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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풀 메탈 자켓,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5. 16. 20:46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매슈 모딘, 애덤 볼드윈,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연기한다.

 

영화 시청 전에 너무 큰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처음 본 게 [시계태엽 오렌지]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저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괴 연출, 서슴없는 성적 표현, 뇌리에 박혀 지금까지도 떠나지 않는 메시지까지. 처음부터 불닭볶음면을 먹었더니 신라면은 매운 지도 잘 모르겠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거나 지루하다는 게 아니다. 신라면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너무 매울 거라 생각했어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심심한 맛이 났을 뿐이다. 이 영화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충분히 끔찍하며 충분히 재미있다. 문득 생각난 일화가 있다. 후쿠오카 여행중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스페인 삼 형제에게 진라면 매운맛을 끓여줬던 적이 있었는데 거의 울음보를 터트리며 이걸 어떻게 먹느냐고 했다. 이제 그들은 안성탕면쯤은 가볍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풀 메탈 자켓]은 모든 전쟁영화가 가진 특징들을 딱히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하다. 누군가를 멋지게 구해내는 장면도, 어딘가를 신속하게 탈환하여 작전에 성공하는 장면도, 내 목숨을 대신 줘도 아깝지 않을 전우가 죽어가는 장면도 이 영화에는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저 '병사'의 이야기다. '군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병사'의 이야기. 단체 대신 개인. 또는 결속 대신 분열. 전쟁의 승패와 관련 없이 개인이 접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광기와 겉으로만 체계적인 조직 문화의 아킬레스건을 이리저리 쿡쿡 찌르는 영화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내 아들이, 동생이 마주치는 잔혹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전율보다는 절망을 느끼게 해 준다. 물론 불쾌하고 무서우며 끔찍하다. 하지만 단연코 재미는 있다.

 

고문관 한명으로 분대 전체가 고통받는 일은 아무래도 만국 공통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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