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HBO의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뉴비 유입을 위한 간단한 안내이다. 사실 마틴 옹의 세계관을 미천한 나 따위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애초에 불가능하다. 내 생각에 마틴 옹도 모든 캐릭터 이름을 외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뇌 용량이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 이 포스팅의 목적은 세계관의 설명이 아닌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영상매체인 두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밌는 포인트를 소개하며 아주 조금이라도 흥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콘텐츠 해상도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키워드는 내 개인적인 시청 포인트임과 동시에 두 드라마에 대한 여러분의 콘텐츠 해상도를 높여줄 수 있을만한 것들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이름에 관하여〉
두 드라마의 시작이 되는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이하 얼불노)는 대하 소설이다. 텍스트의 양이 방대하다. 그리고 물론 그 텍스트의 밑천이 되는 방대한 양의 설정과 지형과 역사가 있다. 또 그 안에는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이 있다. 즉, 등장인물이 정말 정말 많다. 이를 해외의 어떤 팬이 정리한 내용이 있는데, 무려 3378개의 캐릭터가 나온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름지어진 캐릭터"만 3378명이고, 그냥 "이름"만 세면 9224개가 나온다. 이쯤에서 마틴 옹에게 경의를 한 번 바치고.. 여튼 숫자로 겁을 주려는 것은 아니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름이 지어지는 방식이다.
[왕좌의 게임]은 말 그대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각 세력이 전쟁을 일으키고 암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그것도 나중에 가면 더 커다란 적을 해치우기 위해 정리가 되지만, 대부분의 팬들이 가장 재밌는 부분이라고 말하는 시즌 2, 3, 4는 정말 편먹고 배신하고 싸우기만 한다. 그러다보니 어떤 부대가 어디로 진격하고 있는지, 어떤 조직이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어느정도 그릴 수 있으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절대 지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좀 보여주면 편하긴 할텐데.. 아무튼 그러다보니 이 세계관의 지형과 지역에 대해 어느정도는 외우고 어느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다행히도 마틴옹은 이 시스템을 정말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직관적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 굳이 머리를 안 굴려도 한 눈에 봤을 때 이해가 팍 된다는 것이다. 위 지도에서 별표로 보이는 킹스랜딩은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 두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다. 거대한 도시이자 칠왕국의 수도이고, 세계관의 중심이자 이야기의 핵심이다. 킹스랜딩은 정말 말 그대로 칠왕국을 통합한 첫번째 왕 정복자 아에곤이 상륙한 곳이기 때문에 King's Landing이다. 그리고 그 주변의 모든 것은 킹스어쩌구로 불린다. 킹스우드, 킹스로드 등. 그리고 왕을 수호하기 위한 직책이나 집단의 이름도 킹스어쩌구로 통일된다. 킹스가드(국왕호위대), 킹스핸드(왕의 손, 즉 조언자) 등. 이름을 외울 필요가 없다.
또 다른 몇 개의 예시를 들자면
스톰즈엔드(Storm's End) : 스톰랜드라는 지역의 끝자락에 있는 성
스톰랜드(The Stormlands) : 실제로 날씨가 별로 안좋은 지역
레인우드(Rainwood) : 비가 많이 오는 숲
쌍둥이성(The Twins) :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성
이어리(The Eyrie) : 말 그대로 둥지처럼 높은 곳에 있는 성
올드타운(Oldtown) :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는 도시
윈터펠(Winterfell) : 추운 북부에 있는 성
등등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지역과 도시, 성과 마을, 집단과 직책이 이런 식으로 이름이 지어져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 나오는 수많은 명칭들은 대부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이름들이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안그래도 영국 작가가 만든 세계관이라 모든 이름이 영어 베이스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게 복잡하기까지 하다면 외울 도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영어 실력만 있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시로, 초인적 힘을 지닌 세계관 최강자를 지칭하는데 [듄]은 "퀴사츠 헤더락"이라고 부르는 반면 [얼불노]는 "약속된 왕자"라고 부른다. 물론 [듄]은 먼 미래고, [얼불노]는 사람들이 조금 더 단순(?)했던 중세 말기이니 설정의 차이가 분명하겠다만, 쉬운 것은 쉬운 것이다. 그리고 쉬운 것을 좋아한다면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퀴사츠 헤더락은 타자로 치기도 어렵고 입으로 발음하기도 어려운데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가 없어 찾아보기까지 해야 한다. 나는 퀴사츠 헤더락을 영어로 적으라고 하면 못 적을 것 같다;; 반면 약속된 왕자는 정말 한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가? 이런 언어적인 간편함은 전체적인 세계관 자체를 빠르게 이해하는 데에 분명히 도움을 준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듄]의 상징과도 같은 모래벌레의 이름은 사실 샤이 훌루드다. 샤이 훌루드가 이름이고 모래벌레가 별명이다. 그러니까 원래는 샤이 훌루드라는 비직관적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게 맞다. 샤이 훌루드를 영어로 써보시오
지역이나 도시가 아닌 사람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서부터는 앞서 말한 직관적인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별명도 아니고 사람의 이름을 그 사람의 특징으로 지을 수는 없다. 따라서 여기서부터는 외우긴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일반적인 평민이 아닌 Highborn들이 주연이다. 즉 90%의 캐릭터는 고귀한 태생의 귀족 가문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문명만 알면 쉬워진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가문이 나오지 않는다. 중요 캐릭터들의 가문은 대게 겹쳐서 몇 개 되지도 않는다. 또, 가문들은 가문들끼리의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딱히 외울 필요도 없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지들끼리 싸우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냥 타르가르옌 가문 하나만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긴 한다. 라에니스 라에니라 라에나 모두 다른 사람이다. 그냥 얼굴로 외우는 게 빠르다. 아에곤 이라는 캐릭터가 한 세 명 있다.
