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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3. 1. 23:35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이 연기한다.

홀로코스트와 유대인, 나치를 다루며 실화에 기반한 역사적 보고서 같은 영화다. 나는 절대로 겪을 수 없는 처절한 유대인 남자의 삶을 생생히 묘사하여 몰입하게 한다. 좋은 실력을 가진 피아니스트로서 이 남자는 그리 유복하지는 않아도 나름 화목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뭐 그리 녹록한가.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에 의해 그의 삶은 땅굴 정도가 아닌 내핵 밑으로 추락해버린다. 한 남자의 직업적인, 사회적인 지위가 주저앉아 버리는 것도 충분히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단위가 분해되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슈필만은 모진 처사를 당하며 결국에는 모든 가족도 잃은 채로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 혹독한 계절을 겪은 슈필만은 점점 살이 빠지고 피폐해져 간다. 그 묘사가 참 무섭다. 슈필만이 독일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나쁜 꼴을 당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잠 한 숨 제대로 못 자고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게 무섭다. 나는 견딜 수 있었을까. 우리는 가끔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네'라는 말을 한다. 아마 그 당시 나치에게 무차별적인 박해를 받은 유대인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을 겪었을 것이다. 21세기 현대 한국을 살아가고 있는 나 같은 평범한 20대 청년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분명.

 

 

사실 운이 참 좋은 것이다. 운 좋게 그리 뒤쳐지지 않은 나라에 태어났고, 운 좋게 중산층 가정에서 먹고 자랐으며, 운 좋게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사회 상황 속에서 태어났다. 게다가 가장 운이 좋은 것은 세상이 나름 합리적인 이성으로 진정되어 있을 때 태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먼 미래에서 지금 시대를 보면 "뭐 저런 미개한 것들이.."라고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태어난 지금 이 시대는 불합리보다는 합리가 많고 비이성보다는 이성이 많으며 추함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적을 공간과 시간, 제도와 법이 있다.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영화는 무겁다. 음악, 색채, 연출, 대사 모든 것이 무겁다. 무겁지만 봐야만 한다. 영화사적으로도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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