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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누렁이, 케빈 브라이트] 다큐리뷰

by jundoll 2021. 8. 9. 21:19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 사회의 식용 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식용 개, 속된 말로 개고기는 한국에서는 아주 뜨거운 감자다. 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개고기를 먹어왔다. 당연히 지금도 아주 많이들 먹고 있다. 물론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고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의 수는 계속 줄고 있기는 하다. 특히 나와 같은 20대~30대의 청년세대도 보신탕을 즐기는 모양새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어떻게 개를 먹냐"라며 비판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았지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나 개고기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은 어느새 터부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사람의 의견은 모두 달라서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먹는 사람을 욕할 순 없다거나,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미개하고 덜떨어진 사람이라고 말한다거나, 개고기를 좋아하는데 주변의 눈치 때문에 못 먹고 있다거나 하는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어디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을 통한 사람의 생존, 즉 생업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개고기도 하나의 사업이고 돈을 벌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개를 사고파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타인이 뭐라고 할 권리는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개와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이고 단순한 사육의 관계가 아닌 감정을 교류하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 도축하는 것은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어떤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이래서 뜨겁고 어렵다.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린 지를 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해결이 안 되는 것이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며 누군가가 다치고 상처 받는 것이다. 

 

다큐 [누렁이]는 아무리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영상이라고 해도 반대편의 입장을 묵살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국가의 관리 하에 영업되는 개 사육장의 모습이나 개고기로 생업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목 아픈 호소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당연히 이 다큐는 식용 개의 사육, 도축, 소비를 중단하자는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주 완벽한 중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수학에서나 사용 가능한 것이라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이 만드는 창작물은 당연하게도 어떤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저 이 제작자의 의견은 "먹지 말자"인 것이다. 그거에 대해 싸울 필요도 반박할 필요도 없다.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냥 먹으면 되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정답일 수 없는 문제다. 개고기를 소비하는 사람을 끔찍이 혐오하는 사람은 개고기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 되어본 적이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느 국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문화가 변할 땐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다. 한국의 개 식용 문화에 대한 여러 사건과 이념들도 그저 전통과 변화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충돌의 작은 의견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게 그 선택권을 넘기고 기다려야 한다. 모든 혁명이 성공한 것도 아니고 모든 이념이 자리 잡은 것도 아니며 모든 국가가 온전하게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당연히 흐르고 시대는 변덕을 부린다. 무기력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인류의 역사가 그래 왔고 지난날의 우리가 그래 왔으며 앞으로의 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치열하게 부딪히며 굉음을 내는 이 다툼 또한 승패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사소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있다. 우리가 선택권을 넘긴 그 '시대의 변화'는 결국 여느 보이그룹의 노래 제목처럼 끊임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피, 땀, 눈물로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개인의 참여와 노력, 집단의 발의와 시위가 전혀 힘없는 외침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개를 구출하는 CARE 같은 단체가 그렇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대한육견협회가 그러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제작진이 그렇다. 모두 자신이 원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뿐이다. 그러니 불편하다면 움직여야 한다. 시대는 분명 끝까지 움직인 사람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유튜브에 업로드되어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끔 말이다.

 

 

 

[누렁이]

서사 ★★★
연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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