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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차이나타운, 로만 폴란스키]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26. 14:24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잭 니콜슨, 페이 더너웨이 등이 연기한다.

 

참 어둡다. 아무리 필름 누아르에 그 원형을 두고 있다지만 영화가 참 어둡다. 표현이나 연출, 배경과 대사가 정말 어둡고 답답하고 억울하면서 화가 난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가 그런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은 현대의 우리에겐 -너무 참혹하고 슬프게도- 자연스럽다. 영화 [차이나타운]은 1969년에 일어난 찰스 맨슨 사건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개봉된 영화다. 물론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그 일에서 벗어나기엔 정도와 피해가 감히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 이는 당연히 감독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이 영화엔 그의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관적인 시선, 정의는 없다는 스스로의 결론,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인간의 모습. 이 모든 부정적인, 과장 조금 더 보태어 악마적인 형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화엔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장치가, 복선이, 상징이 정말 많이 숨겨져 있다. 대사와 표정을 이용한 장치, 소품과 행동의 모습을 한 복선, 단어와 생김새로 보여주는 상징. 제이크의 찢어진 코, 멀웨이의 깨진 안경, 불륜 흥신소, 차의 경적, 총성, 근친상간 등 정말 많은 표현과 상징이 등장하고 우리는 우리를 홀리는 이 잔인한 망령들의 진의를 찾으려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라가야 한다. 영화의 분위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주 어둡고 우울하다. 게다가 영화의 결말부까지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뭔가 해결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 바다에 떠 조용히 녹아 내려가는 얼음에 겨우 몸을 뉘인 채 어디론가 느리게 떠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요즘 영화, 그러니까 화려하면서 속도도 빠르고 5분에 한 번씩 명대사를 생성하는 그런 영화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살짝 지루할 순 있다. 애초에 70년대 영화이기도 해서 시대적 감안이 필요하겠지만 필름 누아르 장르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와 우울한 결말부, 적나라한 비주얼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명성에 비해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조금 지루하게 봤다. 특히 아무 해결도 되지 않고 후반의 해결을 위해 자꾸 일을 병렬하는 중반부에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영화다. 심지어 OST도 그리 많이 쓰이지 않는다. 필름 누아르지만 수사물의 모습을 띄고 있는 영화고 본디 그런 장르라면 주인공이 베일에 싸인 뭔가를 알아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음향과 배우가 놀라는 연기, 교차적인 연출을 사용해 엄청난 쾌감을 선사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런 거 없다. 베일에 싸인 뭔가를 찾아낼 때도 기분이 좋지 않고, 진정한 악인을 찾았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으며, 더불어 영화가 끝날 때는 정말 기분이 최악으로 내달린다. 쉽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삼가겠다. 대신 폴란스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영화의 결말은 데이빗 핀쳐의 [세븐]과도 같이, 메리 해론의 [아메리칸 사이코]와도 같이 아주 씁쓸하고 냉혹하다. 주인공인 제이크는 끝내 자신이 고군분투하여 지키려고 했던 사람을 잃었고, 밝히려고 했던 비밀은 다시 감춰졌다. 악행은 이어질 것이고 기득권은 언제나 승리할 것이다. 이는 마치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나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으며 전복시킬 수 없다면 받아들이라는 것. 그런 무기력한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인사이드 르윈]은 그러한 텍스트를 한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며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이내는 희망을, 아니 희망이라는 어설픈 단어보다는 '다음'을 이야기하며 삶의 연속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말 양상만, 띄고 있는 모습만 같은 것이다. [차이나타운]에서도 주인공은 정말 무기력하다. 전직 형사로서 좋은 수완과 괜찮은 인맥, 깡과 자존심을 모두 갖추고 있고 남성적인 매력도 충분하지만 뭔가 잘 안 풀린다. 괴한들에게 린치도 당하고, 괜히 함정에 걸리기도 하며,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무시받고 이내 기득권 세력에게 굴복하기도 한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힘쓰고 무엇이든지 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사이드 르윈]의 -작은 희망을 품은- 결말과는 너무도 달리 [차이나타운]은 그런 참담한 인생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지키고 싶었던 것을 -그건 사람일수도 자신의 자존심일 수도-지키지 못한 제이크를 진정시키고 데려가는 동료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이크 잊어버려. 여긴 차이나타운이야". 그러니까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에 잘 등장하지도 않는 '차이나타운'이라는 상징을 확대시켜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현실, 자신에게 덮친 불행이 자신을 잠식한 그런 잔혹한 세상에 대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영화에 그다지 '다음'은 없다. 계속 무기력하고 계속 어두워질 뿐이다. 그리고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그가 사는 현실, 혹은 지금은 어떨지 모르니 '그가 살았던 당시'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쉬운 영화는 아닐 뿐더러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도 아니다. 나는 유튜브로 영화를 대여해서 자주 보는데, 이 영화 자막은 뭉개지는 게 많았다. 특히, 말이 빠른 잭 니콜슨의 특징을 간과했는지 몇 대사는 아예 번역도 되지 않고 사라지기도 해서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고 있어야 정상적으로 볼 수 있기도 하다. 좀 다른 이야긴데, 잭 니콜슨은 정말 미남 배우다. [디파티드], [샤이닝],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봐서 그런지 잘생겼다기보단 정말 크리 피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차이나타운]의 잭 니콜슨은 정말 미남이다. 니콜슨의 팬이라면 당연히 봐야 한다.

 

각본적으로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한다. 당연히 보면서 그런 생각은 못해봤다. 아직 그만큼의 눈이 없기도 하고 단련도 안됐으며 결정적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축 쳐져 있어서 졸렵기도 했다.. 근데 몇 블로거의 글을 읽던 중 아주 명료하고 자세하게 정리된 글을 봤고 아래에 링크하도록 하겠다. 혹시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yessok104&logNo=220625476928 

 

영화 '차이나타운'(1974) by '로만 폴란스키' 리뷰 *스압 주의!!!!

Forget it, Jake. It's Chinatown. 신경쓰지 말게, 제이크. 여긴 차이타타운일세 - 허무 그 자체로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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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town]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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