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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씬 시티, 프랭크 밀러/로버트 로드리게즈/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9. 02:36

 

 

프랭크 밀러/로버트 로드리게즈/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하고

브루스 윌리스, 제시카 알바, 클라이브 오웬 등이 연기한다.

 

영화 [씬 시티]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과 원작자인 프랭크 밀러가 손잡고 프랭크 밀러가 집필한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마치 그래픽노블을 그대로 옮겨온듯 모든 장면을 흑백으로 표현하고 간간히 강한 원색으로 포인트를 준다. 때문에 아무리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피가 이리저리 튀어도 영화보다는 만화라는 느낌이 강해 심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다.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이야기는 영화의 주무대이자 온갖 범죄가 들끓는 '씬 시티' 내에서 일어나고 마무리된다. 하지만 씬 시티나 여러 캐릭터의 설명을 모두 친절하게 하지 않아서 원작을 먼저 읽고 세계관을 이해한 뒤에 영화를 보면 분명히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장면 구성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원작의 몇몇 장면을 보면 정말 영화와 거의 비슷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 원작과 비교하며 씬을 찾아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다소 취향저격스러운 면이 있다. 취향저격이라는 단어는 물론 '호'다. 전부가 아닌 부분이 가진 선호도를 만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의 뒤편엔 언제나 '불호'가 있다. 취향을 저격당하지 않은 사람은 분명 보기 힘들 영화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영화는 내내 강한 대비의 흑백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원작을 충실히 이행하고 영화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뽐낸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지속되는 강한 대비에 눈이 쉽게 지칠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기도 한다. 사람의 눈은 아주 예민해서 극단적인 차이를 가진 물체를 오래 보지 못한다. 흑과 백으로만 된 영상이 2시간 내내 지속되고 그것을 집중하여 바라본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시체가 나뒹구는 잔인한 묘사와 세차게 내리는 비, 사이렌과 총성소리가 합쳐지면 영화가 한시간을 넘어갈 때 쯤 어떤 '질림'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만화적인 연출과 독보적인 스타일, 하드보일드한 감성과 섹시한 배우들. 다 좋다. 그러나 이런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호'가 아닌 '불호'를 느끼게 되면 감성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 우선 눈이 지쳤는데 뭘 더 보겠는가.

 

 

게다가 마브(미키 루크)의 이야기가 중심인 <하드 굿바이>의 매력과 전개속도가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의 이야기가 중심인 <도살의 축제>의 그것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도가 낮아지기도 한다. <하드 굿바이>의 이야기는 빠르고 매력적이며 어떤 복수의 쾌감과 살육의 떨림같은게 느껴지는데에 비해 <도살의 축제>의 이야기는 등장인물이 많아 혼란스럽기도 하고 피의 복수보다는 처절한 도망이나 불멸의 사랑같은게 주를 이뤄서 작품의 하드보일드한 면에 잘 녹아들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경찰관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의 이야기가 중심인 <노란 녀석>은 그럭 저럭 괜찮았는데 이미 <도살의 축제>에서 지속되는 흑백 화면과 잔혹한 묘사에 넌덜머리가 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결말이 뻔해 보여서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영화의 주제랄것은 딱히 없다. 애초에 원작의 한 부분만 가져온 것이기도 하고 스토리 보다는 비주얼에 더 신경을 쓴 영화이기도 하다. 그저 총을 빵빵 쏘고 사람을 슥슥 죽이며 사이렌은 윙윙 울리면서 비는 콸콸 내린다. 만약 이런 스타일이 본인에게 '호'로 작용하면 이보다 더 재밌는 영화는 없을 것이다. 타란티노 감독이 특별 감독이길래 본 영화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하는 정도의 B무비 감성까지만 버틸 수 있는것 같다. 

 

 

 

[Sin City]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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