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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리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하고 호아킨 피닉스, 필립 시모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등이 연기한다. PTA 세 번째 영화. 이름만으로 절대 짐작할 수 없었던 그 영화 [마스터]를 드디어 시청했다. 초기작인 [매그놀리아]와 [부기 나이트]에서 아주 큰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받았어서 당연하게도 많은 기대를 품고 봤다. 결과는 참 애매하다. 사실 영화가 좀 어렵다. 시퀀스와 시퀀스를 이어주는 설명이 불친절하고 인물의 행동과 대사가 추상적이다. 심지어 시퀀스마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서울 정도로 몰입감이 높아서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과의 연계성을 기대하게 되고, 영화는 이를 친절히 풀어주지 않으니 인물과 인물 사이, 사건과 사건 사이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맥락은 잡히는데 뭔가 하나가 딱 잡히지 않는다.. 2021. 8. 25. 17:51
★ [코미디의 왕,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리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드 니로, 제리 루이스 등이 연기한다. [코미디의 왕]은 사생팬의 무서움과 유명인의 고달픔을 다루는 코미디 영화다. 라면엔 김치가, 짜장면엔 단무지가 따라오듯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엔 당연히 로버트 드 니로가 주인공을 맡았다. 타란티노 영화에 웬만하면 사무엘 L. 잭슨이 중역을 맡듯, 혹은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에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꼭 등장하듯, 혹은 봉준호가 연출한 대부분의 영화에 송강호가 연기하듯 스코세이지 영화엔 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기 마련이다. 사실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나로선 드 니로 보다는 디카프리오가 더 익숙하다. 아닌 게 아니라 '로버트 드 니로'라는 배우는 나에게 우리나라의 안성기 배우나 김영철 배우 .. 2021. 8. 24. 21:29
★ [리플리, 앤서니 밍겔라] 영화리뷰 앤서니 밍겔라 감독이 연출하고 맷 데이먼, 주드 로, 귀네스 펠트로, 케이트 블란쳇, 필립 시모어 호프만 등이 연기한다. 캐스팅이 역대급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병헌, 장동건, 김태희, 전지현, 송강호 등이 연기한 것이다. 더군다나 영화는 1999년에 개봉해 대부분 7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배우진의 20대 초중반 전성기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미 동명의 소설이 유명했었다는 것 까지 생각해 보면 당시 이 영화가 가진 입지는 분명 어마어마했을 것이라 사료된다. 이 영화는 토마스 리플리(맷 데이먼) 라고 하는 거짓말쟁이의 말로를 다룬다. 이 리플리라는 놈이 얼마나 거짓말쟁이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끔 한 번씩 치는 거짓말을 숨도 안 쉬고, 표정 하나 안 바뀌면서, 정말 능청스럽고 연속되게 내뱉는다. .. 2021. 8. 24. 18:55
★ [인사이드 르윈, 코엔 형제] 영화리뷰 코엔 형제가 연출하고 오스카 아이작, 캐리 멀리건 등이 연기한다. [인사이드 르윈]은 기타 하나 매고 별 일을 다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음악 장르의 영화이다. 드라마 장르라면 당연히 내러티브가 좋아야 하고, 음악 장르라면 당연히 음악이 좋아야 한다. 둘 다 잘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데 여기 둘 다 훌륭히 해내는 영화가 있다. 우선 음악이 정말 너무 좋다. 오스카 아이작이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연기했다고 하는데 그냥 가수다 가수. 노래를 정말 잘하고 배역에 찰떡같이 어울린다. 뭐 누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는데 거기까진 모르겠고 내가 본 오스카 아이작은 '르윈 데이비스'라는 가수 그 자체였다. 오스카 아이작 이라는 이름보다 르윈 데이비스가 더 잘 어울릴 지경이니까 말이다. 본.. 2021. 8. 22. 02:58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콧, 스털링 헤이든 등이 연기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에 대한 조소를 전면에 내세운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1964년에 개봉했으니 이는 냉전이 가장 활발할 때 제작한 것인데,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국가 간의 세태를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감독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흑백으로 제작되었고 당시는 컴퓨터 그래픽이 없을 때여서 핵폭탄을 실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이나 핵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은 살짝 어색한 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국가 간의 이념 대립을 블랙코미디로 잘 변주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어서 여러 잡지사, 신문사에서 발표하는 이름 있는 컬렉션.. 2021. 8. 21. 23:27
