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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16. 19:38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하고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등이 연기한다.

그리고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 및 제작했다.

 

개봉 전부터 참 기대를 하게 만든 작품이다. 감독들의 걸출한 필모그래피와 예고편에서 보여준 이국적인 비주얼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성층권 언저리까지 올려놨다. 게다가 여름날에 공포영화라니, 참 치킨과 맥주같이 뻔하면서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조합이지 않은가. 영화 시작 전 갑자기 쏟아진 어마 무시한 양의 소나기, 난생처음 들어보는 벼락 소리와 함께 감상하게 되어서 더 음산한 기분을 느끼며 극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의 생각은 그 유별나고 신났던 감정과는 달리 불쾌함과 의아함만이 남았다. 이유는 뭘까. 영화를 이렇게까지 밖에 만들지 못한 이유가 뭘까. 하나씩 천천히 파헤쳐보자.

 

여러 문제점이 있다. 적어도 다섯개는 된다. 근데 사람의 집중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이 글이 그다지 전문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두 개 정도만 골라서 말해볼까 한다. 첫 번째는 장르와 결합되지 못한 콘셉트이다. 이 영화는 호러/스릴러/종교 영화다. 콘셉트는 페이크 다큐 형식이다. 실제적인 공포 상황이 일어나는 것처럼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이 콘셉트의 장점은 실제 저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CCTV 화면으로 보는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으로 이입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 콘셉트로 가장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는 단연 [파라노말 액티비티]다. 캠코더와 CCTV로 이뤄진 화면들은 정말 이 가족이 큰 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 끼치는 현실적 공포를 선사한다. 그런데 이 [랑종]은 페이크 다큐의 콘셉트를 가지고 다분히 정극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그것도 초반엔 다큐 형식으로 잘 나가다가 중반부터 카메라의 윤리의식이나 중립성은 지키지 않은 채 본인들이 만들고 있는 다큐멘터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게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인다. 카메라맨도 악령한테 당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다분히 노골적이고 다소 촌스럽다. 난데없이 주인공 '밍'을 쫓아가질 않나, 밍의 사적인 공간까지 침범하질 않나, 싫다는데 계속 촬영하며 짜증을 유발하지 않나. 뭐 영화 설정상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런 카메라의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 부분 때문에 카메라맨의 눈으로 영화를 봐야 할지, 카메라맨에게 찍히고 있는 대상들의 눈으로 영화 속에 참여해야 할지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곡성]처럼 정극 영화였다면 더 큰 몰입을 자아내 더 큰 공포를 선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차라리 카메라맨이 모든 장면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키다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악령에게 당하는 식이었으면 더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카메라맨들이 너무 직업정신이 투철하고 물불 가리지 않더라. 

 

두 번째는 [곡성]을 다분히 의식한 영화라는 점이다.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랑종]은 [곡성]과 같은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본인들이 가장 위험하게 생각하는 영화는 [곡성]이라고까지 했다. 위험하긴 한데 잘 갖고 놀았나보다. 영화가 주려고 하는 메시지, 악령 퇴치 장면, 악령이 빙의된 사람들의 괴이한 행동, 어쩌지 못하는 인간들의 무력함, 무당이라는 존재까지 어느 것 하나 [곡성]을 생각나게 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고작 다른 것은 '국가'와 '콘셉트'뿐. 이 국가의 다름도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큰 요소중 하나다. 안 그래도 종교적 이야기는 낯설기 나름인데 낯선 나라에서 촬영을 하고 배우도 모두 태국 사람들이니 지역적, 언어적 장벽이 생각보다 강했다. -이름이 밍, 팡, 퐁, 님, 누이 등. 아주 온갖 의성어 의태어가 다 나온다.- 아무래도 [곡성]과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감이 너무 컷던걸까 아니면 실제로 그다지 좋은 영화가 아닌 걸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사실 간단하지 않은데 [곡성]을 본 사람에게는 간단해진다. 메시지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인 악에 대항하는 인간들의 투쟁' 정도가 되려나. 이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믿음을 거부한, 믿음을 의심한, 믿음을 포기한 사람들이 결국 어떤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제작자인 나홍진 감독은 [곡성] 때부터 일관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생물의 믿음은 약점 투성이고 너무도 부실하다는 것. 그래서 무차별적인 악과 조우해도 발버둥치는것 외에 할 수 있는게 딱히 없다는 것. 무력함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간은 나약하고 그 인간의 믿음은 더 나약하다는 것. 당연히 모든 것은 양면이기에 이런 부정적인 스탠스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러니 받아들이고 살자"는 긍정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나홍진 유니버스에서는 어림도 없다. 그가 자신의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깃발은 절대 밝거나 비비드한 색조를 띄고 있지 않다. 대게는 여러번 덧칠한 어둡고 탁한 붉은 색조를 띄고 있기 때문에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은 잘 알겠다. 언제나 그렇듯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니까. [곡성]으로 시작이 좋았다. 그러나 [랑종]에서 휘청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인가? [랑종]은 발판인가 전조인가?

 

사실상 [곡성]과 다를바 없는 영화지만 장르적 차별점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려고 한 점이 오히려 패색을 짙게 만들었다. 거기에 로컬적 측면, 감정 이입적 측면의 괴리감이 그 휘청거림에 완벽한 태클을 걸어 넘어뜨렸다. 물론 다르게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나에겐 공포감보다 불쾌감이 컸고, 스릴보단 혐오를 더 느꼈으며, 더 끈적해진 여름을 느끼게 됐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아주 큰 무지개가 날 반기더라.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늘에서 선물을 보냈는갑다.

 

 

 

[랑종]

서사 ★★☆☆☆
연출 ★★★★☆
각본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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