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연출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루카(생선)와 알베르토(생선)가 줄리아(인간)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천방지축 도시생활 성장 애니메이션이다. 바다괴물들(루카, 알베르토)이 인간의 물건과 문화를 경험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실제 인간의 삶에서 한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듯하여 순수하고 귀엽기도 하지만 어른들과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상처 받지 않을 거리를 잘 모르는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어떤 일이 상대의 기분을 좌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을 상대로 어떤 어른은 핍박하고 어떤 어른은 응원하면 어떤 어른은 관심도 주지 않는다. 이미 긴 삶을 살아오며 많은 경험을 했던 어른들의 눈에 천방지축 빙글빙글 돌아가는 아이들의 당찬 하루하루는 때론 시간낭비로, 때론 무모한 행동으로, 때론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으로 비치곤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런 시절은 있다. 그런 시절이 있어야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게 우당탕탕 배우는 것이다. 사람은 몸으로 경험한 것은 절대 잊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과 어울려 사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른들에게는 당신에게도 이와 같은 부끄럽지만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했던 관계와 삶이 분명 있었다고 이야기해준다. 좋은 영화다. 다른 픽사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몰입도가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친구 관계'를 다뤘다는 점이 특별하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학교를 졸업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폐쇄적이었던 친구관계는 점점 넓어지기 마련이다. 만나는 사람의 가짓수가 많아질수록 나의 친구 관도 넓어지다 못해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친구'일 정도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의미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앞으로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노력이 이제는 지친다. 내 의견을 주입해야 하고 남의 의견을 주입당해야 하는 그 억지 교류를 이젠 버틸 수 없다. 그러나 고작 10년 전에만 해도 나와 생각이 그리 맞지 않아도 매일 보는, 혹은 봐야만 하는 사람이랑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나랑 생각이 맞지 않으면 서로 고칠 수 있는 마음의 말랑함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어릴 적에 사귄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의 허물없음과 철없음이 생각나서인지, 아니면 같이 마음이 딱딱한 어른이 되고 있는 와중이라 동료의식을 느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만 그냥 얼굴만 봐도 그렇게 좋은가보다. 사람은 당연히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 근데 그건 스마트폰과 SNS가 있기 전에 생긴 말이다. 이제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멀어지고 멀어지지 않고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 노력 없이 얻어지기도 하는 게 사람이지만 유지비용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나는 내가 친구들에게 계속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내 마음과 상황이 급해지면 당연히 주변을 챙기기 어렵다. 만고 불면의 법칙이다. 그러니 내가 친구를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나 먼저 나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아자아자 파이팅.

디자인은 명불허전이다. 물에 들어갈 때만 바다생물로 바뀌는 장면이나 빗속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장면, 루카네 부모님이 루카를 찾으러 동분서주 돌아다니는 장면 등 미적으로 훌륭한 시퀀스가 많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름답다, 예쁘다, 잘 만들었다 같은 1차원적인 감상보다는 "정말 피 튀기는 노력이 들어갔겠구나.." 하는 애니메이터들의 손목 걱정이 먼저 되는 게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해외 애니메이션은 어디에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디테일의 궤도에 오른 것 같다. [토이스토리]나 [인사이드 아웃], 디즈니의 여러 작품들도 그렇고 정말 사람을 믹서기에 갈아서 그 영혼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는 또 어떤 놀라운 비주얼과 디자인으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인간관계가 어렵고 삶이 힘들 때 한 번쯤 보면 좋은 영화다.
딱딱해진 마음을 한번쯤 녹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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