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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1987, 장준환]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5. 21. 22:12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고

많은 우리나라 배우들이 연기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아버지 어머니에게 여쭤봤다. 정말 이때 이렇게 슬프고 무서운 일이 있었느냐고, 아버지 어머니도 이때 이런 데모에 나갔느냐고,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를 실제로 신문으로 접했느냐고. 부모님의 생생한 기억들. 최루탄과 전경, 사이렌 소리와 확성기 소리, 불시 검문과 대학교 앞에 진을 친 사복 경찰들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실제로 경험할 수 없었던 당시의 사람과 사건들이 선명히 보이고 그들이 울부짖던 울음과 비명이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 [1987]은 무려 9년 뒤에나 세상에 -응애- 하며 태어난 [1996]년생 청년에게 당시의 참혹함과 부당함을 오롯이 전달해준 선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영화에 대해 평가할 때는 영화의 기법이 어떻고 메시지가 어떻고 배우의 연기가 어떻고 대사와 연출이 어떻는지에 대해 늘어놓고는 하지만, 나는 사실 이런 영화가 눈물 짜기용 신파를 넣어둔다거나 영상 중간에 부적합한 ppl이 들어가 있지 않는 경우에는 예의 평가적 기준이 적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 적힌 '오늘은 똥을 싸지 않았음'이라는 글이 문학적 글짓기 퀄리티와는 별개로 고증적 가치를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역사를 다루는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생생한 과거를 전달하며 그 당시의 환경, 냄새, 시각을 갖게 해주어 관객의 자리를 그때 그 자리로 옮겨주는 일은 아무 영화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말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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