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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인질, 필감성]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19. 16:02

 

 

필감성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김재범, 류경수 등이 연기한다.

 

황정민을 위한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의 영화 [인질]은 필감성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첫 친구, 첫 입학, 첫 걸음. 그래서 처음에겐 당연히 감안이 필요하다. 나는 이 영화가 필감성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봤다. 첫 작품부터 [기생충]을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첫 작품부터 과한 기교를 부리거나 겉멋만 잔뜩 든 영화를 연출하게 되면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노심초사한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스타 배우 황정민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그리 높은 작품성을 가진 영화는 아닐지라도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다.

 

영화의 장르는 액션, 스릴이다. 배우 황정민이 괴한에게 납치되어 도망치는 탈출극을 다룬다. 줄거리는 아주 무난하다. 탈출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잘 구성했고, 납치범/형사/피해자의 삼인 구도를 잘 변주하여 어색한 흐름 없이 잘 이끌어 나갔다. 중후반부의 카체이싱 장면은 현실성이 높았고 산속 추격 장면도 충분한 긴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정말 무난하다. 무난하다는 말 자체가 애매하여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상술했듯 이 영화는 감독의 첫 작품이다. 그러니 이번에 사용한 '무난하다'는 표현은 딱히 모난데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줄거리와 적당한 플롯, 구멍 난 데 없는 서사와 배우들의 준수한 연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난하다는 것의 반대편엔 역시 하나쯤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은 바로 판에 박힌 캐릭터들이다. 

 

 

우선 황정민은 '황정민'한다. 황정민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베테랑]에서 봤고, [아수라]에서 봤으며, [부당거래]에서 봤던 그 연기. 눈이 파들파들 떨리고 화를 못이긴 목소리가 꾹꾹 눌러 담기는 그 연기. 그러다가 해탈한 듯 허허 웃고는 상대를 압도하려고 하는 그 연기. 그리고 이런 연기를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것보다는 더 격양된 톤으로 보여준다. 잘한다. 역시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그러나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스펙트럼을 넓히지는 못했다. 그저 할 줄 아는 것을 조금 더 잘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분명히 이끌어 가야 할 배역임에도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영화의 집중력에 결부되는 문제점이다. 심지어 배역이 '황정민'이니 그 힘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5000만의 관객을 모았던 그의 장력은 어는 순간부터 서서히 떨어져가고 있다. 아마 스펙트럼의 문제로 보이는데, 어느 배역을 맡아도 계속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니 배우의 연기력이 훌륭함에도 다음 작품이 그리 기대되지 않는 배우 중 한 명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또, 여러 신인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를 뒷받쳐주지 않는 악역의 뻔한 캐릭터성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배우는 두 부류로 나뉜다. 욕을 찰지고 맛깔나게 하는 배우와 욕을 하는 게 못 봐줄 정도로 어색한 배우. 문제는 여기 신인 배우들이 참 욕을 못한다. 류경수 배우 빼고는 정말 욕을 살면서 써 본적도 몇 번 없어 보일 정도로 욕이 어색하다. 물론 욕만 어색하면 다행이겠지만 캐릭터들도 다 어디서 본 듯하다. 악랄한 싸이코패스, 근데 이제 덥수룩한 머리를 한. 다혈질 행동파, 근데 이제 진짜 대장한테 악의를 품은. 방구석 찐따 히키코모리, 근데 이제 대장한테 벌벌 기는. 욕을 엄청 하는 쇼트컷 여성, 근데 이제 일찍 죽는. 우직한 덩치, 근데 이제 충성심이 강하고 가장 먼저 잡히는. 다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던 그런 정형적인 캐릭터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서사에 많은 기대가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뭐 그래도 이 정도 단점은 여러 작품을 만들면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첫 작품이고, 세상엔 좋은 영화가 많으니까 말이다. 

 

 

영화에는 신인 배우가 많이 나온다. 이유미, 류경수, 김재범,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등 아직 완벽히 다듬어지지는 않았어도 분명 빛나고 있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도 열연을 펼친다. 특히 염동훈 역의 류경수 배우는 가히 괴력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보여줬던 일개 양아치 역할에서 진화하여 진정한 범죄자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분명 앞으로 좋은 영화 하나 잘 만나면 한번에 높게 뜰 그런 준비된 배우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유미 배우도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 이후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가고 있어서 충분히 한국 영화의 미래에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인배우들을 통 크게 캐스팅하여 영화를 착실히 이끌어나간 감독과 제작자들의 분명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올여름 영화 극장가에 선보여진 영화 중에는 가장 평탄하지 않을까. 앞으로 이어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큰 기대를 가져본다.

 

 

 

[인질]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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