★ [킬링 디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리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콜린 퍼렐, 니콜 키드먼, 베리 케오건 등이 연기한다. 언젠가 한 번쯤 봐야지 하고 아껴뒀던 영화 [더 랍스터]를 제작한 감독의 6번째 장편 영화 [킬링 디어]를 봤다. 아주 시작부터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영화다. 강하게 박동 치는 심장과 함께 시작한 시퀀스는 관객을 단숨에 영화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어떤 내용을 보여줄 것인지,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수술실의 장면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게 하고 집중하게 하는 분명한 힘이 있었다. 나는 영화의 제목 말고는 전혀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말 니콜 키드먼 이름 하나 보고 영화를 틀었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이 날 배신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한.. 2021. 8. 21. 17:36
▣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4, 이창봉] 도서리뷰 이창봉 작가가 집필하고, 영어의 은유적 표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최근에 일어난 아주 유의미한 일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일전에 리뷰한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1] 편에서 이창봉 저자님께 질문을 남겼었고 그에 대한 답을 직접 해주신 일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글의 조회수가 급격히 높아졌고 그 원인을 추적하던 도중 작가님께서 직접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친절한 답변과 함께 게시글을 작성해주신 걸 발견했다. 서평에 대한 좋은 말씀은 물론이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남겨주셔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정말 둘도 없는 경험이 되었고 살짝 주제넘지만 이창봉 저자님의 인생 영화까지 여쭐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서평을 쓴 책의.. 2021. 8. 21. 16:31
★ [언힌지드, 데릭 보테] 영화리뷰 데릭 보테 감독이 연출하고 러셀 크로우, 캐렌 피스토리우스 등이 연기한다. 영화 [언힌지드]는 올바른 태도로 운전을 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영화이다. 교육영화여서 그런지 스토리는 뻔히 예상이 간다. 더이상 올바르게 살 생각이 없는 무뢰배가 아침부터 자신에게 경적을 울린 어떤 여자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다는 그런 스토리. 그리고 그것은 요즘에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오프닝 시퀀스에서 여러 뉴스 장면을 짜집기하여 표현하고 있다. 또, 영화의 제목인 Unhinged는 미쳐버린, 미치게 된, 등 정신적으로 온전치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미 처음부터 모든걸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이다. 뭐 어차피 영화의 킬링 포인트는 그런게 아니라서 상관 없긴 하다. 이 영화는 다른거 .. 2021. 8. 21. 14:13
★ [공포와 욕망,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폴 마저스키, 프랭크 실베라 등이 연기했다. 영화 [공포와 욕망]은 1953년에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이다. 러닝타임은 1시간밖에 되지 않으나 확실한 메시지와 훌륭한 연출로 큐브릭 감독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래도 확실히 기술적인 한계와 첫 번째 연출작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칼로 사람을 찌르는 장면이나 총을 쏘고 맞는 장면같이 -당대 기술로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장면에서는 다분히 현실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아마 큐브릭 감독이 아니었으면 나도 절대 찾아보지 않았을 그런 영화다. 그러나 1953년은 이제 막 6.25 전쟁이 정전된 때다. 요즘 나오는 영화의 그런 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방금 태어난 아기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시.. 2021. 8. 20. 19:32
★ [인질, 필감성] 영화리뷰 필감성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김재범, 류경수 등이 연기한다. 황정민을 위한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의 영화 [인질]은 필감성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첫 친구, 첫 입학, 첫 걸음. 그래서 처음에겐 당연히 감안이 필요하다. 나는 이 영화가 필감성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봤다. 첫 작품부터 [기생충]을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첫 작품부터 과한 기교를 부리거나 겉멋만 잔뜩 든 영화를 연출하게 되면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노심초사한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스타 배우 황정민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그리 높은 작품성을 가진 영화는 아닐지라도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다. 영화의 장르는 액.. 2021. 8. 19. 16:02
