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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공포와 욕망,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20. 19:32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폴 마저스키, 프랭크 실베라 등이 연기했다.

 

영화 [공포와 욕망]은 1953년에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이다. 러닝타임은 1시간밖에 되지 않으나 확실한 메시지와 훌륭한 연출로 큐브릭 감독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확실히 기술적인 한계와 첫 번째 연출작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칼로 사람을 찌르는 장면이나 총을 쏘고 맞는 장면같이 -당대 기술로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장면에서는 다분히 현실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아마 큐브릭 감독이 아니었으면 나도 절대 찾아보지 않았을 그런 영화다. 그러나 1953년은 이제 막 6.25 전쟁이 정전된 때다. 요즘 나오는 영화의 그런 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방금 태어난 아기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시작부터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감독의 팬이라면, 고전 영화가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하다. 

 

 

영화의 주제는 다소 평면적이다. 영화의 제목이 곧 '메시지'이자 '줄거리'이다. 영화는 내내 전쟁이 불러온 '공포'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말로를 보여준다. 어리바리한 일병 시드니(폴 마저스키)는 작전 도중 포로로 잡은 한 여자를 감시하라는 명목으로 적의 영역에 혼자 남게 된다. 물론 그가 버려진 것은 아니다. 다른 부대원들은 탈출용 뗏목을 만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다. 그러나 시드니는 겁이 많은 일반적인 인간이다. 동료들이 자신을 버렸을 거라 생각했고, 적진에 혼자 남겨져 잡혀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공포'는 머지않아 그를 뒤덮는다. 감시하고 있던 여자 포로마저 잠시 느슨해진 틈을 타 시드니를 버리고 도망가려 하는 찰나, 외로움에 잠식된 시드니는 그녀를 사살하고 만다. 총성을 들은 동료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시드니는 이미 미쳐있었고, 이내 헛소리를 내뱉으며 부대를 이탈해 홀로 도망을 가버린다. 

 

 

시드니가 이탈한 뒤 남겨진 부대원들은 이제 탈출할 일만 남았다.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음에도 적진에 호의호식하는 장교들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맥(프랭크 실베라) 병장은 상관을 도발, 설득하여 적진에 침입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지금껏 살면서 제대로 된 일 하나 해본적 없던 맥 병장은 나라를 위해, 혹은 업적을 달성하여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세운다. '욕망'에 사로잡힌 것이다. 결국 설득당한 상관은 맥 병장에게 마음대로 하라 지시하며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한다. 결과는 뻔했다. 총알세례를 받은 맥 병장은 위에서 도망쳤던 -미쳐버린- 시드니 일병과 마주쳐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는 두 본능적인 감정, 공포와 욕망이 한 자리에 만나 어두운 호수로 떠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상관의 모습과 함께 마무리된다. 2차 세계 대전이 종전되고 8년 뒤에 개봉한 이 '신예' 감독의 영화는 분명 당대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감정의 이름으로 치환해 효과적으로 전달했을 것이다. 특히 '공포'에 사로잡혔던 시드니 일병을 연기한 폴 마저스키 배우의 정신이 탈주한 연기는 지금의 배우들이 보며 공부해도 될 정도여서 관객에게 영화의 주제를 더 감성적이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큐브릭 감독은 이런 연기를 디렉팅 한 경험으로 [풀 메탈 재킷]의 여러 군인의 모습을 훌륭히 연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그의 스타일이 정확히 자리잡기 전의 작품이라 다소 심심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그의 시작이 어땠는지 알아야 한다. 작품이 어떻게 변했고, 어떤 점이 비슷하며,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물론 이젠 세상에 없지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 참 힘든 영화다. 구하기도 어렵고 번역도 잘못된 부분이 많다. 러닝타임이 짧은데도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의 고집-어떤 감독을 좋아하면 모든 작품을 봐야 하는-이 발동돼서 멈출 수 없었다. 큐브릭 감독의 시작이 궁금한 사람들은 큰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Fear and Desire]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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