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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에 대하여 (상)

by jundoll 2024. 8. 1. 15:21


 

[왕좌의 게임]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장장 여덟 개의 시즌을 거쳐 완결된 HBO TV시리즈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마찬가지로 HBO 콘텐츠로서 [왕좌의 게임] 드라마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왕좌의 게임]이 허망한 완결을 맺고, 3년 뒤 2022년에 제작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엄청난 팬인 나에게 거의 행복사할 정도의 소식이었다. 마침 웨이브를 구독하고 있던 때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리뷰를 쓰고 있는 2년이 지난 지금 2024년에는 시즌2가 나오고 있다! 이 또한 행복한 일이 분명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우스 오브 드래곤] 시리즈를 볼 수 없다. HBO 오리지널 컨텐츠인지라 HBO MAX에서 스트리밍 하는데, 이 놈들이 한국에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비싼 라이센스비 때문인지 웨이브에서도 더는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글은 [왕좌의 게임],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열렬한 팬으로서 서비스 불가 국가에서의 안타까움을 주창하고, 시리즈의 만듦새가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소개하며, 두 작품에 많은 뉴비가 접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는 것이다. 이런 소개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보고 싶어 하면 HBO MAX가 한국에 서비스하지 않을까?..

 

마틴 옹. 꼭 오래 사십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TV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저자 조지 R.R 마틴이 집필한 스핀오프 소설 [불과 피]를 TV시리즈로 만든 작품이다. 마틴 옹은 [얼음과 불의 노래]도 끝내지 않고 [불과 피]를 집필했다고 욕을 조금 먹었는 모양이지만, 사실 [왕좌의 게임]이 완결이 나서 영상매체로 그의 세계를 볼 수 없는 지금, TV시리즈 팬의 입장에서 [불과 피]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이 네 개의 작품은 한가족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좋다. 나도 아직은 TV시리즈들 밖에 보지 않았지만, 이번 [하우스 오브 드래곤] 시즌 2가 끝나는 순간 [불과 피] 먼저 읽어볼 심산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도식

 

모든 것의 시작점에 위치한 [얼음과 불의 노래]는 대하 소설이다. 이 중세 판타지 세계는 정말 넓고 방대하다. 영주가 다스리는 큰 지역과 나름의 특색이 있는 세부적인 지역,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름과 개성, 판타지 세계인 만큼 실제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없는 마법, 흑마법, 드래곤 등의 설정까지. 전부 알기엔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시간도 시간이다. 엄청나게 오래된 자체적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불과 피]는 사실 [얼음과 불의 노래] 세계관의 어떤 학자가 집필한 역사서라는 설정이다. 그렇다는 말은 결국 이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게 아닌 그가 구성한 세계 그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어떤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떤 힘이 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을 떠나 아예 이해가 안 될수도 있다. 쉽게 말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불노 세계관의 지도

 

2022년 [듄]이 개봉했을 때, 유튜브에 [듄] 세계관 설명 영상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듄]은 SF 장르고, 심지어 드니 빌뇌브가 연출했기 때문에 심지어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이기 때문에 사실 세계관을 몰라도 시각적인 즐거움은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그냥 보게 되면 왜 먼 미래의 이야기(SF)면서 첨단 과학 무기를 쓰지 않고 단검으로 투닥거리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설명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과 본 사람의 차이는 분명 극명했을 것이다. 애초에 공식 설정도 어렵지만 메가폰을 잡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말보다 이미지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 자질구레한 설명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잘생깄다

 

결국 이러한 설정을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될 경우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기 보다는 사소한 디테일을 챙기기 어려워진다. 물론 열심히 봤음에도 전체적인 상황이 아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건 영화가 잘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알다시피 그들도 최선을 다했다. 사실 콘텐츠의 재미는 보는 사람이 찾는 게 낫다. 모든 설정과 디테일을 두시간 반에 욱여넣고 소개만 주구장창 해주길 바라는가? 우리는 이야기를 보러 왔지 설정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설명적인 작품은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제작자의 소양이 있는 만큼 시청자의 소양이 있다. 우리는 돈을 내고 재미를 느끼러 왔지만, 돈 값 이상의 재미를 찾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다 주워먹을 수 있도록 즉 뽕 뽑을 수 있도록 배경이나 설정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마블에서 만든 히어로 영화에는 꼭 마블 코믹스의 명예 회장인 스탠리가 카메오로 출연한다. 항상 적절한 타이밍에 한마디 딱 던지고 홀연히 사라진다. 모르는 사람은 "저 할아버지는 뭔데 대사질이야?" 싶겠지만, 아는 사람은 "이번 영화에서는 여기서 나오셨네" 하고 웃는다.  

 

닥터스트레인지. 여지없이 등장하는 스탠리

 

꼭 미디어 콘텐츠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더 어렵다고 느끼는 미술 분야도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렘브란트의 후기 회화를 보면서, 왜 그림이 이렇게 다 어두침침하고 모호한 형상일까에 대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작품을 경험하는 밀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르는 사람은 대충 그린 것이라 생각하고, 아는 사람은 바로크 회화의 특징과 렘브란트의 씁쓸한 생애에 대해 곱씹는다. 

 

클라우디우스 시빌리스와  바타비아인들의 음모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미술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문화"라고 생각하는 반면 대중문화인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미술이 조금 더 개인적이고 예술적인 면이 있지만, 분명 누군가를 재밌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화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를 갖거나 대중문화보다 더 높은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 결국 미술이나 드라마나 모두 감상하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대화하는 곳에 쓰인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문화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며 문화간의 계층이란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전시회에 가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드라마를 보는 것에는 정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무엇이든 공부한 만큼 보이고 공부한 만큼 재밌어진다.

 

이를 "콘텐츠 해상도"라고 부르자. 사실 어떤 것을 보더라도 콘텐츠 해상도가 높다면 더 즐기기 쉬운 법이다. 유튜브에는 영화에서 등장한 복선을 해석해주거나 이스터 에그 혹은 오마쥬를 찾는 변태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들의 영상을 보면 영화 자체에 대한 재미가 아닌 부차적 재미가 생기지 않는가? "오, 이런 디테일이 있었군!!" 하며 놀란 적이 없는가? 그 디테일을 스스로 발견했을 때 느끼는 쾌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결론적으로 콘텐츠 해상도란 그 콘텐츠의 부차적 재미를 발견하게 해 주어 전체적인 콘텐츠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는 콘텐츠 해상도를 올리는 노력에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좋고 설레고 재밌다. 애초에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를 않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같지는 않다. 콘텐츠를 시간 때우는 용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가볍게 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왕좌의 게임]이나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결국 "입덕"할 준비가 된 사람에겐 끝도 없이쏟아지는 축복이지만, 콘텐츠에 큰 뜻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지루하고 알쏭달쏭한 일장 연설에 불과하다.

 

나의 사랑 데이몬

 

철제 갑옷이 절그럭거리고 하늘에는 드래곤이 날아다니는 중세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암투와 뒷거래, 협력과 배신, 암살과 전쟁이 난무하는 정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다양한 인간들의 맺는 인연과 상호작용, 계속해 주인공이 바뀌는 군상극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이나 드라마를 사랑한다면, 아마 [왕좌의 게임]과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좋아하지 않을 방도가 없을 것이다.

 

말이 정말 많았는데, 정작 두 드라마에 대해서는 별 말을 안했..다. 다음 편에서는 정말 두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나만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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