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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5. 00:22

 

 

제임스 건 감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등이 연기한다.

DCEU의 11번째 영화이며 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리런치 영화다.

 

개봉 전부터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 2]를 모두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라 기대감이 높았다. 그는 이전작 두 편에서 모두 퀄리티 높은 코미디 요소와 서사법을 보여줬고, 이는 미국식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MCU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가 높았던 탓일까. 개인적으로 이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가.오.갤] 1, 2편의 발 밑 언저리에 겨우 도달한 느낌이 든다. [가.오.갤] 1편이 [가.오.갤] 2편보다 두 배 재밌었고, [가.오.갤] 2편이 이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세 배는 재밌었다. 물론 배경 코믹스의 분위기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MCU 영화는 가족적이고 감동적이며 밝고 산뜻한 면이 있다. 반면에 DCEU 영화는 다소 어둡고 칙칙하며 블랙코미디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제임스 건 감독은 산뜻한 유머를 더 잘 사용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가.오.갤] 1, 2편에서 보여줬던 눈살 찌푸려지지 않고 고급지면서 가벼운, wordplay 유머를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는 없다. 오히려 끔찍하고 수위가 높으며 기괴한 유머가 도배되어 있어서 유머 하나하나를 던질 때 멋진 자세를 잡고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볍다기 보단 무거웠고, 웃기다기 보단 허무했으며, 쾌감보단 징그러움이 더 많이 느껴졌다. 확실히 여름의 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액션은 아니었다.

 

히어로 팀업 무비는 당연히 캐릭터가 관건이다. 2016년에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비록 영화의 완성도는 낮았어도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했을 만큼 캐릭터 디자인이 훤칠했으며 배우들는 배역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때문에 영화의 작품성과 달리 괄목할만한 흥행을 거뒀으며 '할리퀸'이라는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상업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 영화시장에서 꽤 괜찮은 행보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2021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캐릭터들의 아이덴티티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주인공인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 이세계의 헤임달)는 아주 약한 서사성을 가진 채 화려한 무기만 가졌고, 할리퀸(마고 로비)은 이전작에 비해 비중도 아이덴티티도 저하됐으며, 랫 캐쳐(다니엘라 멜시오르)의 능력은 전혀 매력이 없는데 기믹만 유지하고 있고,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는 전작과 아주 똑같이 나온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상어 인간 나나우에(실베스터 스탤론)는 [가.오.갤] 시리즈의 그루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비중도 적고 능력도 하찮아서 딱히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나마 탄탄했던 캐릭터는 피스메이커(존 시나)와 폴카도트맨(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정도인데 둘 다 허무하게 퇴장한다. 그래도 피스메이커는 내년 1월에 HBO맥스를 통해 솔로 드라마가 공개될 예정이라 이어지는 스토리를 위해 캐릭터를 아꼈다고 생각해 줄 수 있겠지만 폴카도트맨은 가진 매력에 비해 너무도 허망한 죽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솔로 영화가 나와도 될 정도로 깊은 서사와 엄청난 능력을 가진 캐릭터인데 그저 개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캐릭터에 대한 개개인의 애정은 다르지만 캐릭터로 시작해 캐릭터로 끝나는 장르의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발휘하지 않은 점은 가진 무기를 전부 사용하지 않고 전쟁에서 진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히어로 무비에서 캐릭터를 희생하면서까지 얻으려고 했던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아마 전작이 가진 최악의 단점인 작품의 개연성일 것이다. 다행이도 이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는 서사적 구멍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캐릭터들에겐 이유가 있고 갑자기 분위기가 로맨스로 바뀌지도 않으며, 뜬금없거나 억지적인 화합으로 동료애를 다지지도 않는다. 특히 영화의 극초반에는 길게 끌면 지루해질 장면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는데 이게 또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전달하고 있어서 확실히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도 강력하고 유쾌한 초반에 비해 중반~후반까지의 전개는 다소 지루하고 루즈한 모습을 보인다. 너무 탄탄하게 쌓으려고 했던 걸까. 혹시 전작을 너무 의식한건 아닐까. 뭐 아무래도 전작의 그늘에서 완벽히 벗어날 순 없었을 터이니 이 정도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정말 감지덕지다. 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범죄자들이 아무 이유 없이 선해지면서 힘을 합쳐 악을 무찌르지만 2021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범죄자이긴 하지만 애초에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묘사가 자주 등장해 전작과 비슷한 결말임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나름 귀여운? 범죄자랄까.

