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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올드보이, 박찬욱]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5. 14. 10:43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등이 연기한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하는 의문으로 글의 첫머리를 시작하고 싶다. 15년간 독방에 갇혀 군만두만 먹은 거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출소(?) 후에도 아주 독특하게, 괴랄하게, 징그럽게 복수를 당하는 주인공 오대수.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 마치 나에게 고문을 가하는듯한 사실적인 사운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을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군가의 앞니를 뽑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곤 하고, 오대수가 장도리를 들고 여러 명의 뼈와 관절을 부시는 장면에서는 내 뼈는 잘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또는 자신의 혀를 자르려고 하는 오대수를 보며 눈을 잠깐 돌리기도 하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오대수를 보며 내가 다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답답하고 아찔한 영화다. 마음을 굳게 먹고 공복인 상태에서 시청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오묘한 경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어떠한 폭력과 고문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어쩔 줄 모르게 한다. "저거 저거 세상 나쁜 놈이구만"하던 관객은 "그래서 네가 그랬구나.." 하게 되고, "아 진짜 불쌍하다"하던 관객은 "저놈은 더 맞아야 해!" 하며 태세를 바꿀 수 있다. 그만큼 어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다. 메시지가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보기는 어려운 영화다. 재밌다. 정말 재밌지만, 앞서 말했듯이 마음은 단단히 먹고 봐야 한다.

 

그래서 누가 나쁜 놈일까? 철없던 시절 입을 잘못 놀려 누군가에게 더없이 소중한 사람을 죽게 한 오대수? 아니면 오대수에게 복수심을 갖고 온갖 고문적 행위를 벌여 정신을 파괴해버린 이우진? 누구인가? 누가 더 나쁜 놈이고 누가 더 죽어 마땅한 놈인가? 정답은 없다. 영화를 보는 이들도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았다. 이래서 복수가 무섭다. 당연히 정당화되는 복수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모두가 사연을 들으면 "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네.."하고 납득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올드보이]에 나온 복수도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없다. 꼭 복수를 행하는 자가 선이 아니고 복수를 당하는 자가 악이 아니다. 절대선은 없고 절대악도 없다. 이 애매한 경계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갈 것인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2003년에 개봉한 이래로 아직도 긍정적인 의미로 회자되는 영화 중 하나로 그 언제 폭력이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을 듯 한 어두운 분위기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전개 속도는 가히 압도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박찬욱 감독 특유의 초현실적인 연출과 무자비한 폭력성은 이 작품에서 가장 고급스럽게 전달된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너무 투박하고 공포스러운 폭력이었고, [친절한 금자 씨]에서는 다분히 정당화된 아름다운 폭력이었는데 이 영화는 앞서 말한 애매한 경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에 더 잘 다듬어지고 정교해졌으며 무기(?)와 기법(?)이 단지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일차원적인 폭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세련된 감이 있었다. 영화가 전달하는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미 '봄직'한 영화이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나름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파급력이 강하고, 아이코닉하며, 해외 진출적인 면에서 기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자기 전에 보는 게 낫다. 이른 시간에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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