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1ROW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더 차일드]는 벨기에 출신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가 한 팀인 “다르덴 형제”가 감독한 네 번째 장편 영화이다. 앞서 리뷰한 [로제타]와 [아들]에 이은 영화로서 역시 그들 특유의 연출이 돋보인다. 인물과 지독히도 가까운 카메라, 무미건조한 화법, 일말의 음악도 나래이션도 없는 현실성 등 예의 두 영화에서 쌓아올린 두 감독의 아이덴티티가 무척 강화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더 차일드]는 그래도 예의 두 영화보다 등장인물이 더 많고, 인물들이 활동하는 지역도 넓어졌으며,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 중에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두 영화보다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 차일드]의 이야기는 역시 간단하다. 철없이 애를 낳아버린 두 사람. 브뤼노와 소니아는 이제 막 성인이 되어가고 있다. 다행히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브뤼노는 철딱서니가 없어도 너무 없다. 태어난 지 9일 된 자신의 아이를 불법 입양 브로커에게 5000유로에 팔아버린다. 소니아는 충격에 쓰러지고, 브뤼노는 그나마 다행히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이야기다. 사실 같잖다. 최근 우리나라 TV에서 이상할 정도로 많이 방영하는 자극적 가족 솔루션 예능에나 나올법 한 이야기다. (실제로 둘은 “고딩엄빠”이다.) 그래서 소니아는 불쌍하지만 브뤼노는 쌤통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소니아와 아이를 위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건만, 그것도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그런 영화다. 여전히 현실과 가깝고,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

다르덴 형제는 영화에 나래이션을 넣지 않는다. 적어도 [로제타], [아들], [더 차일드]에서는 그랬다. 나래이션은 결국 인위적인, 영화적인 장치다. 인물들의 속마음이나 과거에 일어난 일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펼쳐질 일들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래이션이 없을수록, 그리고 음악이 없을수록 영화는 현실과 가까워진다. 다르덴 형제의 특기는 바로 이것이다. 지독한 현실감. 아이를 판 뒤에 후회하는 브뤼노, 아이를 다시 되찾아오는 브뤼노, 소니아에게 미안하다며 무릎을 꿇고 바짓가랑이를 잡는 브뤼노, 다시 도둑질을 하게 된 브뤼노 등 아주 다이나믹한 몇일을 보내는 브뤼노지만, 결코 그의 속마음이나 처연한 음악 같은 것으로 그의 마음을 대변하거나 강화하지 않는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지만 그만큼 비슷해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과 비슷할수록 영화의 자극적인 재미는 사라지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그 부분에 [더 차일드]의 강점이 있다. [더 차일드]는 마치 현실과 같은 묘사로 나에게 브뤼노의 상황과 처지에 대해 직접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그러면 이제 영화는 나의 것이 된다.

[더 차일드(The Child)]의 원제는 [L’enfant], 즉 프랑스어로 “어린이”이다. 신기한 것은 enfant은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달리 나이를 딱 잘라 구분하지 않는다. 꼭 청소년기의 어린이 뿐만 아니라 법적 문서에는 20살이 되기 전 미성년자를 총체적으로 지칭하기도 하고,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를 가리킬 때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어 “어린이”는 그렇게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에겐 아이,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의 확실한 구분이 있다. 그나마 영어의 Child가 이를 잘 대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제목이 한국어로 번역된 [그 어린이]가 아닌 영어를 음역한 그대로 [더 차일드]라고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언어적 배경을 따져보면 영화 제목의 Enfant은 브뤼노와 소니아가 낳은 아기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아직 철이 없이 행동하는 브뤼노를 가리키기도 한다. 실제로 아직 (생각이) 덜 자란 브뤼노는 확실히 어린이가 맞다.

[더 차일드]는 심심하지만은 않은 영화다. 전작들에 비해 다이나믹(?)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막 큰 반전은 없더라도 그것을 상회하는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연 당신은 브뤼노를 응원할 것인가 비난할 것인가? [더 차일드]는 현재 왓챠에서 볼 수 있다.
한줄평: 응원할 것인가 비난할 것인가. 영화의 현실성이 선사한 자유가 고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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