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드 니로,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다.
로버트 드 니로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을 때가 영화 [인턴]이다. 당시엔 영화에 큰 관심이 없어서 이 할아버지가 누군데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를 치나 했다. 사실 당시 [인턴]을 시청한 뒤에도 미친 연기력이나 깜짝 놀랄만한 연출이 필요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냥 뭐 유명한가보다..' 정도만 느낀게 사실이다. 아직 필름끈이 많이 짧은 터라 인턴 이전의 로버트 드 니로 영화는 이 [택시 드라이버]가 처음인데, 역시 사람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비록 70년대의 뉴욕에 다녀와 본 것도, 심지어 당시에 태어났던 것도 아니지만 뭔가 [트레비스]라는, 혹은 그와 유사한 인물이 실제로 당시에 있었고 그가 겪은 비극적 서사는 당대의 뉴욕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납득'을 2021년 한국에 사는 20대 청년에게 시켜줄 수 있는 촉매제는 로버트 드 니로의 메소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인턴]을 보고 [택시 드라이버]를 보니까 기분이 참 싱숭생숭 했다. 나이든 시절의 배우를 보고 젊은 시절의 배우를 보니까 사람은 늙고 늙으면 변한다는게 와닿았다고 할까. 1989년 [택시 드라이버]에서 혈기왕성한 싸이코를 연기한 이 배우는 2015년 [인턴]에서 어떤 쇼핑몰 업체의 막내사원이 된다. 그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갭차이'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달까. 지금 우리나라의 젊고 유망한 배우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나도 나중에 그들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면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세월은 신기하고 야속하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70년대 뉴욕의 밤거리와 구슬픈 색소폰 소리, 트레비스의 정신이상 증세로 인한 독백이 합쳐져 마치 그 거리를 내가 걷고 있는 듯한 '실제적 경험'을 하게 해주는 무섭도록 잘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적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영화가 존재하는 최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택시 드라이버]는 그 평가에 있어 압도적으로 높은 위치에 군림하고 있다. 이는 빠져드는 이야기와 실제적인 연출, 혼을 빼놓는 음악과 그 사람이 되어버린듯 한 연기가 합쳐져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점점 트레비스의 깊고 어두운 내면으로 들어가는 서사와 그를 계속해서 대변해주는 내러티브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를 충분히 제공해준다. 거기에 뉴욕 밤거리의 신랄한 묘사와 구도 배치는 완벽하도록 실제적이었으며, 구슬픈 색소폰 소리는 트레비스의 '감정'을 표현하며 그와 동화될 수 있게 해준다. 훌륭한 영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지만 이 영화를 지금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좀 더 일찍 봤으면 이렇게 온전하게 즐길 수 없지 않았을까.
영화는 참 재밌다. 이런 영화는 참 사람을 빠져들게 해서 몇 일 동안 허우적대게 한다. 문화를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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