한다. 뮬란이랑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핵심은 따로 있다. 그 마을이 특별한 이유는 호수에 수호신이 살기 때문인데, 그 수호신은 당연하게도 용이다 용. 심지어는 우리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하쿠의 본모습이 나올 때 봤던 그 용이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 쉽게 말해 중국의 고대 문화와 전설로 도배해놓은, 거기에 몇 개의 동양 문화를 범벅해둔 지역이라는 것이다. 노란 머리 외국인들에게는 새롭고 신비한 동양세계의 모습이겠지만 우리는 이미 다 어디서 본 것들 뿐이다. 만화에서 봤고 영화에서 봤다. 물론 이게 [샹치]인지 [신비한 동물 사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VFX가 훌륭하기 때문에 딱히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답습된 구성'을 재현하는 모습은 그리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어느정도 짜임새가 있고 괜찮은 감정선이 있으며 훌륭한 액션이 있는 영화다. 그러나 양조위가 연기한 웬우의 캐릭터가 갈피를 잘 못잡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1000년이나 잘 해먹고 살았으면서 갑자기 막판에 이도저도 아닌 불쌍한 사별남이 되어버린다. 가장 강하고 악한 악역을 혼령먹는 박쥐같은 같잖은 몬스터에게 부여하고 웬우의 서사를 멋지게 끝낸 이유는 어쩌면 양조위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방어하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모로 위대한 배우니까 말이다.

 

마블은 이제 새 페이지에 자기들만의 글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벤져스에 중국 히어로가 영입되다니. 같은 나라는 아니지만 같은 종족(?)으로서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제 곧 개봉할 [이터널스]에는 우리의 동석이 형아가 있으니 이는 분명 언제까지고 무시만 받던 동양인의 처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찬 행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BTS의 멤버 중 한 명도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되지 않을까?..

 

 

 

[SHANG-CHI and the Legend of Ten Rings]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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