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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머니볼, 베넷 밀러]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6. 25. 02:16

 

베넷 밀러 감독이 연출하고

브레드 피트, 요나 힐이 연기한다.

 

야구 영화다. 사실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야구 선수도 박찬호 선동렬 추신수 이승엽 이대호 정도밖에 모른다. 메이저 리그는 물론이고 국내 야구리그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을뿐더러 애초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어릴 적 꽤 자주 메이저 리그를 보시던 아버지는 이름도 생소한 선수들과 팀들에 대해 설명해주시곤 했는데, '팀 이름을 참 잘 짓는구나' 외에 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 나오는 팀은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오클랜드 애틀래틱스라는 금전적 여유가 없었던 팀의 감동적인 실제 성공 일화를 다룬 이 영화의 연출과 서사는 나에게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연출은 차분하면서 잔잔히 감동적이었고, 전개는 다분히 정형적이면서 차근차근 쌓아 올렸기에 튼튼한 밑받침이 형성되어 있어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야구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어놓은 소위 친절하고 착한 영화다.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야구를 소재로 한 야구 영화지만 야구 얘기만을 하지는않는다. 감독은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누구나 쉽게 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한 '잊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이다. 영화 초반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당신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믿기지 않을 만큼 모르고 있다." 이 말은 곧 당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당신도 모르게 발휘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르니 속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항상 성적이 저조한 선수가 마지막에 본인이 홈런을 쳐놓고도 1루에 다급하게 엎어지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시퀀스가 내포하는 바도 위와 동일하다. 우리는 이따금씩 우리의 가능성에 대해 까먹는다. 아니, 까먹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능성을 가지는 순간 기대하게 되고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은 누구도 겪기 싫어하니까. 우리는 다른 선택을 분명 내릴 수 있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고,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도 있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빈 감독처럼 자신의 징크스에 자신이 갇혀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안 되던데.. 내가 보면 지던데.. 도대체 세상에 정해진 것이 어디 있는가.

 

 

내 운명은 내가 바꾸는거야! 는 허무맹랑한 말이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바꾼다는 전제가 깔려있지 않다. 운명은 돌고 도는 나의 천성이다. 내가 쌓아온 습관이 곧 운명인 것이다. 그러니 운명을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당장 내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내 운명을 속단한 것은 아닌지, 내 한계와 가능성에 너무 큰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나 둘 깨어나가 보면 시간이 지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영화다. 재미도 있고 지루하지도 않다.

근데 적어도 스트라이크랑 볼, 타자랑 투수는 알고 보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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