★ [박하사탕, 이창동] 영화리뷰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 문소리 등이 연기한다. 내가 다섯살 일 때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은 장준환 감독의 [1987],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 이어 내 기준 최고의 한국영화 반열에 올랐다. 물론 만점을 준 다른 한국영화들도 많지만 이 세 편의 영화가 최고의 '한국영화'인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민족적 알레고리가 내 마음에 깊이 닿았기 때문이다. [마더]는 한국의 뒤틀린 어머니상을, [1987]은 민주화 운동 당시의 여러 인물상을, 그리고 [박하사탕]은 격동하는 시대가 낳은 비극적인 남성상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세 편의 영화가 나에게 최고의 한국영화인 이유는 영화의 전달적인 요소-한국인이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의미와 표상-와 영화의 예술적인 요소-심장을 울리는 복합.. 2021. 8. 19. 14:03
★ [초록물고기, 이창동] 영화리뷰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송강호 등이 연기한다. 초록물고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제목이다. 이창동 감독은 데뷔작부터 모호한 작명을 즐겨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 [박하사탕], [밀양] 등. 제목만 봤을 때 도무지 무슨 내용일지 예측이 불가한. 드라마 장르에 아주 적합한 그런 작명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초록물고기]는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말만 듣고 틀기엔 다소 옛 분위기가 나서 접근하기 쉬운 영화는 아니다. 우선 저 괴랄한 포스터를 봐라. 세기말을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을 구현한 듯 다중으로 중첩된 포스트모던 타이포그래피는 기존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부딪히며 일어나는 개념의 해체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또,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처.. 2021. 8. 18. 13:25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케어 둘리 게리 록우드 등이 연기한다. 시대의 대작. 희대의 괴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에 연출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다양한 수식어는 이 영화가 가진 입지와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가 이토록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광경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행복할까? 두려울까? 그것도 아니면 우매한 것들이라며 조소하고 있으려나? 어떤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관객은 어떤 자세로 이 영화를 바라봐야 하는지 참으로 아리송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 '타이틀'을 무시하는 것은 서구 영화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으리라. 때는 1968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막 예비군이 창설되던 그 시기에, 북파공작원이 남한으로 마구 침투하던 그 시기에 이 '우.. 2021. 8. 17. 17:41
★ [대학살의 신, 로만 폴란스키] 영화리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크리스토프 발츠, 존 C. 라일리가 연기한다. 본디 작가와 작품은 떼어놓을 수 없다. 그래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이 꺼려진다. 당연히 영화는 감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기술자가 있고, 각본가가 있으며, 배우가 있고, 배급사가 있고, 제작사가 있으며 결정적으로 관객이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NG를 외칠지 CUT을 외칠지는 감독에게 있다. 이것은 미라맥스의 하비, 밥 와인스틴이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한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즐기는 것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영화 총책임자(감독)는 다른 스태프나 중역들과는 당연히 위치부터 다르다. 그러니 꺼려지는 것이다. 아무리 어둡고 괴로운 삶을 살.. 2021. 8. 16. 23:30
★ [판타스틱 Mr. 폭스, 웨스 앤더슨] 영화리뷰 웨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하고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등이 성우를 맡았다. [판타스틱 Mr. 폭스]는 자신이 가진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책임을 포스터에게 묻고 싶다. 저렇게 포스터를 평이하게 만들면 영화에 담겨있는 유머러스한 내용과 흥겨운 음악, 기가 막힌 연출을 모두 가리는 꼴이다. 제목과 어색하게 실사화된 인형 캐릭터들을 단순하게 배치만 해 두니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 같아 보이지 않는가.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동물들의 대사엔 뼈가 있고 강한 메시지가 있으며, 각 동물이 가진 특징을 이용한 표현이 아주 신박하면서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윌렘 더포 등 걸출한.. 2021. 8. 15. 00:49
