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 오브 드래곤] 시즌2가 최근에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에는 더 많은 수의 드래곤과 드래곤의 싸움을 볼 수 있어 눈이 황홀하다. 아에몬드의 베이가와 아에곤의 선파이어 두 드래곤의 본격적인 출정과 라에니스와 멜레이스의 장엄한 최후, 시락스나 카락세스, 바엘라와 문댄서, 아담과 시스모크, 휴와 버미토르, 울프와 실버윙, 마지막화에 드디어 등장하는 쉽스틸러,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작은 드래곤들까지 사실상 현존하는 거의 모든 드래곤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CG도 상당히 잘 구현되고 음향이나 모션이 어색하지 않아서 눈과 귀가 즐거운 시즌이라고나 할까.





미안하게 됐지만 칭찬은 여기까지다. 솔직히 이번 시즌은 망했다. 우선 전체적으로 전개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시즌 1에 비해 전개된 게 그리 많지도 않다. 단 한 번의 큰 전투가 있었을 뿐이고, 드래곤라이더 구인구직에 성공했단는 것 이외에는 큰 사건이 없다. 결정적으로 씬스틸러이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인 다에몬 타르가르옌이 무려 1화에서 7화까지 하렌홀에서 개뻘짓;;을 하면서 전체 드라마 분량을 너무 잡아먹었다. 물론 다에몬과 그의 형이자 선왕인 비세리스와의 관계나 컴플렉스 같은 부분, 라에니라의 남편이지만 아직도 왕위를 노리는 본인의 흑심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게 7화 분량에 걸쳐 일어날 일은 아니었다. 2화 분량이면 충분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같은 장면, 같은 표정, 같은 연기, 같은 대사를 매 화 보여주니, 한 주에 한 편씩 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역이 따로 없다. 뭔가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분량만 잡아먹으니 정해진 편수가 있는 것을 아는 팬들에겐 그저 조급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다에몬의 통쾌함과 쿨함, 잔혹함을 기대하던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오죽하면 이런 밈이 있을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자신의 아들들이 벌인 전쟁을 수습하기 위한 알리센트 왕대비와 계속 평화를 이야기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유혈사태를 각오하게 된 라에니라의 심정 묘사가 정말 많이 나온다. 알리센트의 경우, 애초에 특출한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왕의 아들을 낳았을 뿐이었기 때문에 사실 시즌2에서 할 일이 없는 게 맞다! 아들들에게 이미 다 주도권은 넘어갔고, 아들이 왕이며, 자기들 나름대로 지지고 볶고 하는 중이다. 그런데 아마 제작진은 알리센트에게 큰 역할을 맡기고 싶었던 것 같다. 분량이 있을 수가 없는 캐릭터에 분량을 주려고 하다 보니 갑자기 가출해서 캠핑하거나 물에 떠서 명상하거나 촛불에 불을 키거나 하는 쓸모없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라에니라와 어린 시절 친했고, 둘의 애증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이 전쟁은 여왕과 왕대비의 해묵은 감정의 해소보다 몇 마리의 드래곤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감정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억지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라에니라의 이야기는 중요하긴 하다. 여왕으로서 겪는, 여자로서 겪는 부당함과 고초를 이겨내고 한 나라의 왕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그 과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 부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느.려.도.너.무.느.리.다. 어느정도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계속 고뇌하고, 방황하고, 실수하고, 윽박지르고, 급발진하고, 신하 싸대기를 갈기고, 급기야 하녀이자 정보원인 미사리아와 키스를 한다. 키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분명 키스할 상황이 아니고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입술박치기를 해버린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중간에 누가 안 들어왔으면 아주 난리가 났을 것이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 빨리 결정하고 좀 다에몬을 다시 불러 들이든 뭐 아에몬드한테 복수를 하든 뭐 수습을 빨리빨리 해야 되는데 갑자기 그런 장면이 나와버리니 시청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왕좌의 게임]을 보던 사람들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이어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왕좌의 게임]에는 그런 비합리적이고 불가해한 행동이 아예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선과 감수성을 굳이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건진 것이라고는 라에니스와 멜레이스의 전투, 장엄한 최후, 드래곤의 씨 선발장면 뿐인 알맹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 시즌이었다. 전투씬만 보여달라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진행이 되어야 다음을 기대하는데, 그냥 시즌3 예고편에 불과한 정도였다. 나는 또 이걸 까먹고 다음 시즌을 보겠지만, 그리고 예고편이 나오는 순간부터 엄청나게 기대를 하겠지만, 또 호들갑을 떨고 모든 인터뷰 영상을 찾아 보겠지만, 이번엔 좀 많이 아쉽다. 2년 후를 기약하며, 나는 또 바보같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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