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K대_OO닮음_93년생.avi, 정혜원]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7. 15:06

 
 
강혜원 감독이 연출하고
신지우 등이 연기한다.
 
영화 [K대_OO닮음_93년생.avi]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단편영화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4분으로 상당히 짧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느 장편 영화와 같이 강렬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정혜원 감독은 본인의 재학시절에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여타 영화가 그렇듯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실제 일을 다룬다고 해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공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는 성별, 연령,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할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과 동일한 일을 겪는 캐릭터에게 가장 쉽게 동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인 리벤지 포르노나 디지털 성범죄는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가 아니다. 소수, 그것도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일어나고 분명 그 경험이 없는 관객은 짐작할수조차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영화는 디지털 성범죄에 무감각한 남성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목에 점 3개가 있다던지,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던지, 군인이어서 누구나 다 이뻐보인다던지 등 영상에 담겨있는 사람의 심정이나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흔한' 음담패설을 주고받는다. 또, 새로운 알바생을 보며 외적인 부분의 평가를 내리는 남성들의 모습은 아주 추잡해보인다. 그 적나라한 표현을 마주한 남성들은 아마 적잖이 불쾌했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누구는 모든 남자가 저렇지는 않다며 열을 올릴 것이고, 누구는 너무 남자에 대해 편협하게 생각한다며 화를 낼 것이며, 누구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 보는듯 마주하여 심히 부끄러웠을 것이다.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장면들을 보고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정말 디지털 성범죄나 성상품화, 무례한 행동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이나 회의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혹 자신이 전혀 불쾌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면 당장 디지털 성범죄 클리닉 센터로 발을 옮겨야 한다.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물론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그 찝찝함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금방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그 죄의식을 계속 상기하느냐 안하느냐일 것이다. 자신이 직접 가해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영상을 소비하는 행위는 어릴적 왕따당하는 친구를 도와주지 않고 멀리서 방관만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몸만 자랐지 뇌는 자라지 않은 것이다. 이 영화를 접한 남성들(나를 포함한)은 분명 많은걸 느꼈을 것이다. 느껴야 하고 또 바뀌어야 한다.
 

 
이 영화는 국내의 미투운동이 가장 활발하던 시절인 2018년에 개봉했다. 많은 정계 인사와 문화계 인사의 추잡한 행각이 드러났고 많은 여성이 큰 용기를 갖고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상황은 악화되었다면 악화되었지 그리 나아지지는 않았다. 2020년의 N번방 사건이나 2021년의 공군 중사 성추행 사건같은 굵직한 성범죄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남녀간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다른 문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나 2차 가해같은 일방적인 성별의 범죄행위에는 분명 남성들의 계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잘 짜여진 연출과 훌륭한 연기, 중압감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 역할을 충분히 맡을 수 있어 보인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청소년들에게 성범죄 예방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이 짧은 영화 한 편 보여주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 그만큼 아프고 쓰라린 작품이다.
 
영화는 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칼로 긁어 빼내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디지털 성범죄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의 마수가 손을 뻗는 것이다. 주인공의 고통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삶을 위해 멀리 떠나야 할 수도 있고 그저 꿋꿋이 살아나갈수도 있으며 고통 없이 삶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고통은 주인공이 선택한 고통이 아니다. 주인공은 남들의 선택으로 인해 어둡고 처절한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몰린 것이다. 그녀의 잘못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계속 상기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