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킬빌 1,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7. 3. 13:10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하고,

우마 써먼, 루시 루 등이 연기한다.

 

피가 단어 그대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영화다. 이거 내 얼굴에 튀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사실 이 전작인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도 피가 튀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예를 들면 큐브릭) 이만큼 피가 나왔다면 사실 눈살이 찌푸려질 만도 한데, 타란티노 감독은 다시 한번 그만의 방법으로 잔인함을 잔인하지만은 않게 표현했다. 재밌다. 재밌는데, 피가 많이 나온다. 그것도 진짜 많이.

 

아마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본 타란티노 감독 영화가 아닐까 싶다. 노란 트레이닝복에 노란 머리의 서양인이 일본도를 들고 일본식 가옥에서 사무라이처럼 싸우는 장면은 이미 너무도 아이코닉하여 실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킬 빌]의 전체적인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실제로 모든 시간을 다 본 것은 아니었지만 길거리에서 들리는 매장에서 튼 유행하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지는 않았어도 후렴구 정도는 흥얼거릴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OST! 지금 시점에서 보면 한국 예능에서 너무도 많이 등장한 그 OST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오히려 OST의 2차 생성물이 원본에 영향을 끼친 사례랄까. 물론 내가 늦게 봐서 그런 것이겠지만. 

 

오렌 이시이의 과거를 비추며 갑작스레 연출된 일본 애니메이션 화풍의 시퀀스도 참 신선했다. 요즘에야 별의별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큰 감흥이 없다고 쳐도 2003년 당시 할리우드에서 이런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온다. 당시 영화를 시청했던 미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건 마치 반 고흐가 자포니즘을 접하면서 화풍의 폭을 늘린 그런 느낌이 아닐까. 서양인들은 일본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디서 들리는 '썰'에는 미국에서 '나루토'나 '원피스', 일본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힙'한 애들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나가다 힐끗 보아도 서양인인 배우들이 다분히 일본스러운 배경과 컨셉으로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 때론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것은 영화사 전체의 시각으로 보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맛'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쭉 밀고 나가는 감독의 뚝심과 센스가 참 부럽고 존경스럽다.

 

 

타란티노 감독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쉴틈 없는 대사'가 1편에는 없다. 그래서 중간중간 아주 미묘하게 지루해지는 타이밍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 같은 게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죽이고 또 죽이고 복수하고 또 복수한다. 복수를 받아들이는 대상들도 "아 복수하러 왔구나, 맞서 주마!" 정도로 받아들여 버리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이 없다. 대사보다 피 터지는 '퓨슈슉', '피싯', '촤아악' 이 더 많이 나온달까. 재미는 있는데 감독의 다른 작품들 만큼은 확실히 아니다.

 

2편 보러 가야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