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아이즈 와이드 셧,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1. 02:06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다.

 

보통 시원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을 '똥 싸다 끊긴 느낌'이라고들 한다. 이건 똥 싸다 끊긴 정도가 아니라 똥을 싸긴 쌌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느낌이다. 변기에도 없고 화장실 바닥에도 없다. 사라졌다. 내 2시간 30분과 함께.

 

영화는 오랜 러닝타임 동안 정말 느리게 사건을 늘어놓는다. 심적으로 느리게 다가왔다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말도 정말 느리고 화면 전환도 정말 느리다. 큐브릭의 팬인 나(이 영화로 탈덕했을지도 모른다)도 중간에 몇 번 끌 뻔할 정도로 서사가 지루하고 연출이 루즈하다. [샤이닝]과는 비슷한 류(긴장감을 높이는)의 음악을 사용하는데 그 빈도수가 현저히 낮아 전혀 긴장되지 않고, [시계태엽 오렌지]와 비교하면 더 높은 선정성을 가지고 있는데 현실감이 지극히 떨어져 몰입이 되지 않으며, [풀 메탈 자켓]의 진행 속도를 반의 반도 따라오지 못한다. 

 

좋은 영화를 평가하는 나만의 기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실제적 경험'을 시켜주는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소멸' 시켜주는 영화인데, 그 두개가 모두 부족하다. 실제적 경험을 시켜주기엔 이름 모를 요상한 단체나 미국 상류층들의 사교 사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은근하게 묘사해주지 않으며, 시간을 소멸시키기엔 사건과 사건 사이의 전개, 인물과 인물 사이의 대사들이 슬로 모션처럼 질기게 진행된다. 뭐 항간에는 영화를 만들고 감독이 죽임을 당했다, 편집되어 사라진 21분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프리메이슨의 소행이다 등 많은 음모론이 제시되고 있지만 음모론은 말그대로 론, 그래 봤자 진실이 아닌 해석이다. 남의 해석을 들어볼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사실 내 취향은 아니라서 오로지 영화만을 두고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는 이렇게 개봉이 된 것이다. 21분이 사라졌든 121분이 사라졌든 대중에게 공개된 큐브릭 감독의 작품은 지금 이 [아이즈 와이드 셧]이다. 사실상 다른 이야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바는 시작도 전에 제목에서 이미 다 말했다. 원래 통상적으로 쓰이는 eyes wide open이 계몽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눈을 떠라' 정도로 통하는 의미라면 eyes wide shut은 눈 가리고 아웅하자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각자가 지닌 욕망과 욕심은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공공연하게 내비칠 수 없지만, 완벽히 덮어지는 비밀은 없듯 예상치 못한 상황과 시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의 욕망을 숨기고 점잖을 떨고 있지만 결국 마음 한 켠, 혹은 특정한 장소에서만큼은 자신의 욕망을 폭포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도, 끝까지 숨기려고 하다가 들키는 캐릭터도 있지만 결국 지금까지처럼 평온하고 일상적인 삶을 위해서는 쏟아진 욕망을 다시 바구니에 담고 덮어두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눈 가리고 아웅' 해야 한다.

 

세상이 그렇다. 아무 비밀도 없는 사람은 없다.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강아지도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숨기고 싶어 하는데, 사람이라고 안 그렇겠는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사상이 변해도 우리는 그저 -영화의 마지막처럼- 모든걸 잊고 덮을 수 있는 강렬한 행위가 있어야만 가혹한 현실을 버티고 추악한 진실을 감추어 살아갈 수 있는 불완전한 생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