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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리플리, 앤서니 밍겔라]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24. 18:55

 

 

앤서니 밍겔라 감독이 연출하고

맷 데이먼, 주드 로, 귀네스 펠트로, 케이트 블란쳇, 필립 시모어 호프만 등이 연기한다.

 

캐스팅이 역대급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병헌, 장동건, 김태희, 전지현, 송강호 등이 연기한 것이다. 더군다나 영화는 1999년에 개봉해 대부분 7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배우진의 20대 초중반 전성기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미 동명의 소설이 유명했었다는 것 까지 생각해 보면 당시 이 영화가 가진 입지는 분명 어마어마했을 것이라 사료된다. 이 영화는 토마스 리플리(맷 데이먼) 라고 하는 거짓말쟁이의 말로를 다룬다. 이 리플리라는 놈이 얼마나 거짓말쟁이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끔 한 번씩 치는 거짓말을 숨도 안 쉬고, 표정 하나 안 바뀌면서, 정말 능청스럽고 연속되게 내뱉는다. 그리고 거짓말이 대개 그렇듯 리플리가 치는 거짓말도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느샌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그로 인해 몰락해 간다.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의 교훈처럼 아주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맷 데이먼의 소름 돋는 연기와 배우들의 비주얼,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져 꽤 그럴듯하게 포장된 괜찮은 영화다. 

 

 

배우의 비주얼이 영화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영향을 끼치기는 한다. 그러니 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절대 사심이 들어간 것이 아니다. 나는 주드 로가 이렇게 잘생긴지 처음 알았다. 정말 빛이 난다. 머리가 좀 파인건 종족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그의 깊은 눈과 이죽이는 입꼬리는 지금까지 다른 남자 배우를 보며 든 생각과 전혀 달랐다. 잘생긴 배우는 많다. 디카프리오, 크루즈, 조니 뎁, 히스 레저,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 에반스 등 모두 전형적인 미남 상이다. 그런데 주드 로, 특히 이 [리플리]에 나온 주드 로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우선 야생적이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속세를 떠나 이탈리아의 한적한 마을에서 풍류를 즐기며 산다. 밀짚모자를 쓰고 언제나 반쯤 풀어헤친 셔츠를 입는다. 또, 넓은 바다에서 요트를 즐기고 어두운 클럽에서 그루비한 재즈를 듣는다. 그러니까 [리플리] 속 주드 로가 연기한 디키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이면서 자기 취미에 열중하며 심지어는 과히 잘생긴 -거기다가 돈도 많은- 캐릭터인 것이다. 멋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미모에 집중해서 보다보니 영화 중반에 주드 로가 퇴장하고 나서부터는 재미가 급감했던 것 같다. 물론 이야기가 점점 루즈해지고 억지적인 전개가 종종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정말 강력했던 그 비주얼이 허탈하게 사라지니 영화의 전체적인 힘이 감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네 마리의 말이 마차를 끌고 있었는데 두 마리가 도망간 느낌이랄까..

 

사실 그리 명작은 아니다. -물론 내 기준이지만- 평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냥 배우들이 멋지고 이뻐서, 연기가 좋아서 보게 되는 영화다. 러닝타임은 긴데 영화의 흐름이 단조롭고 억지로 이어붙이는 느낌이 들어서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리플리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니 리플리라는 주연 캐릭터의 장악력보다 다른 조연 캐릭터들의 등장과 퇴장이 더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리플리에게 몰입하던 우리는 집중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집중이 분산되니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이 든다. 아깝다. 리플리의 행위보다는 내면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분명 더 많은 공감과 집중을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아쉽다. 누군가가 티모시 샬라메, 플로렌스 퓨, 안야 테일러 조이 등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는 쟁쟁한 젊은 배우들로 리메이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케이트 블란쳇의 비주얼도 이 영화에서 정점을 찍는다. 긴 말이 필요 없다. 그것 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가..아닐....까....?

 

 

 

[The talented Mr.Ripley]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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