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루야 미노루의 두 번째 작품.
[크레이지 군단]은 네 권이다. 데뷔작인 [이나중 탁구부]에서 보여줬던 개그력을 응축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번째 만화인 [그린힐]은 진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봤었는데, 그나마 [크레이지 군단]은 미소 정도는 지으며 볼 수 있을 정도다. 같은 작가의 같은 개그 만화인데 왜 평가가 다르냐면, [그린힐]에는 아주 작은 우울함이 있고, 그것이 개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바뀌어가는 기점이라 그런 것도 있겠다만, 개그는 개그답게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크레이지 군단]은 오로지 개그에만 올인해 담백하다. [극한직업]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딱히 스토리랄 게 없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뒤 새아빠에게 쫓겨난 형제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고 또 어떤 이발소 아저씨의 집에 얹혀 살며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나열이다. 물론 이 가출청소년들의 배경이나 상황이 밝다고는 절대 말 할 수 없겠지만, 사실 그런 것은 후루야 미노루 월드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런 개그물에서는 사건을 위한 배경이라고만 보고 작품은 가볍게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애시당초 캐릭터들은 그런 자신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 가끔은 신경쓰는 것처럼 보여도, 웃어 넘기기 일쑤다.


[크레이지 군단]의 또다른 묘미는 후루야 미노루 월드의 이스터 에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건데, 우선 오토바이에 대한 사랑이 있다. [그린힐]과 [시가테라]에서는 거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장치로서 등장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은 아마 [크레이지 군단] 쯤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또킹의 존재. 본작의 주인공 중 하나인 변발을 한 이또킹..은 [그린힐]의 이토 시게루와 동일인물인듯 싶다. [그린힐]의 오토바이 써클 "그린힐"의 멤버 중 하나인 이토 시게루는 이발소를 운영하고 여색을 밝히는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크레이지 군단]의 이또킹의 본명은 이토 시게루, 그리고 식객으로 눌러앉은 이발소 아저씨의 집에서 후계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도 한다. 이또킹의 꿈은 결혼이었다. 그는 [그린힐]에서 바람을 피우면 고환을 잘라 팔꿈치에 이식한다는 아내를 만나 자식도 둘이나 있다. 이토 시게루는 [크레이지 군단]에서 14살, [그린힐]에서 24살이 되었다고 하니 10년의 시간이 지난 것인데.. 첫째 딸이 최소 일곱 살은 되보이니.. 열 일곱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을 한 것이 되는데.. 그래도 이발소 사장, 오토바이 크루의 일원, 든든한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 둘이나 있으니.. 가출청소년치고 상당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듯 하다.









이런 사소한 재미를 느끼기엔 아무래도 작품이 나온 순서인 [크레이지 군단]-[그린힐] 순서대로 읽는 것이 효과가 좋을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후루야 미노루 월드의 전매특허인 글래머 미녀.. 는 물론이고, 개그물 특유의 오버스러운 리액션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크레이지 군단]과 [그린힐] 모두 이토 시게루(이또킹)의 비중이 꽤 크다보니, 아무 생각 없이 웃긴 개그 만화 보고 싶은 사람은 둘 중 하나만 보지 말고 두 만화 모두 한번에 보면 딱 좋을듯 하다. 그래봤자 [크레이지 군단, 4권] + [그린힐, 3권] = (고작) 7권이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댓글과 공감은 블로그 주인장에게 큰 힘이 됩니다.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두더지, 후루야 미노루] 만화리뷰 (2) | 2024.07.31 |
---|---|
◆ [그린힐, 후루야 미노루] 만화리뷰 (0) | 2024.07.31 |
◆ [만화에 대한 간단한 안내] (0) | 2024.07.31 |
◆ [조각가, 스콧 맥클라우드] 만화리뷰 (0) | 2021.07.20 |
◆ [잘 자 푼푼, 아사노 이니오] 만화리뷰 (2) | 2021.07.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