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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8일의 밤, 김태형]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11. 14:18

 

 

김태형 감독이 연출하고

이성민, 박해준, 남다름, 김유정, 김동영 등이 연기한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절대 눈을 뜨지 마라." 이것은 영화의 포스터 디자인 팀에서 몰래 넣어둔 경고가 아니었을까.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다. 눈을 감고 소리만 듣는 게 더 흥미로울 뻔했다. 솔직히 완성도가 현저히 낮다. 설정은 어수룩하고 연출은 유치하며 연기는 오글거린다. 이성민 배우는 그냥 [미생]의 '오상식'을 다시 연기했다. '업을 청산해야 하는 중'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냥 '붙임성 없는 나이 든 아저씨'를 다시 연기했다. 박해준 배우는 배역에 정말 안 어울렸다. 평소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형사 배역을 처음 해보는 건지 불만이 많지만 정이 있는 사람을 연기하는 게 처음인 건지 보는 내내 연기를 못해서 불편할 정도였다. 남다름 배우도, 김유정 배우도, 김동영 배우도.. 하다못해 5분 정도 나오는 조연들도.. 모두가 연기를 잘하는 전문 배우들이지만 모두가 연기를 못하는 기현상을 볼 수 있다. 영화의 문제일까 배우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플랫폼의 문제일까.

 

영화는 2시간 내내 어색한 VFX와 무리한 설정들로 범벅되어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한 감성을 유지한다. 영화 내에서 귀신에 사로잡히게 되면 신내림을 받은 사람처럼 넋이 나간 상태로 좀비처럼 걸어다니는데, 그 꼴이 딱히 오컬트적이지는 않다. 그 귀신에 사로잡힌 사람은 타깃을 발견하면 '기괴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데 그게 무섭지도 않고 기괴하지도 않아서 그냥 제작비 절감을 위해 배우가 최대한 얼굴을 변형시킨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유치하다. 또 난데없는 주문을 외우고 역할도 애매한 조연들이 나오며 주인공들은 별안간 죽음을 맞는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이는 스토리, 서사의 문제라고 본다. 영화는 오컬트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은 주술, 의식, 불교적 의의 등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다. 나 또한 그랬고. 그런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조차 어렵다. 이 영화는 앞에 모든 복선과 장치들을 깔아 두고 마지막에 20분에 전부 회수하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전하고 싶은 주제의식을 깔끔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청석 스님과 선화 스님의 과거사(상당히 복잡한), 두 형사인 호태와 동진의 과거사(이것도 깔끔하게 안 나옴), 김 교수와 애란의 이야기(제대로 설명 안 해줌), 처녀보살과 애란의 관한 이야기(대충 설명하고 끝남), 애란과 청석 스님의 애틋한 연출(왜 나왔는지 모르겠음), 7개의 징검다리였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두루뭉실하게만 말해줌) 등. 온갖 캐릭터가 얽혀서 버둥대고 있는데 영화는 그냥 '오컬트'적인 콘셉트 뒤에 숨어서 등장인물들을 방목하고 있다. 분명 해결해야 할 과거사가 있는 캐릭터가 그냥 죽거나, 나오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을 캐릭터가 슬프게 죽거나, 죽음으로서 업을 청산해야 하는 캐릭터는 굳이 굳이 살거나. 난리 났다. 중간에 하나 두 개쯤은 해결을 하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최종 국면에서 모든 것을 밝히려고 하니 당연히 꼬일 수밖에. 배는 나룻배인데 타이타닉에 탈 인원을 태우니 당연히 침몰할 수밖에. 스토리는 기대하지 말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럼 뭘 기대해야 하느냐? 공포? 스릴러? 코미디? 그것도 아니라면 로맨스? 그 어떤 것도 애매하다. 공포라고 하기엔 전혀 무섭지 않고, 스릴러라고 하기엔 너무 대놓고 싸우며, 코미디라고 넣어둔 요소들은 입꼬리도 올리지 못하고, 로맨스는 있을 필요가 없는데 굳이 넣어놨다. 넷플릭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정말 애매하다. 뭔가를 하려고 했는데 된 게 없다. 나름 스토리도 여러 갈래를 준비했던 것 같은데 하나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더 다듬고 가장 예쁜 상태로 내보내야지 왜 이렇게 투박한 상태로 세상에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8일만 서비스하고 수정한 뒤에 다시 서비스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낭비다. 배우낭비, 시간낭비.

 

뭐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나아가는 사람과 나아가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의 유무와 관련이 있다.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도 자신들의 첫 장편영화는 흑역사라고 말한다. 혹시 김태형 감독도 나중에는 자신의 첫번째 작품인 [8일의 밤]을 언급하며 요즘 핫한 커피집 사장이 항상 하는 말처럼 "철이 없었죠"라고 말할지 누가 아는가.

 

 

 

[8일의 밤]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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