대표적인 가문과 그들의 특징을 개괄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스타크 가문(House Stark) : 북쪽에 사는 명예로운 애들. 머리카락이 검고 대부분 진지하게 생겼다.
- 라니스터 가문(House Lannister) : 서쪽에 사는 돈 많은 애들. 브라운에 가까운 금발. 대부분 싸가지가 좀 없다.
- 타르가르옌 가문(House Targaryen) : 용을 다루는 애들. 엘프처럼 백금발. 창백할 정도로 햐얀 애들이 많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한 두명 밖에 안 나오지만,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서는 얘네밖에 안나온다. 근친혼을 많이 해서 정신이 이상한 애들이 많다. 타르가르옌 아이가 태어날 때 신이 동전 던지기를 해서 50%의 확률로 X신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 바라테온 가문(House Baratheon) : 날씨 안 좋은 곳에 사는 호전적인 애들. 좀 상남자다운 면이 있다.
- 마르텔 가문(House Martell)) : 남쪽에 사는 성격 좋은 애들. 생긴게 좀 아랍틱하다 싶으면 얘네다.
그리고 재밌게도 적자가 아닌 사생아(서자)들은 대가문의 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징이 담긴 성을 쓴다. 이는 귀족과 평민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인 존 스노우(Jon Snow)는 에다드 스타크(Edard Stark)의 사생아이기 때문에 북부에서 태어난 서자 모두에게 붙는 스노우(Snow) 성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볼튼 가문의 램지도 서자이기 때문에 램지 스노우다.
북부는 춥기 때문에 스노우, 돌이 많은 지역은 스톤, 따듯한 남부는 샌드, 날씨가 안좋은 곳은 스톰. 어떻게 보면 정말 유치한 작명이지만 그 직관성 하나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직관성 덕분에 지역적 특징이 강해지고 또 이를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고 구조를 탄탄하게 짤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굳히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설정이라는 것은 무한히 쌓이기 때문이다. 독자와 시청자의 입장에서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자들에게 지어지는 성을 지역별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통일성과 관계성이 적용된 작명법 덕분에 캐릭터나 지역, 직책의 이름과 명칭이 저절로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해하려고 하기도 전에 내 머리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심지어 [얼불노]는 텍스트라서 내가 머리에 직접 그려야 하지만,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영상이다!! 배우가 있고 배우의 얼굴, 몸, 말투가 있어서 편하다. 그리고 두 드라마 모두 캐스팅이 정말 훌륭하다!! 특히 티리온이나 존스노우의 경우 원작의 캐릭터를 잘 구현했다는 평이 많다. 얼굴과 이름을 같이 접하니 책보다는 훨씬 외우기도 쉽고 아무래도 드라마는 각색이 들어가면서 캐릭터의 숫자가 줄었기 때문에 또 압박이 덜하다.
가끔 이런 드라마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의 차이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겠다만, 적어도 나는 두 드라마를 보면서 캐릭터나 지명의 이름이 어렵고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서 헤맨 적은 없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은 편인데도 그랬다.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정말 캐릭터의 수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성있는 캐릭터와 특색이 뚜렷한 지역명, 직관적이고 쉬운 설정들이 시리즈의 몰입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본인이 사람 이름을 잘 외우고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ex : 바카노 / 저수지의 개들 / 펄프픽션 / 바이킹스 등) 두 드라마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만약에 본인이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고 많은 등장인물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면 그래도 괜찮다. 어느정도의 집중력만 있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사실 어려운 것은 절대 없다.그러나 소설은 추천하지 않는다. 드라마가 훨씬 쉽고 흥미진진하다. 오히려 취향이 바뀔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캐릭터가 자주.. 죽는다. 좀 좋아해볼까 싶으면 죽는다. 이름을 외울 새도 없이 죽기도 한다. 마치 현실처럼 말이다. 이 지점도 정말 재밌는 포인트다. [얼불노]는 90%의 현실과 10%의 판타지가 어우러진 세계다. 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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