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루야 미노루의 세 번째 작품.
그린힐은 고작 세 권이다. [두더지]는 네 권, [시가테라]는 여섯 권, [심해어]는 네 권인데, [그린힐]은 세 권이다. 하루만에 다 볼 수 없으면 그냥 만화 볼 시간이 없는 사람이다. 아무리 삶이 바빠도 만화책 세 권 정도는 읽는 게 좋다. 물론 [그린힐]에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할 만큼의 훌륭한 메시지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도 못 내놓을 찌질이들의 향연.. 저질 개그.. 털끝만큼도 없는 진지함.. 뭐 하나 뜻깊게 볼 수 있는 요소가 없지만, 또 그게 [그린힐]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옛날 시트콤 처럼.


사실 [그린힐] 이전의 후루야 미노루 만화가 [이나중 탁구부]. [크레이지 군단]인지라 진지한 만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개그콘서트에서 60분 토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그린힐]에 뭔가 대단한 철학은 없다. 사실 아무런 내용이 없다. 평범한 소년이 도내 최고 미녀에게 반해 얼떨결에 오토바이 서클에 가입하며 일어나는 몇가지 사건의 나열일 뿐이다. [그린힐]은 그 오토바이 서클의 이름인데, 단장(위 사진에서 큰거 누고 싶은 놈..)의 이름이 오카(언덕) 미도리(초록색), 자기 이름을 딴 오토바이 서클이다. 제목부터 상당히 대충 지은 느낌..

그럼에도 굳이 본작의 의의를 찾자면 아마 이후로 이어지는 후루야 미노루식 우울 월드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은 [이나중 탁구부], [크레이지 군단], [그린힐] 까지는 허무맹랑 일상개그지만, 이어지는 [두더지], [시가테라], [심해어], [낮비]의 작품 세계는 상당히 어둡고 우울하다. 그런 분위기가 [그린힐]에서 아주 미세하게 드러나는데, 어떻게 보면 "후루야 미노루의 우울 월드 체험판"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본작을 읽고 일말의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바로 이어지는 우울의 강도가 약한 [시가테라]를 도전해보면 좋다. 만약 본작을 읽고 아주 조금의 불쾌감이라도 느꼈다면, 후루야 미노루와 당신의 인연은 아마 여기까지일 가능성이 높다. 나름 밝고 희망찬 [그린힐]에 비해 차기작들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하나같이 불안하며 하나같이 진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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