★ [프리가이, 숀 레비] 영화리뷰 숀 레비 감독이 연출하고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조 키리 등이 연기한다. [프리가이]는 게임 속 한낱 NPC에 불과한 가이(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그저 배경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다루는 SF 코미디 영화다. 영화의 제목이 참 간단하면서도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Free Guy. Free는 누구나 알다시피 해방된, 구속에서 자유로운 그런 느낌이지만 Guy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여기서 Guy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프리 시티 속 은행원 NPC 가이의 '이름'이면서 누군가를 부를 때 사용하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여느 NPC의 이름이 그렇듯 누군가가 대충 지어버린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로 번역하면 '걔'가 될 것이다. "걔 있잖아 걔."의 걔. 사람의 이름이 '걔.. 2021. 8. 14. 01:42
★ [싱크홀, 김지훈] 영화리뷰 김지훈 감독이 연출하고 차승원, 이광수, 김성균, 김혜준 등이 연기한다. 영화 [싱크홀]은 '갑자기' 무너져버린 싱크홀 속에서 겪는 사람들의 위기와 가족애를 다룬 재난영화다. 왜 갑자기를 강조했냐면, 싱크홀이란 것은 본디 그리 큰 이유가 동반되지 않는 재난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인물들도 정말 갑자기, 그렇게 큰 이유 없이 500m나 되는 땅 밑으로 추락한다. 이는 아마 실제로 겪으면 감당도 할 수 없는 공포일 것이다. 생각해보라. 내가 사는 집이 별 징조도 없이 지하로 곤두박질치는 그 모습을. 거기에 이만한 돌과 엄청난 양의 흙, 심지어 옆 빌라까지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끔찍한 일은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재난적 공포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았다. 언제나 문제는 본분에 .. 2021. 8. 13. 23:52
★ [킬링,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스테링 하이든, 엘리사 쿡 주니어 등이 연기한다. [킬링]은 1956년에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당연하게도 흑백영화이고, 완벽한 계획으로 경마장을 터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제는 큐브릭 감독의 1957년작 [영광의 길]을 봤는데, 1년 만에 묘하게 달라진 느낌이 있다. [영광의 길]은 조금 더 추상적이고 작가주의적이었다면 [킬링]은 다소 직설적이어서 이해하기 쉽다고나 할까. 조금 더 오락영화의 느낌이 강하다고나 할까. 더 설명적이라고나 할까. 무튼 둘 다 아주아주 (오래된) 좋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앞서 말했듯 당연하게도 흑백영화이니 그 특유의 부족한 느낌이나 튀는 음향, 어색한 편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영화인 것.. 2021. 8. 13. 02:04
★ [우아한 세계, 한재림] 영화리뷰 한재림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박지영, 오달수 등이 연기한다. [우아한 세계]는 [관상], [더킹] 같은 걸출한 영화들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다른 느와르 형식의 영화와 달리 조폭과 조폭 사이, 조직과 사랑 사이, 보스와 부하 사이가 아닌 아빠와 가족 사이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모두가 불경기인 시점에 피똥 싸면서 번 돈으로 아들은 유학까지 보내줬고 퇴근길엔 딸이 좋아하는 고기만두를 사 오기도 하며 딸을 잘 봐달라며 담임선생님에게 촌지를 찔러 넣는 모습은 그가 아무리 무식한 깡패일지언정 가정에 소홀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치 바퀴벌레가 아무리 귀여운 짓을 해도 귀여워할 수 없듯이 인구의 직업이 깡패인 이상 정상적인 삶을 꿈꾸는 건 그에.. 2021. 8. 12. 21:29
★ [영광의 길,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커크 더글라스, 조지 맥크리디 등이 연기한다. 영화 [영광의 길]은 1957년에 개봉한 반전反戰영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처참한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참호전, 통신, 포병, 가시철조망 등의 물리적인 요소와 부상당한 병사나 무능력한 장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같은 인간적인 요소를 굵직하게 표현한다. 또, 두려움에 떨다 못해 미쳐버린 일개 병사들의 모습이나 진급에 눈이 멀어 부하들의 목숨을 개미처럼 취급하는 장교들의 모습은 그 당시 전쟁이 가져온 인간성의 추락을 꼼꼼히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자기 목숨보다 병사의 목숨을 더 위하는 덱스 대령(커크 더글라스)같은 이타적 인물이 단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고, 그마저도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하는 모습은 그때.. 2021. 8. 12.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