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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4, 이창봉] 도서리뷰

by jundoll 2021. 8. 21. 16:31

 

 

이창봉 작가가 집필하고,

영어의 은유적 표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최근에 일어난 아주 유의미한 일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일전에 리뷰한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1] 편에서 이창봉 저자님께 질문을 남겼었고 그에 대한 답을 직접 해주신 일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글의 조회수가 급격히 높아졌고 그 원인을 추적하던 도중 작가님께서 직접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친절한 답변과 함께 게시글을 작성해주신 걸 발견했다. 서평에 대한 좋은 말씀은 물론이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남겨주셔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정말 둘도 없는 경험이 되었고 살짝 주제넘지만 이창봉 저자님의 인생 영화까지 여쭐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서평을 쓴 책의 저자가 직접 언급을 했다는 사실은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이 경험을 토대삼아 더 즐겁게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미국과 영어에 관심이 많은 대중으로서,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는 독자로서 이창봉 작가님의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는 나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도서가 되었다. 행복한 경험을 안겨주신 이창봉 작가님께 감사의 말을 마무리하며 4장 자동차와 자립심 파트를 정리해보겠다.

 

 


4장 자동차와 자립심

 

우리나라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차를 소유하기엔 땅덩어리가 너무도 좁고 대중교통이 너무도 발달했다. 항상 미국 영화를 보면 고등학생들이 차를 몰고 Downtown으로 놀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 아닌가. 애초에 면허도 특수한 경우에만 19살에 딸 수 있는 걸로 알고 있고, Downtown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다. 미국은 아니어도 옆 나라인 캐나다에 2개월 동안 머문 적이 있는데 정말 차 없이는 아무 곳도 갈 수 없겠더라. 버스도 한국처럼 한 정거장에 여러 대가 오는 게 아닌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딱 한 대만 운영했다. 그러니 그 흔한 편의점이나 음식점을 가려고 해도 걸어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른 나이부터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 책에서 소개되었듯 차량이라는 매개를 통해 미국의 문화는 '자립'과 떼어놓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문화는 '집단'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와닿는다. 중학교 3학년쯤 됐는데 편의점에 컵라면 하나 사러 갈 때 부모님이 차를 운전해주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또,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코인 노래방에 놀러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데려다주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한창 자기 자신의 바운더리가 생겨나는 시기에 우리나라와는 달리 차량이 있고 없고 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러다 보니 당연히 차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강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지리적 특성은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나 보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읽다가 말았는데 이 책 다 읽고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Engine"

He is the Engine of out team.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힘. 자동차의 심장. 자동차의 꽃. 자동차의 코어. 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엔진이라는 말보다는 "그는 우리 팀의 심장이야" 정도로 많이 사용하는 듯.

 

 

"Leaking Oil"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화합하지 못하고 심각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마치 나 빼고 아무도 안 하는 조별과제가 생각나는 용어다. My team is leacking oil all over the process. The whole crew does nothing. 정도로 쓸 수 있지 않을까. 

 

 

"Jump Start"

실제로 운전병으로 군에 복무했던 나는 Jumper Cable을 심심치 않게 사용했었다. 동계가 되면 추운 차량고에서 밤을 지새운 두돈반, 사오돈, 711 등의 군용 차량은 배터리가 나가기 일수였다. 차량 점호를 실시하면 시동을 걸고 여러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가는지 체크를 하는데 이때 꼭 몇 대의 오래된 군용 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았었다. 차랑 정비관님께 보고 드리면 "쩜프시켜!"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게 Jumper Cable을 사용해 다른 차량에서 전력을 빌려 심폐소생, 즉 Jump Start 하라는 뜻이었다. 아주 글로벌한 상관이었다.

 

미국에서는 이 뜻을 더 확대하여 '성공적으로 시작되도록, 성공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으로 사용하는데, 정말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죽어있는 배터리를 실제로 살려본 사람은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 뭔가 죽어가는 사람을 CPR 해서 살린 그런 느낌이랄까. 차와 감정을 교류하는 느낌이랄까. 

 

 

"Cruise through"

순항함을 일컫는데, 확실히 미국같이 넓은 땅덩어리에선 Cruise Control이 필요할 것 같다. 맥락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필드가 아주 넓은 MMORPG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나 요즘 유행하는 로스트아크 같은 게임에도 꼭 이런 자동 주행모드가 있다. 게임 특성상 차량이 아닌 말이나 새를 타고 다니지만 정말 멀리 있는 맵을 가야 할 때 계속해서 주행을 신경 써야 하면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닐 것이다. 그러니 미국같이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는, 더군다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해리와 샐리가 처음 만나 함께 뉴욕으로 향했던 것처럼 주와 주 사이의 거리가 억겁의 시간이 걸린다면 반드시 필요한 옵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브레이크를 10초에 한 번씩 밟아야 하니 참 달라도 이리 다를 수가 없다.

 

 

"Overdrive"

또 게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꼭 모든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버서커, 광전사 같은 특징을 가진 캐릭터는 Overdrive라는 스킬을 반드시 가지고 있다. 기존의 능력치보다 더 끌어낸 힘을 잠시 동안 발휘해 자기보다 더 강한 적에게 합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그런 Active 스킬이다. 그런데 이게 미국의 차량에서 나온 은유였다니. 생각해보면 Drive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데 왜 그런 예상은 안해봤는지 모르겠다. Overdrive는 최적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의미와 무리해서 달리고 있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게임속의 그 광전사도 Overdrive 스킬을 쓰면 잠시동안 속도가 느려지거나 HP의 일부가 손상되는 disadvantage를 감수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다. 분수에 어긋나게 많은 힘을 갈구하면 당연히 그 반등이 오는 법이다. 가끔 Overdrive로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나 잠깐은 엑셀에 발을 떼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Cruise 모드를 사용하는 것도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분명 필요한 mode switching일 것이다.

 

 


 

 

실제 겪었던 운전병으로서의 기억이나 어릴 적 잠시 체류한 캐나다의 기억, 거기에 재밌게 플레이했던 게임의 요소까지 생각하면서 쓴 네 번째 챕터다. 솔직히 저자인 이창봉 작가님이 분명 이 글을 읽으실 것이라 생각되어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도 들기는 했다만 또 훌륭한 글은 아니어도 솔직한 글을 쓰는 게 내 자랑이라면 자랑이라 작가님은 분명 내 서평을 재밌게 읽으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책에도 이창봉 작가님이 직접 겪은 경험이나 갖고 있는 취향 같은 게 문득문득 보이기도 한다. 필라델피아 이글스(미국의 야구 팀)로 예문을 만든다던지 -작가님의 페이스북 대문에는 필라델피아 이글즈의 팬이라는 문구가 자리 잡고 있다-, Cruise Control을 직접 경험한 일이라던지 등 깨알 같은 요소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이제 3분의 1쯤 읽었다. 영어 표현은 언제나 흥미롭다. 아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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