 

또한 빌런의 설정도 흥미롭다. 영화의 최종 빌런은 '스타로'라는 거대한 불가사리인데, 자신의 작은 분신들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고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타로는 애초에 지구를 침략한 불가사리가 아니라 우주에서 한가로이 유영하며 별을 구경하던 평화로운 불가사리였다.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한 미국의 우주인들이 강제로 납치해 실험체로 사용한 것일 뿐 스타로 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고작 불가사리가 최종 빌런을 맡기에는 다소 부족한 설정을 가진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가 끝나갈 때 쯤 감독이 아주 영리한 수를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히어로 무비와 달리 이 영화의 최종 빌런은 '나쁜 목적'을 가진 사악한 인간이 아니다. 자신을 강제로 가두고 오랜 시간 동안 실험을 자행한 인간들에게 화가 난 우주 불가사리다. 그렇다면 진짜 빌런은 과연 누구일까. 선량한 사람들을 죽인 우주 불가사리일까 아니면 선량한 우주 불가사리를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미국 정부일까. 이런 심리적 혼선은 우리에게 '빌런'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되묻게 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한다. 감독은 다이너마이트를 던져주고 우리보고 심지를 직접 찾으라고 시킨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의 진의를 발견했을 때,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은 빌런 집단이지만 결국 선량한 시민을 구하려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행동일 것이다. 빌런의 악의적 존재를 희미하게 설정하여 선악의 구분이 애매한 주요 캐릭터들의 서사도 납득을 시켜주는 영리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팀의 존재가 가진 모순된 점을 통찰한 제임스 건 감독의 훌륭한 처사다.

 

 

히어로 무비에서 관객몰이를 하기 위한 첫 번째 고려사항이 캐릭터라면, 두 번째는 단연코 화려한 액션씬이다. 이런 영화는 눈이 즐거워야 한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고 실험적인 연출을 감행하지도 않으며 충격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스케일을 가진 액션이 나와줘야 한다. 다행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확실히 눈이 즐거운 영화다. 스타로의 VFX는 컴퓨터 그래픽 팀이 무려 6개월 동안 제작했다고 한다. 또한 할리퀸의 액션이나 여러 특수효과, 블러드스포트의 가변성 총기가 보여주는 밀리터리적 쾌감, 피스메이커의 무자비한 난도질 액션, 폴카도트맨의 땡땡이 특수 능력 등 기존의 히어로 영화에서 보여주던 정형화된 액션이 아닌 B급 감성의 투박하지만 솔직하게 다가오는 신기한 매력이 있었다. 진심으로 폴카도트맨의 솔로 영화가 기획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혹여 DC의 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강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 캐릭터가 이대로 사장되기엔 너무도 아깝다. 

 

여러모로 전작보단 확실히 재밌어졌다. 사실 더 망하기가 힘든 지경이긴 했지만 이정도면 무난하게 넘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대감을 모두 충족시켜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의 중반은 지루하기도 하고 매력있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덴티티가 거의 죽어가는 설정을 가지고 이 정도의 영화를 리런치 할 수 있는 감독도 몇 없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당연히 실망도 큰 법이다. 혹시 이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보러 갈 것이라면 모든 기대를 내려놓길 바란다. 가볍게, 최대한 가볍게 보면 충분히 재미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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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icide Squad]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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